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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향 가득한 황토한옥

작성자아름드리.|작성시간23.03.21|조회수40 목록 댓글 0

배꽃 향 가득한 황토한옥

 

배꽃 향 가득한 황토 한옥
하얀 배꽃 잎 하나가 바람을 타고 눈송이처럼 날아가다가 검은 기와지붕에 내려앉았다. 기와를 타고 또로록 미끄러지더니 지붕을 받치고 서 있는 황토벽에서 멈췄다. 잠시 쉬고 있던 꽃잎을 시샘하던 바람이 심술궂은 입김을 불어넣자 이내 떠오른 꽃잎은 마침 열려 있던 격자무늬 창문을 넘어 들어가 마룻바닥에 살포시 누웠다. 배꽃 향 가득한 농장 속에 자리 잡은 황토 한옥이다. 글 이상희 기자 사진 최수연 기자
고속도로를 벗어나고서도 오랫동안 시골길을 달려야 했다. 산속으로 들어가나 싶으면 호수가 나오고 들판인가 싶으면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길 한참, 어느 순간 확 트인 평야지대가 두 눈 속으로 뛰어들었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 일대에 넓게 펼쳐진 평야지대다. 이 평야를 길게 가로질러 인근의 보성군 벌교읍 경계까지 거의 다다랐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새하얀 무리가 있었다. ?을 맞아 한껏 몸을 벌린 배꽃이었다. 그 배꽃들 바로 아래서 김용화(66)ㆍ박정숙(63) 씨 부부의 황토 한옥을 만났다.

멋모르고 시작한 집짓기 부부가 황토 한옥을 지은 것은 10여 년 전. 과수원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쉬어갈 곳을 마련하겠다며 시작했다.

“배 농사를 짓는데 그때 과수원을 체험농장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어요.자연히 과수원을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졌죠. 그런데 손님들이 와도 딱히 쉬어갈 만한 곳이 없는 거예요. 마침 마당에 공간도 있고 해서 본채 옆에 작은 황토방을 하나 짓자 생각했죠.” 전문적으로 민박이나 펜션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손님이 오면 잠시 내어줄 방 하나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작고 단순하게 짓자고 부부는 의견을 통일했다. 다만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이 수십 년 된 전통 한옥이었기에 별채도 한옥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당시에 한참 웰빙 바람이 불면서 황토집이 유행이었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이왕이면 황토로 집을 짓자고 했죠.” 그렇게 황토 한옥 짓기가 시작됐다. 집 짓는 일을 쉽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짓고 싶었던 부부는 자재 선택에 공을 들였다. 좋은 황토를 사용하기 위해 남편 김씨는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서 나는 황토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에 가서 직접 황토벽돌을 찍어 왔다. 내부 마감도 가능하면 자연에 가까운,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하기 위해 느릅나무 달인 물에 황토를 개서 사용하기로 했다. 바닥도 황토로 깔기로 했다.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가 여러모로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집의 기본 골격은 편백나무로 만들기로 하고, 아는 사람에게 물어물어 편백나무를 잔뜩 사다 마당에 쌓아두었다.

하지만 집 짓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나무로 기둥 세우고 황토로 벽 세우고 지붕만 올리면 단숨에 뚝딱, 완성될 줄 알았는데 천만의 말씀이었다. 가장 먼저 겪은 난관은 나무였다.

