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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설렁 만들어 '막'?.. 금방 만들어 '막'이래요!

작성자팔도유람|작성시간24.03.12|조회수53 목록 댓글 0

고기리막국수

강원 지역의 막국수를 모아봤다. 사진 위부터 서울의 봉평이네막국수, 횡성의 장가네막국수, 양양의 범부메밀국수, 춘천의 춘천동해막국수. 하나같이 막국수에서 구수하고 진한 메밀향이 느껴지는 곳들이다.

 

■ 강원도 명물 음식 ‘막국수’

집집마다 국수틀로 메밀면 뽑고

동치미나 꿩·닭 육수에 말아

김치나 채소와 쓱쓱 비벼 먹어

취향따라 양념 간장·설탕 넣기도

최근 ‘들기름 막국수’ 다시 유행

메밀전 찢어 국수 싸먹으면 별미

바싹 부친 녹두부침 곁들여도 좋아

 

굳이 제철을 따지자면 햇메밀을 수확하고 무에 맛이 드는 초겨울부터가 막국수와 냉면의 제철이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막국수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막국수는 강원도 명물 음식이다. 강원도를 비롯해 강원권에 접한 경기도 일부에서 먹던 메밀국수를 뜻한다. 집에서 분틀(국수틀)로 뽑아 만들어 먹던 음식이니 조리법이야 가가호호 각양각색이다. 원래는 물 막국수, 비빔 막국수 구별도 없다. 동치미 국물이나 육수에 자작하게 말아 김치를 얹거나 오이, 가지 등 여름 채소를 올려 들기름에 쓱쓱 비벼 먹는 게 일반적이다. 물 막국수란 여기다 시원한 우물물을 부어 후루룩 마시는 것이다.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 2017년 펴낸 ‘음식명에 붙는 접두사 막에 대하여’(이병기 저)에 따르면 막국수 이름은 ‘막(just·금방 만들어 먹는)’ 국수에서 나왔다. 설렁설렁 만들었다는 ‘막’이 아니다. 쌈을 싸먹는 데 쓰는 막장도 그렇다. 오래 숙성시켜 간장을 빼지 않고 메줏덩이를 바로 갈아, 이레에서 열흘 정도 익혀 만드는 ‘속성’이라 막장이라 불렀다. 막걸리도 같은 원리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꿩이나 닭 육수를 쓰면 더 좋았지만 없으면 양념간장 맛으로도 푸짐하게나마 먹으면 됐다. 취향에 따라 설탕을 넣기도 한다. 강원도 전통 방식으로 운영하는 집에 가면 테이블마다 설탕 종지가 올려져 있고 이따금 강원도 토박이 손님이 와서 설탕을 하얗게 뒤덮을 정도로 부어 먹기도 한다. 가장 간단하게는 들기름과 간장, 김가루 정도만으로도 비벼 먹을 수 있는데 요즘 ‘들기름 막국수’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분틀로 압출해서 메밀 면을 뽑고 동치미나 고기 육수에 말아내는 음식, 추측했듯이 막국수는 냉면의 한 형태다. 아니 냉면이 막국수의 한 갈래일지도 모른다. 평양냉면도 원래는 그저 국수라 불렀다. 한자 쓰기 좋아하는 이들이 냉면(冷麵)이란 이름을 붙였다.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냉면, 좀 더 투박하고 서민적인 냉면이 막국수인 것이다. 막국수 잘하는 집을 13집 찾아봤다. 처음엔 14집 상을 차려보려고 했는데, 한 집은 죽어도 자기가 파는 게 냉면이란다.

 

◇고기리막국수 = 휴일 평일 할 것 없이 늘 문전성시를 이루며 막국수계의 지존으로 꼽히는 집. 깔끔한 육수와 고함량 메밀의 구수한 면발로 소재지인 용인은 물론, 수도권을 휘어잡았다. 폭신하고 촉촉한 수육에 더해 청량감을 만끽할 수 있는 딱 적당한 온도의 막국수 한 그릇을 위해 먼 길과 긴 대기시간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집. 최근 오뚜기에서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들기름막국수를 즉석식품으로 출시했으니 바쁜 사람들에게 딱이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이종무로 157. 8000원. 즉석 막국수 4개들이 1만6000원.

