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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찾은 보약-23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는 이웃과 나누는 마음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3.06.22|조회수62 목록 댓글 0

텃밭에서 찾은 보약-23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는 이웃과 나누는 마음
텃밭 사랑,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어진 채소분쇄주스!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한의학적 관점으로 접근한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소개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권해진 원장은 텃밭에서 가꾼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의약과의 연관성 및 건강관리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환자 분이 밭에서 상추 나왔다고 많이 가져다 주셨어요.” 간호사의 말에 “오늘은 댁에서 고기파티 하셔야겠어요”라고 응대했습니다. 나가서 상추를 보니 환자분 인심이 넉넉해서인지 큰 봉투에 그것도 간호사 것과 제 것이 따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일주일은 먹겠는걸요.” 큰 봉투에 놀라 제가 이야기하니 간호사가 말하더군요. “저는 이맘 때 상추 안 사 먹어요. 환자분들 덕분에요.” 텃밭에 나가기만 해도 한 아름 무언가를 가지고 올 수 있는 계절입니다. 그리고 이웃에게 마음도 넉넉히 베풀 수 있는 시기입니다.

 

채소분쇄주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가족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

 

봄에 식물의 순이 연하게 올라왔다면 이맘때는 햇살의 뜨거움을 머금고 튼실하면서도 쓴맛을 내는 채소가 많아집니다. 부추는 초벌부추 이후로 매운맛이 강하고, 짙은 초록을 띠는 민들레 잎도 쌈을 싸서 먹기에는 너무 거칠고 쓴맛이 납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민들레 잎을 수확하시곤 고민하고 계셨습니다. 

“그냥 먹기는 좀 거칠어서, 갈아서 먹을까?” “착즙을 해도 즙이 많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사과같이 물 많은 과일하고 같이 즙을 내 먹으면 몰라도요.” “즙을 내 먹으면 섬유질을 못 먹으니까. 그냥 분쇄를 해서 먹어볼까 해. 건더기가 좀 거슬릴 수도 있지만, 내 손으로 귀하게 키운 것을 그냥 버릴 수는 없잖아.”

그렇게 해서 민들레 잎에 케일과 치커리 잎을 조금씩 넣고 부추도 몇 줄기 들어간 채소분쇄주스가 만들어졌습니다. 쓴맛을 줄이고 수분을 넣기 위해 사과도 같이 갈았습니다. 

 

“채소분쇄주스에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

 

“맛이 좋은데! 사과 들어가니까 쓰지도 않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중학생 아이가 말했습니다. “저도 한번 먹어 볼게요.” 주스를 받아 들곤 색을 본 후 맛없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할머니가 못 먹을 걸 주지는 않으실 거라는 믿음으로 한 모금 마십니다. 

“아! 이거는 좀. 저는 토마토 갈아주시는 거만 먹을게요.” 아이는 표정을 어찌할 줄 몰라 하면서 할머니께 다 마시지 않은 컵을 건넵니다. 

“한 모금만 더 마셔! 그럼 토마토 갈아서 줄게.” “딱 한 모금만 더 마실게요.” 평소 할머니의 말을 거스르지 않는 중학생 아들은 하며 꾸역꾸역 모두 마셨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희 어머니는 채소분쇄주스 연구를 시작하셨습니다. 영양학적인 연구는 절대 아닙니다. 손주들이 흔쾌히 마시면서도 저희 텃밭에서 나오는 채소가 많이 들어가는 조합을 찾는 연구입니다. 시럽을 넣으면 색은 초록이더라도 맛만은 달달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런 걸 손주들에게 주실 분은 절대 아닙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연구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몸에 좋으면서 입을 즐겁게 하는 것은 일반 음식 속에서도 찾기 힘드니 말입니다.

 

 

 

계속된 노력의 결과로 탄생한 채소분쇄주스

 

“밭에 양배추 있잖아! 양배추는 삶으면 달달한 맛이 나니까, 그걸 이용해 보면 어때?” 그래서 제가 어머니께 제안 드렸습니다.

“아직은 양배추가 결구(채소의 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서 둥글게 속이 드는 일)가 되지 않아서 잎이 파래. 그리고 지금 자꾸 잎을 끊어서 먹으면 양배추가 잘 자라지 않아. 결구가 잘된 동그란 흰 양배추를 먹으려면 지금은 잎을 따면 안 돼. 채소 중에 부추는 넣지 말까봐! 많이 맵고 쓰네.”

“애들 잘 먹는 나물이 뭐 있어요? 그 중에 생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을 넣으시면 될 것 같아요.” 저의 말에 어머니 눈빛이 반짝입니다. “아! 그래, 미나리가 있지! 미나리는 갈아도 많이 쓰지 않아!”

 

“함께 만들어 봐요, 채소분쇄주스”

 

그런 연구를 통해 5월 말, 6월 초 탄생한 주스에는 삶은 땅 미나리, 어린 케일, 질경이, 민들레 잎, 치커리, 유채가 들어갔습니다. 당근은 아직 어려서 어머니의 선택에서 빠졌습니다. 6월 말쯤이면 당근이 들어간 분쇄주스를 먹고 있을 겁니다. 마트 가면 주스에 넣을 블루베리 같은 과일이며 맛이 강하지 않은 케일 같은 채소는 항상 구할 수 있습니다. 

채소분쇄주스의 목적이 밭에서 나온 채소를 섬유질까지 다 먹어보자는 욕심에서 시작된 거라 조금은 미련하게 텃밭분쇄주스가 만들어졌습니다. 입에 즐거운 맛이기 보다 어머니의 텃밭사랑,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담긴 맛을 내는 주스입니다.     

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저자

출처 한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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