“집을 짓기로 한 목수가 와서 보더니 그 나무로는 집을 지을 수 없다는 거예요. 크기나 길이 같은 것이 적당하지 않았나 봐요. 집 짓는 일에 대해선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 잘 이해는 안 됐지만 하여튼 그 나무는 쓸 수 없다고 해서 결국 마당 가득 쌓아뒀던 편백나무는 다 남 주고 다시 나무를 사다 써야 했죠.” 나무를 치우고 나니 이번엔 바닥이 속을 썩였다. 건강한 집을 짓겠다는 욕심에 바닥에 황토를 두께가 40㎝나 되게 깔았더니 수십 일이 지나도 굳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꼬박 3개월을 손 놓고 기다린 끝에야 황토가 굳어서 다른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사람을 다루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목수 셋이서 한 달 내내 대패질만 하는데 답답해 죽겠더라고요. 게다가 일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요령을 피우는지, 내부 마감할 때 우리 부부가 잠시만 자리를 비우면 벽에 황토 대신 시멘트를 바르는 거예요. 황토는 하루 종일 발라도 작업한 티도 안 나니까 빨리 수월하게 끝내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 결국 일하는 사람들을 세 번이나바꾸고 남편이 농사일 끝나면 백열전구 켜놓고 밤새 작업한 끝에야 집짓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죠. 몰랐으니 시작했지 집 짓는 일이 그렇게 힘든 줄 알았더라면 절대 안 했을 거예요.” 나무 이야기와 배꽃 향이 어우러진 집 이런저런 어려움을 넘어서면서 집이 제 모습을 갖추자 부부는 욕심이 생겼다. 그 집에 들어가 살고 싶어진 것이다. 마침 아버님 때부터 살았던 본채가 워낙 낡아서 새로 지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주변에서도 집 잘 지어놓고 왜 비워두려고 하느냐고, 우리더러 들어가 살라고 했죠. 우리가 보기에도 집이 좋고해서 그냥 우리가 살기로 했어요.” 중간에 계획이 변경되자 집 구조도 달라져야 했다. 손님이 잠깐 머무를 공간이었을 때는 방 한두 개와 넓은 마루면 충분했지만, 살림집으로 사용하려면 주방도 넓게 내야 하고 현관도 제대로 만들어야 했다.

“우리 집이 현관만 앞으로 툭 튀어나온 이유가 그래서예요. 집 뒤쪽으로 공간을 넓혀서 주방을 내는 바람에 직접찍은 황토벽돌이 모자라서 사다가 쓰기도 했죠.” 우여곡절 끝에 완성되어서인지 이 집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작은 방 문설주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검은 자국은 남편 김씨가 밤늦게까지 황토 미장을 하살라 켜놓은 백열전구가 닿아서 탄 자국이다. 서까래를 만든 편백나무는 원래 절 짓는데 사용하려고 어떤 스님이 시주 받아놨던 것을 절을 못 짓게 되면서 가져다 썼다. 부부가 애써 마련해둔 편백나무는 다 남 줘버리고 막상 자기 집 서까래로 올린 것은 다른 데서 얻어온 편백나무였던 것이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우리 집을 완성하는 데 정말 다양한 나무가 사용됐다는 거예요. 기둥은 대부분 소나무인데,주방 쪽 기둥은 메타세쿼이아예요. 마룻바닥은 단풍나무고, 나무와 나무 틈새를 메우는 데는 향나무를 썼죠. 서까래는 편백나무고, 은행나무도 썼는데 그건 어디 들어갔는지 모르겠네….”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집짓기를 시작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지만 그 덕분에 이 집이 많은 이야기를 가지게 된 것 같아 부부는 그것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황토와 나무로 완성한 집은 집 뒤쪽으로 한없이 펼쳐져 있는 배나무와도 너무나 잘 어울렸다. 요즘 같은 봄날 단풍나무 마룻바닥에 앉아 따사로운 햇볕에 몸을 맡긴 채 창문 넘어 들어오는 배꽃 향을 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단다.

한옥 지을 계획이라면 이것만은 챙겨라 김용화 씨 ?부는 한옥을 지을 계획이라면 다른 집에 비해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고 말한다. 전원주택을 지을때일반적으로 신경 쓰는 부분, 예를 들어 난방 효율이나 바닥 습기, 복사열 문제 등등 외에도 이 점만은 꼭 챙기라고 부부는 조언한다.

나무는 미리 준비해야↳ 한옥의 기본 골격을 구성하는 것은 통나무다. 기둥과 서까래는 둥근 통나무를 그대로 사용하고, 보나 도리는 모양만 네모로 깎아서 사용한다. 그런데 통나무는 일정 기간 동안 잘 말리지 않으면 갈라지거나 뒤틀어진다. 지은 지 시간이 좀 지난 한옥에 갔을 때 기둥에 틈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에서 파는 나무는 충분히 말리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한옥을 지을 때는 나무를 미리 준비 해서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동안 말리는 것이 좋다.

온돌은 일부에만↳ 한옥이나 황토집을 짓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지는 로망이 온돌이다. 하지만 온돌은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제때 땔감을 구하거나 굴뚝을 관리하는 일, 불을 제대로 때는 일 등 자잘한 일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온돌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 최소 몇 시간? 지나야 방이 따뜻해지므로 급할 때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온돌은 집 전체에서 방 하나 정도에만 놓는 것이 가장좋고, 온돌을 놓되 온돌 위에 보일러를 설치해서 같이 사용하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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