 

◇미가연막국수 = 평창, 그것도 봉평. 메밀밭 인근에서 맛보는 막국수가 일품인 집이다. 따로 제분기와 제면기를 두고 그날그날 말아내는 100% 순면 면발이 가히 최강급이다. 강원도식으로 비벼 먹다가 육수를 부어, 발우공양 하듯 싹 비우면 된다. 모든 메뉴에 메밀싹을 수북이 얹어준다. 항산화 물질인 루틴 함량이 더 많은 쓴메밀을 사용한 이대팔, 육회를 올려내는 막국수도 있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 기풍로 108. 육회막국수 1만5000원. 이대팔 1만 원.

 

◇범부메밀국수 = 양양하면 바다지만 일부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 차를 내륙으로 돌린다. 범부리에 유명한 막국숫집이 있다.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와 김가루를 수북이 얹어주는 국숫집으로 어찌 알고 점심때마다 주차장이 가득 찬다. 두꺼운 순메밀 면발은 씹을수록 담백하고 구수한 향이 나고 비빔양념이나 육수 역시 향토 색채가 확 풍긴다. 비빔국수를 먹다 육수를 부으면 두 가지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보들보들한 메밀전을 찢어 국수를 싸먹으면 향이 더하다.

강원 양양군 서면 고인돌길 6. 7000원.

 

◇강산막국수 = 태백에서 인기를 모으는 집. 국수도 국수지만 수육과 촉촉한 감자부침과 녹두부침이 최고의 막걸리 안줏감으로 입소문이 났다. 국수는 검고 굵은 메밀 면발을 말아 김가루와 오이채를 한가득 올려준다. 시원한 육수는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숨었다. 삼겹살을 보드랍게 삶아낸 수육도 별미다. 바싹 부쳐낸 녹두부침은 막국수 고명으로 올려 곁들여 먹으면 좋다.

강원 태백시 서학1길 79. 국수 7000원. 부침 8000원.

 

◇송암막국수 = 원주에서 막국수 맛집으로 소문난 집. 비주얼은 평양냉면 스타일인데 육수가 보다 진하다. 고깃국물에 동치미를 섞어 까무잡잡한 메밀면을 말아낸다. 살얼음이 살짝 낀 육수는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뒷맛을 내며 면발은 메밀 100%면보다 졸깃하고 탱글한 식감을 강조한다. 비빔국수 역시 간이 세지 않은 강원도식이다. 양도 적잖이 주는 덕에 매콤새콤한 김치가 든 메밀전병(총떡)을 하나 주문해 여럿이 함께 즐기면 적당하다. 강원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 925-3. 8000원. 전병 1만 원.

 

◇상동막국수 = 영월 서부시장 옆 막국숫집. 오로지 막국수만, 그것도 비빔·물 구분 없다. 매운 정도를 정할 수 있는데 육수로 조절할 수 있으니 ‘맵부심’ 있는 이라면 맵게 해달라 하면 된다. 양념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깊은 풍미가 숨어 있다. 김가루며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 깨소금 등이 한꺼번에 화끈한 맛으로 폭격한다. 쫄깃한 면발을 여러 번 씹다 보면 양념은 씻겨나가고 구수한 메밀향이 섞이면서 비로소 완성된다. 처음엔 그 화려하고 강한 맛에 먹다가 육수를 부어 그 숨은 맛이 드러나면 그걸로 마무리.

강원 영월군 영월읍 은행나무길 6. 7000원.

 

◇철원막국수 = 터미널 인근 마당을 품은 재래식 가옥에서 무려 60년을 영업해온 집. 직접 메밀로 뽑아낸 면과 꿩 육수를 이용해 화려하고 푸짐한 막국수를 낸다. 새콤하고 진한 육수에 국수를 말고 짠지와 삶은 달걀 등 꾸미와 참깨가루를 수북이 얹어낸다. 맵싸한 양념이 기본적으로 들어 있어 강렬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집. 녹두빈대떡과 찐만두도 맛이 좋으니 배를 조금 무리해서라도 맛봐야 한다.

강원 철원군 갈말읍 명성로 158번길 13. 8000원.

 

◇강릉삼교리막국수 = 심심하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맛있어 그 자체로도 막국수의 전형으로 꼽히는 집이다. 슬러시처럼 살짝 얼린 동치미를 따로 내주면 알아서 국수에 끼얹어 먹으면 된다. 정석대로 특별히 강한 맛은 들지 않았지만 상쾌한 동치미 국물 속에 잠긴 무는 정말 맛있다. 순도 높은 굵은 면발을 후루룩 빨아들인 후 아삭한 무를 한입씩 베어 물면 달곰하고 구수한 향이 서로 섞여들며 행복감을 남긴다. 얇고 투박하게 부쳐낸 메밀전과도 궁합이 좋다. 일산에도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로 38. 8000원.

