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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나무로 지은 너와집과 굴피집

작성자아름드리.|작성시간23.04.18|조회수55 목록 댓글 0

흙과 나무로 지은 너와집과 굴피집

흙과 나무로 지은너와집과 굴피집




 






중부내륙고속도로의 문경새재 나들목에서 나와 차로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경북 문경시 하괴리였다. 마을 가장 안쪽까지 들어가자 멋들어진 너와지붕과 굴피지붕이 보였다. 황대섭(45)ㆍ김병화(41) 씨 부부가 지은 너와집과 굴피집이었다. 부부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15년 전 귀농해 감농사를 짓고 곶감을 말리며 살고 있다. 처음에는 충북 괴산에서 폐교를 개조해 살았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계시는 황씨의 고향 경북 문경으로 옮겨온 것이 2007년. 황씨의 집짓기가 시작된 것도 이때다.

나무의 곡선이 살아 있는 집 어릴 적 점찍어 두었던 아버지의 밭을 정리해 터를 닦은 뒤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은 찬바람이 쌩하게 부는 한겨울이었다. 가족들이 기거할 본채와 손님을 맞이할 사랑채 두 채를 짓기로 했다.

나무로 틀을 만들고 흙벽돌을 쌓고 황토로 마감한 한옥 구조의 집이었다. 다만 식구가 많아 거실을 넓게 써야 했기에 전통 한옥의 칸 개념을 지우고 보를 가능한 한 길게 빼서 집 틀을 완성했다. 본채는 집 짓는 법을 배워가며 전문가와 함께 지었지만 본채를 완성한 뒤 시작한 사랑채는 황씨 혼자 힘으로 완성했다.

“처음에는 흙벽돌집을 지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벽돌집을 지으려면 제대로 된 기술이 필요하더라구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싶었기 때문에 벽돌집 대신 나무로 집을 짓게 된 거죠.”집을 지으면서 황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나무였다. 집 두 채에 들어간 나무 모두를 황씨가 직접 구해서 손질했을 만큼 나무에 대한 황씨의 사랑은 컸다. 특히 일직선으로 도도하게 뻗은 ?무보다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듯 유려한 곡선으로 휘어진 나무를 좋아했다. 그래서 천장을 가로지르는 도리도 휘어진 통나무 그대로를 살려 노출시키고, 벽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보도 휘어진 모습 그대로 얹었다.

“집의 아름다움은 곡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산판에 직접 가서 곡선이 살아 있는 나무를 구해 왔죠. 덕분에 벽돌을 쌓을 때 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금도 멋들어지게 휘어진 나무들을 보기만 해도 좋아요.”자연에 가장 가까운 집을 원하다 기왕 나무와 흙을 이용해 집을 짓는 바에야 자연에 가장 가까운 재?를 사용해 집을 완성하기로 했다. 집터를 다질 때 대부분 이용하는 시멘트 대신 흙을 사용했고, 벽을 쌓은 흙벽돌도 주변에서 구한 흙으로 직접 구워서 만들었다. 벽체를 다 쌓아올린 뒤에는 황토에 볏짚을 섞어서 발랐다. 마감도 황토로 했다. 집 내부 벽도 벽지를 바르지 않고 황토를 그대로 노출시키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자연에 가까운 것이 무조건 좋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터 다지기 공사에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닥의 습기가 방바닥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았다.사랑채에는 구들을 놓았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지뢸 본채에는 보일러를 설치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문제였다.

바닥을 마감하기 전에 숯을 깔아 습기를 잡아보려고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집을 완성하고 보니 역시나 바닥에 습기가 차서 난방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그래서 틈만 나면 아내는“ 내 말 안 들어서 그렇다”며 눈을 흘기지만 황씨는 웃고 만다.

“바닥을 다시 손봐야지요 뭐. 허허.”너와와 굴피로 만든 지붕 황씨 집을 가장 특색 있게 만드는 것은 지붕이다. 본채는 적삼목으로 기와를 만들어 얹은 너와지붕이고, 사랑채는 졸참나무의 껍질을 벗겨 말린 뒤 얹은 굴피?붕이다.나무를 좋아하는 황씨답게 지붕마저도 나무로 해결한 것이다.

“한옥 구조의 집을 짓는 만큼 처음에는 흙을 구워 만든 기와를 올리려고 했었어요.그런데 기와는 부담스러워서 너와와 굴피를 얹었죠.”너와는 적삼목 삼판을 사서 황씨가 직접 켜고 잘라서 만들었다. 굴피는 전남 함평까지 가서 굴피 벗기는 전문가를 모셔다 작업을 했다. 산에 가서 졸참나무의 껍질을 벗긴 뒤 바닥에 펼쳐 놓고 그 위에 석판을 눌러 고정한 상태로 말렸다. 굴피가 둥그렇게 말리지 않고 반듯하게 펴진 채로 말리는 것이 관건이었다.

“‘천년 기춿 만년 굴피’라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굴피의 내구성이 좋다는 뜻이겠죠. 지붕을 얹은 지 5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멀쩡해요.”황씨의 못 말리는 나무 사랑이 지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람이 편해야 좋은 집 고집대로 집을 지었으니 완성된 집에 대한 뿌듯함은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집 여기저기서‘하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방수처리 없이 황토로만 마감한 외벽은 들이치는 비를 감당하지 못해 여기저기서 떨어져나갔다. 집 안은 벽에서 떨어지는 황토 가루때문에 골치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황씨는 미소뢸 짓슴다.

“집이 깨끗하고 안 깨끗하고가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중요한 것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집에 불만도 후회도 없습니다.”아내 김씨도 문제투성이 집이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자신의 블로그‘ 초미담 이야기’에서는 은근슬쩍 자랑이다. 아내의 블로그를 보고 황씨 집을 방문한 사람들도“ 시골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황씨의 고집이 헛된 일은 아니었구나 싶다.

황씨는 사랑채 옆에 또 하나의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시간에 구애하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고정관념을 버리고 원하는 모양대로 재미있게 지어볼 참이다.

“집 다 지어지면 또 놀러오세요!”황씨 부부의 마음이 담긴 또 하나의 집이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출처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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