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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더욱 자유로워지는 섬 여행, 가을엔 인천 주문도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3.09.19|조회수13 목록 댓글 0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평화로운 가을을 즐기기 좋은 주문도에 다녀왔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인천] 바람에 물결치는 들판, 청명한 하늘이 우리가 상상하는 한적한 시골 풍경이라면 주문도는 그것으로 모자라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마저 품었다. 평화로운 가을날, 이 작은 섬에서 나는 오늘 하루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가깝고도 먼 섬…, 그땐 그랬지
주문도는 강화도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5km가 채 넘지 않지만,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의 해협을 내려와 볼음도와 아차도를 거쳐야만 뱃머리를 댈 수 있는 가깝고도 먼 섬이었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주문도까지는 1시간 30분, 당시에는 배의 출항과 동시에 객실에선 가벼운 술자리가 벌어지곤 했다. 종이컵 가득 따라 한숨에 넘기면 식도를 타고 걸쭉하게 흐르다 공복에 출렁이던 강화 인삼 막걸리, 얼큰한 기운에 바닥에 등 깔고 비벼대다 꾸벅이는 그 순간마저 섬 여행의 포괄적 낭만이라 했던 시절 이야기다.

선수항에서 볼음도, 아차도, 주문도 느리항을 운항하는 삼보12호.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주문도 가는 길.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주문도 해안은 조석간만의 차가 심하며 갯벌의 발달이 탁월하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그러던 2021년 3월, 외포리(강화 외포리- 주문도 느리항) 항로가 폐쇄되고 ‘선수항’에서 주문도 남쪽 ‘살곶이’까지의 항로가 신설되었다. 기존의 항로(강화 선수항-주문도 느리항)와 더불어 주문도로 가는 바닷길은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주문도는 볼음도, 아차도와 함께 강화군의 서도면을 이룬다. 조선 후기 임경업 장군이 중국에 사신으로 갈 때 이 섬에서 임금에게 하직하는 글을 올렸고 이때부터 물 가운데서 글을 올렸다는 뜻의 주문도(注文島)로 불렸다.

발길 닿는 대로 섬 한 바퀴…눈부신 해안과 들녘을 걷다
주문도는 강화 인근의 다른 섬처럼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어업이나 양식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대신 간척으로 생겨난 넓은 들 덕분에 주민 대부분이 벼농사를 주업으로 한다. 주문도 여행의 핵심은 해안과 들녘, 그리고 마을로 이어지는 섬 트레킹이다.

해당화군락지와 넓은 갯벌을 지나는 강화나들길 12코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주문도의 한적한 해변.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길은 강화 나들길 12코스, 서도 1코스에 속한다. 총길이 11.3km에 탐방 시간은 세 시간 남짓이지만, 굴곡이 없고 편안히 걸을 수 있어 난이도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섬 전체를 둘러 햇살 파닥이는 고운 해변과 계절 향 짙은 들녘을 따라 눈으로 즐기며 걷는 섬 길은 트레커들에게 멋진 추억과 감동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섬에 왔으니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은 당연지사, 해당화 곱게 핀 언덕, 벤치와 어우러진 풍경 또한 평화롭고 정겹다. 뒷장술해변은 어패류의 보고다. 썰물이 되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의 갯벌이 드러나는데 바지락부터 대합까지 실로 다양한 어패류가 잡힌다.

드넓은 평야에서 생산되는 주문도 쌀은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마을에서 바닷가로 이어진 비포장 시골길.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주문도에는 2개의 마을이 있는데 그중 봉구산(146m) 기슭의 주문1리는 큰 마을이다. 그 초입에 있는 서도 중앙교회는 한옥 풍의 2층 건물로 분위기가 무척 고풍스럽다. 1905년 문을 열고 1923년 순수 교인들의 헌금으로 개축되었으나 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 고유의 목조건물 형식을 바탕으로 서양교회를 건축했다는 데서 인천시 문화재로 지정·보존되고 있으며 기독교인들의 순례지로 사랑을 받고 있다.