 

◇춘천동해막국수 = 강원도 온 동네가 다 나오는데 정작 춘천이 빠질 수는 없다. 높이 똬리를 튼 메밀국수 위에 김가루, 참깨가루, 배, 무채, 양배추 등 호화스러운 꾸미를 수북이 올려낸다. 강원도 산골 스타일은 아니다. 도회적 느낌. 열무김치가 맛이 좋아 함께 곁들이면 식감의 조화가 좋다. 육수가 좋다. 대접에 입을 대고 마시면 후련해진다. 겨자나 식초를 넣지 않아도 이미 완성된 느낌이다. 닭갈비집에서 후식으로 먹는 쟁반막국수와는 전혀 다르다. 옹심이, 장칼국수 등 많은 강원도 토속 메뉴를 취급하지만 역시 막국수가 으뜸으로 적혀 있다.

강원 춘천시 퇴계로 23. 8000원.

 

◇봉(평)이네막국수 = 드디어 서울이다. 1년 내내 메밀국수를 뽑아내 차갑고 뜨거운 육수에 말아 막국수를 내는 집이다. 계란, 김가루, 채소, 고추장, 참깨, 들깨가루, 무김치를 넣은 냉(물)막국수와 멸치국물에 깔끔하게 말아내는 온 막국수가 있다. 전문점답게 메밀 함량이 높아 국수 향이 좋다. 삶아낸 정도도 기막히다. 쪼르륵 빨아들이면 입술 앞에서 춤을 춘다. 온막국수는 먹는 도중에도 계속 익어가니 좀 덜 익혀서 내고, 물막국수는 제대로 삶아 차가운 냉수에 식혀 식감을 살린다. 과하지 않은 맛의 육수가 은근히 입맛을 사로잡는다. 달곰한 듯 담백하다.

서울 영등포구 양산로 97-2. 7000원.

 

◇교화 = 덕이동 메밀막국수집으로 유명하다. 메밀 함량이 높고 퍼지지 않게 제대로 잘 삶아낸 메밀국수를 시원하고 고소한 특제 육수에 말아준다. 비빔국수 역시 ‘요즘 냉면’처럼 시거나 달지 않아 좋다. 강원도 산골 정선 쪽 투박함을 편안하게 수도권에서 맛볼 수 있다. 기분 좋게 달곰한 수수부꾸미와 얇게 부쳐낸 메밀전도 막국수와 잘 어울린다. 메밀향 구수한 면수도 조금씩 마셔가며 차가운 국수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어느 하나 지나침이 없다. 한 그릇에 중용의 덕이 들어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경의로 847-5. 8000원.

 

◇춘산메밀꽃막국수 = 메밀막국수의 남방한계선이렷다. 충남하고도 공주에서 메밀막국수로 유명한 집이다. 육향 가득한 육수가 좋다. 김가루도 참깨도 도저히 해치지 못한다. 꽤 화끈한 비빔국수 양념도 차갑게 먹으면 이열치열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입맛이 당장 살아난다. 무김치와 백김치를 따로 주는데, 이것도 별미다. 구수하고 달곰한 무와 새큼한 김치가 맛을 보다 풍성하게 꾸민다. 양도 많은 편이지만 삼겹살 수육이나 빈대떡, 메밀전병을 함께 곁들여야 한다. 메밀은 배가 쉬 꺼진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금벽로 1336. 8000원.

 

◇장가네막국수 = 꿩만두가 분명히 적힌 메뉴판이 이 집이 강원도 토속음식점이라는 증거다. 100% 순메밀만 써 하얀색 면발을 자랑한다. 메밀싹을 올리고 깔끔하고 시원한 육수를 말아내는 집. 속초식(사실은 함흥식) 명태회를 곁들인 메뉴도 있다. 매콤한 명태회도 면발과 잘도 어울린다. 별다른 고명이나 양념이 세지 않아 면을 씹을수록 우러나는 메밀향을 즐기는 국수다. 면발이 부드러워 아삭거리는 메밀싹의 식감과 조화가 좋다. 따로 내주는 육수로 물과 비빔 스타일로 조절할 수 있다. 삼겹살 수육도 곁들이지 않으면 섭섭할 만큼 맛이 좋다.

강원 횡성군 횡성읍 한우로 116. 7000원. 명태회막국수 8000원.

 

<이우석의 푸드로지> 놀고먹기연구소장 
출처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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