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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골 박소재

작성자아름드리.|작성시간23.05.12|조회수79 목록 댓글 0

송송골 박소재(樸縤齋)



벗 같은 한옥
송송골 박소재(樸縤齋)
1949년 지어진 예순여섯의 단단하고 고운 한옥에 다녀왔다. 첫 신혼집으로 마련했던 이 한옥을 두고 부부는 오랜 외국 생활을 떠났다. 13년 후 한국에 돌아와 벗처럼 다정한 옛 집을 자연과 함께하는 편안한 보금자리로 다시 꾸몄다. 자녀들에게는 고향집이 된 부부의 신혼집은 그렇게 인생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신혼집으로 구입해둔 한옥에서 고즈넉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김영경, 이유경 부부.








  • 우정, 부부의 첫 집을 지키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유유히 흐르고, 사계절 푸른 운길산 자락에 폭 싸인 배산임수의 땅, 남양주 조안면.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슬로시티로 지정된 조안면에서도 요산요수의 명당으로 소문난 송촌리에 특별한 한옥이 있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 1949년에 지어져 올해로 66년이 된 한옥 박소재에는 친구처럼 오랜 세월을 보낸 다정한 부부가 산다. 송촌리의 옛 이름인 송송골은 김영경, 이유경 부부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한옥에 빨간 양탄자를 깔고 독일에서 사용하던 식탁과 의자, 수납장, 소파, 침대를 두어 전통적인 공간의 현대적인 쓰임을 보여준다.
















곡식을 보관하는 헛간이 있던 자리에 새로 지은 한옥. 서재 겸 사랑방으로 활용한다.
















지금의 한옥은 36년 전인 1979년 결혼한 이들이 첫 신혼집 삼을 요량으로 구입했다. 집 없는 남자와 결혼 할 수 없다는 아내의 엄포에 남편이 당시 440만원에 구입한 것. 하지만 부부는 이 한옥에서 딱 하룻밤 보내고 바로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 사이 내내 비워두었던 집은 10여 년 전 두 사람이 귀국하면서 증축, 보수되어 다시금 그들의 집이 되었다.
박소재는 감나무, 살구나무, 밤나무 등 키 큰 나무들이 어우러져 숲을 이루는 뒤뜰과 그 옆으로 작은 계곡이 흐르는 소박하지만 정취와 풍류가 넘치는 공간이다. 주인 김영경 씨는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것이야말로 한옥살이의 제맛이라 말한다. 그는 집 안에 들어서기 전, 생활공간보다 훨씬 더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너른 앞마당과 아늑한 뒤뜰을 거닐며 박소재의 묘미를 하나하나 짚어주었다.












김영경 씨는 따로 꽃씨를 사다 뿌리거나 심지 않는다. 그래서 한번 이곳에 뿌리를 내린 인연을 맺은 꽃에는 정성을 다한다. 집과의 우정과도 닮았다. 박소재에서 피고 지는 꽃이 떨군 꽃잎을 하나하나 모아 별채 한쪽에 말려두었다.


















박소재의 김영경, 이유경 부부. 따로 나무를 구입해 심지 않아도 이곳에 뿌리내리고 꽃을 피우는 기특한 꽃 한 송이부터 감나무 그늘 아래 자연스럽게 조성된 이끼 정원, 한옥채 지붕면의 부드럽게 휘어진 곡선 너머로 솟아오른 운길산 능선 등 박소재에 살면서 비로소 보게 된 소소한 자연의 변화와 발견이 즐겁다.
















“이 커다란 바위는 부엌 뒤에 있어 조왕바위라 이름 붙였어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부엌을 다스리는 신을 조왕신이라고 했거든요. 신기한 것은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이 바위의 홈에 물이 고여 물웅덩이가 두 개 생긴다는 거예요. 그것을 보면 옛 아낙들이 정안수를 떠놓고 가족의 안녕을 빌었던 장면이 떠올라요. 살구꽃 피는 계절에는 이 물웅덩이에 꽃잎이 동동 떠다니곤 하는데, 일 년 중 며칠밖에 허락되지 않는 박소재의 명품 장관 중 하나예요.”

박소재의 김영경, 이유경 부부. 따로 나무를 구입해 심지 않아도 이곳에 뿌리내리고 꽃을 피우는 기특한 꽃 한 송이부터 감나무 그늘 아래 자연스럽게 조성된 이끼 정원, 한옥채 지붕면의 부드럽게 휘어진 곡선 너머로 솟아오른 운길산 능선 등 박소재에 살면서 비로소 보게 된 소소한 자연의 변화와 발견이 즐겁다.

그는 인위적으로 가꾸기보다 타고난 자연 그대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돌보는 방식으로 정원을 취하고 있다. 집 안에서 내다보이는 풍경도 막힘없다. 창 속에 한 폭의 풍경화를 들인 듯하다. 창 앞에 다도 집기들을 두고 종종 차 한 잔을 곁들이며 사시사철 새로운 자연의 정취를 만끽한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카이스트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직한 후 제작한 가구로, 운현궁 부엌에 있는 그릇장을 보고 그대로 본떠 만들었다. 당시 김영경 씨의 월급이 17만원이었는데, 좋은 고재를 사용해 3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맞췄다. 지금은 책장 겸 수납장으로 활용한다.










감탄나는 믹스 매치 한옥 살림집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생활한 지 20여 년. 부부는 다시 돌아온 한옥 집을 직접 보수하고, 두 사람만의 취향과 감각을 더해 꾸몄다. 독일에서 쓰던 가구와 살림살이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한옥에 들이고 그동안 차곡차곡 모은 유리 장식품과 오브제 등 이국적인 소품도 공간에 나열해두었다. 덕분에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절묘하게 조화되며 부부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특별한 공간이 완성되었다.


















집의 중심인 대청마루는 거실 구실을 한다.


















부엌 뒤편 장독대. 박소재에는 장독대가 두 군데 있는데, 그중 볕이 잘 드는 장독대는 음식을 보관하기보다 잡동사니를 수납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처음에는 문 없이 열린 공간 그대로 둔 채 살았지만 장마 때는 비가 들이치고 고양이 등 동물들도 종종 고개를 내밀어 통유리창을 달아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독일에서 가져온 사금파리와 드라이플라워로 집 안 벽면을 장식했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여백의 미를 살린 서정적인 공간 연출로 한옥의 운치를 더했다.
















좋아하는 한국 전통의 가구와 모티프도 공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실용성에도 신경 썼는데, 외국 생활에 익숙한 김영경 씨 부부가 오래된 한옥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욕실도 건식으로 바꾸고, 주방 역시 입식으로 개조했다. 마당으로 활짝 열린 공간이던 대청마루에는 통유리창을 달아 집 없는 고양이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막으면서 멋진 풍광도 얻었다.

“한옥을 이야기할 때 무조건적인 보존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옥은 집이고, 집은 살아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한옥의 철학을 담고 풍미를 잃지 않는 것만큼 사람이 살기 편한 공간으로 진화해야 하죠. 우리 집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현실적인 한옥이라 할 수 있어요.”

생활의 편리를 추구하되 한옥의 자연스러운 멋을 해치지 않기 위에 집 안에는 가스선도 없고 전선도 보이지 않게 했다. 창과 문에는 아직 창호지를 바르는데, 그 안쪽에 유리로 겹창을 달아 찬바람은 막았다.

신혼 때 처음 만나 인생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 박소재. 가족의 역사와 행복이 머무는 이곳에서 부부의 달고 부드러운 삶의 열매도 영글어간다.


출처 리빙센스 기획 전수희 기자  사진 김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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