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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 답사기] ‘들을리소향’, 달콤하고 풍부한 깊은 맛, 내마음 돌아보는 ‘한잔’

작성자인연|작성시간23.01.04|조회수32 목록 댓글 0

[우리 술 답사기] ‘들을리소향’, 달콤하고 풍부한 깊은 맛, 내마음 돌아보는 ‘한잔’

[우리 술 답사기] (33) 강원 강릉 ‘들을리소향’

현장서 먹을만치만 소량 생산 최소 100일~최대 1년 숙성

탁주·약주, 목 넘김 부드러워 식사·전통주 한상차림 제공도

강원 강릉 들을리소향에선 전통주가 곁들어진 식경험 서비스인 ‘소향달’ 한상을 제공한다. 소향달에 나오는 채식요리와 ‘소향약주(왼쪽)’ ‘소향탁주’. 강릉=현진 기자

뭇 현대인이 그렇지만, 집과 직장을 오가다보면 시간은 붙잡을 새 없이 총알처럼 지나간다. ‘삶을 돌아보자’ ‘바쁠 땐 잠시 멈추자’와 같은 말을 실천하고 싶어도 마음만 앞선다. 이런 현대인들을 위해 시간이 느리게 가는 가상의 마을이 있다. 강원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100년 소나무숲 근처에 있는 ‘들을리소향’이 바로 그곳이다. 2014년 서울에서 이른 은퇴를 하고, 2019년 고향인 강릉으로 귀촌한 최소연 들을리소향 대표(44)는 가상의 마을 ‘들을리’에서 막걸리와 약주를 빚고 찾아온 손님들에게 잠자리와 채식을 대접하며 산다.

“원래 이곳 이름은 ‘어흘리소향’이었는데 동네 주민분 가운데 일부가 동네 이름 쓰는 것을 반대했어요. 고민하다가 주변 사람들 도움을 받아 ‘들을리’라는 가상의 마을을 만들기로 했죠. 들을리라는 이름은 술 내리는 소리를 듣는 데서 착안했어요. 나아가 자연의 소리, 마음의 소리를 듣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들을리소향은 상업양조와는 거리가 멀다. 양조장보다는 치유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에 가깝다. 술은 딱 이곳에서 먹을 만치만 만든다. “나중에라도 온라인 판매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최 대표는 바로 고개를 젓는다. 돈을 벌려고 치열하게 분투하던 삶을 이미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통해 경험해서다.

술은 <소향탁주(12도)> <소향약주(12도)> 두 종류가 있다. 술을 빚을 때는 그가 직접 만든 쌀누룩과 송학곡자 누룩을 섞어 사용한다. 밑술은 멥쌀 떡으로 만들고, 여기에 찹쌀 고두밥을 섞어 술을 두번 빚는다. 최 대표가 밑술 만들 때 쓰는 멥쌀은 조금 특별하다. 이 쌀은 강릉 소나무숲에서 볏단째 거꾸로 매달아 해풍에 천천히 말린 벼에서 나온 쌀이다. 그에 따르면 이 방법은 손이 많이 가지만 볏짚에 있는 영양성분이 벼 낟알로 가서 쌀 영양가가 풍부해진다고 한다.

“숲에서 벼를 말리면 나오는 쌀이 많지 않아요. 새가 금세 쪼아 먹죠. 그래도 이 쌀에 영양성분은 물론 농부의 정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뭉클해져요. ‘느림’이 주는 선물을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느껴봤으면 해서 이 쌀로 술을 빚게 됐어요.”

<소향탁주>와 <소향약주> 숙성 기간은 최소 100일∼최대 1년이다. 막걸리와 약주치고 기간이 긴 편인데, 술이 입에 딱 맞게 나올 때까지 시간을 아끼지 않는단다. 덕분인지 술에 알코올 냄새가 느껴지지 않고 달콤하면서 깊은맛이 난다. 목 넘김도 부드럽다. 약주는 살짝 짙은 노란빛으로 은근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돈을 벌려고 만든 술이면 이렇게 못 만들죠. 남들에게 대접해도 자신 있을 만큼 맛이 올라와야 술을 꺼내요. 잘 익힌 술은 식사 때 한잔씩 약주(藥酒)로 먹어요. 술이 몸에 안 좋다는 편견이 있는데 발효한 술을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도 좋아요.”

최소연 들을리소향 대표가 양조장 뒤편에 있는 소나무숲에서 100년된 소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이곳에선 술을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곳 술과 곁들임 음식을 먹는 전통주 식경험 서비스 ‘소향달’, 술 빚고 밥을 나눠 먹는 ‘우리들의 술 빚기’ 등이다. 특히 소향달에선 강릉산 식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곁들임 음식을 술안주로 먹을 수 있다. 소나무숲에서 거꾸로 말린 벼에서 나온 쌀로 밥을 짓고, 강릉 해녀가 딴 다시마·지누아리 등 해초로 장아찌를 만든다. 최 대표가 산과 들에서 뜯은 쑥으로 만든 ‘쑥 페스토’를 바른 빵도 막걸리 안주로 잘 어울린다. 막걸리 한입, 안주 한입 먹다보면 막걸리의 고소한 쌀 냄새에 강릉 바다냄새, 흙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입 안으로 밀려온다.

최 대표의 꿈은 소탈하다. 이곳에서 술을 빚으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그들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인생을 살며 휴식이 간절할 때가 있어요. 그때 가상의 마을인 이곳 들을리를 찾으세요. 대자연을 이웃하며 술 한잔 기울이면 근심과 걱정이 사라질 거예요.”

 

<소향탁주>는 500㎖ 기준 2만9000원, <소향약주>는 4만원이다. 전통주 식경험 서비스 ‘소향달’은 1인당 5만5000원, 전통주를 빚고 함께 식사하는 프로그램 ‘우리들의 술 빚기’는 1인당 10만원이다.

출처 농민신문 강릉=박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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