대빈창의 울창한 솔숲은 오래전 방풍림으로 조성된 것이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붉은 노을과 함께하는 낭만적인 캠핑.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대빈창의 붉은 노을
대빈창은 주문도를 대표하는 해변으로 폭 80m에 길이만 무려 2km에 달하는 대형 해변이다. 빛이 들어오지 않을 만큼 빼곡한 소나무 숲과 축구장 크기의 천연 잔디밭이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다. 사실 대빈창의 자연은 소소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60년대 방풍을 목적으로 뿌렸던 솔씨가 세월이 지난 후 울창한 숲으로 변모한 것이다. 대빈창은 캠핑, 해수욕, 갯벌체험은 물론 강화나들길 12코스마저 지나가는 주문도 최고의 명소다. 그러다 보니 주문도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게 된다. 게다가 이곳은 일몰 스폿으로도 유명하다. 대빈창의 일몰은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일 만큼 유난히 깊고 진하기 때문이다.

대빈창 앞바다의 분지도 너머로 곧장 떨어지던 붉은 하루 해.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해넘이를 감상하고 있는 여행객들. 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20여 년 전 가족과 함께 처음 주문도를 찾았을 때 여객선 선장의 집 한 칸을 빌려 머물렀던 곳이 바로 대빈창 마을이었다. 변변한 민박이나 식당 하나 볼 수 없었던 시절, 하지만 무진장 널렸던 조개류와 대나무 낚싯대만 드리우면 별다른 수고 없이 올라왔던 망둥어 때문이었을까. 대빈창에 대한 기억은 늘 푸짐했다.

하루가 수평선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삶이 거듭될수록 거침없는 시간의 쓰나미, 오랜만에 예쁘게 내린 저녁을 보았다. 대빈창의 물이 완전히 빠지면서 광활한 갯벌도 모습을 드러냈다. 해변에 캠핑 체어를 펼치고 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더욱 자유로워지는 섬여행의 아이러니. 건너편의 무인도까지도 꾸역꾸역 발목을 끄집으며 건너갈 만했겠지만, 뻘 속에 담긴 수많은 먹거리를 상상하면서도 그저 바라만 본다.

주문도 여행 팁

여객선
강화 선수항 -> 주문도 느리항 (1일 3회 / 35분 소요)
강화 선수항 -> 주문도 살곶이 (1일 3회 / 1시간 15분 소요)
삼보해운 (032-932-6619)

트레킹
강화나들길 12코스(서도 1코스, 11.3km /3시간)
주문도 선착장(느리항) -> 배너머고개 -> 주문저수지 -> 서도초중고입구 -> 서도중앙교회 -> 해당화군락지 -> 살곶이 -> 뒷장술 -> 고마이 -> 대빈창 -> 느리선착장

캠핑
최근 대빈창과 뒷장술에 데크를 설치했다. 마을자치회에서 여름 성수기와 주말에 화장실과 샤워장을 관리하는 대신 이용요금(데크 50,000원, 노지 30,000원)을 받는다. 하지만 그 밖의 계절에는 캠핑이나 차박 하는데 크게 제한을 받지 않는다. 주문도에는 2곳의 마트가 있다. 규모가 큰 하나로마트는 평일만 문을 연다. 주말 캠핑을 위해서는 식자재를 미리 구입해서 입도하는 것이 좋다.

FOOD
누구라도 해루질에 나서면 어렵지 않게 어패류를 채취할 수 있다. 단 백합의 경우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으며 조개류의 반출이 금지되어 있으니 먹을 만큼만 채취해야 한다.

주문도는 벼농사가 대규모로 이뤄지는 섬이다. 그런 이유로 대개의 식당들은 직접 농사지은 쌀로 밥을 짓는다. 밥상에는 백합, 조개, 소라, 게 등 갯벌에서 잡히는 식재료들이 항상 올라온다.

STAY
펜션과 민박을 포함해 10곳 이상이 운영된다. 대부분 주문 1리와 느리선착장(주문도항) 주변에 집중돼있으며 식당을 겸하는 곳들이 많다. 주말과 휴가철에는 많은 관광객이 섬으로 들어온다. 따라서 예약은 서두르는 편이 좋다.

출처 여행스케치 김민수 섬 전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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