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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의 예술품으로 채운 밀라노 갤러리스트의 집

작성자안초공|작성시간22.09.08|조회수35 목록 댓글 0

동시대의 예술품으로 채운 밀라노 갤러리스트의 집

 

예술적 감성으로 가득한 도시 밀라노에 위치한 갤러리스트의 집. 자연을 닮은 색으로 벽면을 채우고 동시대의 예술품과 엄선한 가구들을 조화롭게 배치한 결과 1930년대 아파트는 세상에서 하나뿐이자 가장 프라이빗한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왼쪽부터) 갤러리스트인 마르티나 시메티(Martina Simeti)와 작가로 활동하는 남편 압두라만 와베리(Abdourahman Waberi), 아홉 살 된 딸 베레니스(Bérénice).

서재에서 바라 본 다이닝 공간. 마리오 체롤리(Mario Ceroli)가 만든 로사 데이 벤티 테이블이 놓여 있다.

벽면의 그림부터 스툴, 카펫에 이르기까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작품들로 채워진 거실. 소파 뒤 미모사 에샤르(Mimosa Echard)의 2021년 작 라 블레스(La Blessure)가 공간 전체에 화사한 분위기를 더한다. 소파 앞 둥근 스툴은 크리스티안 안드레센(Cristian Andersen)의 2020년 마카롱 스툴, 카펫은 게르만스 에르미치(Germans Ermis)의 작품, 소파 옆 푸른 스툴은 1970년대 막스 빌(Max Bill) 작품, 그 위 조형물은 나이지리아에서 구입한 것.

말리의 전통적인 가옥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흙색을 재현해 벽면을 페인팅한 복도. 복도의 끝에 마주 보이는 벽면에는 마르티나의 사촌인 프란체스코 시메티(Francesco Simeti)의 작품을 벽지 패턴으로 제작한 ‘Gigli, Gladioli, Briganti and Emigranti’를 발랐다.

거실에서 복도를 건너면 나오는 마스터 침실의 벽면도 복도와 같은 색으로 채웠다. 침대 위에는 로팅딘 바자르(Rottingdean Bazar)가 니들 펀치 기법으로 제작한 울 담요가, 벽면에는 브루노 무나리(Bruno Munari)의 콜라주와 투리 시메티의 트레 오발리 도라티(Tre ovali Dorati), 피에로 도라치오(Piero Dorazio)의 캔버스 유화가 걸려 있다. 침대 아래쪽 유리와 황동, 패브릭으로 제작한 조형물은 프란체스코 시메티의 작품.

 

삶이 시작된 도시, 밀라노

이탈리아 밀라노는 패션과 문화예술의 중심이자, 경제 수도이다. 세계 3대 성당 중 하나로 손꼽히는 두오모 성당을 비롯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했다는 스포르체스코성 등 건축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과 다민족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져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을 자아낸다. 그런가 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역작인 ‘최후의 만찬’을 볼 수 있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을 비롯해 세계 최고의 오페라 무대인 스칼라 극장, 브레라 미술관까지 도시 곳곳에서 예술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 도시의 풍부한 예술적인 영감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갤러리스트 마르티나 시메티(Martina Simeti)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밀라노에서 현대미술의 세계에 흠뻑 빠져 자랐다. 시칠리아 출신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그녀의 아버지 투리 시메티(Turi Simeti)와 연극 기획자인 어머니 카를라 오르텔리(Carla Ortelli)는 그녀를 데리고 밀라노 곳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예술작품과 오페라, 연극 등을 경험하게 했다.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갤러리를 운영하는 갤러리스트가 됐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그렇게 사랑했던 고향인 밀라노를 떠났다. 좀 더 많은 곳에서 삶과 예술적인 시각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볼로냐에서 현대사를 공부했고, 유네스코에서 중요한 국제 프로젝트 관리를 담당하며 세네갈에서 4년, 파리에서 15년을 살기도 했다. 그렇게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살기를 30년, 결국 다시금 그녀가 선택한 정착지는 밀라노였다. “이제는 밀라노에서 살았던 기간보다 밀라노를 떠나온 날들이 훨씬 많아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는 삶도 좋았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에선 늘 밀라노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며 살 수 있게 만들어준 곳이니까요.”

이 집에서 유일하게 완전히 새롭게 단장한 주방.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 마감재, 원목 식탁과 가죽 벤치 등 다양한 소재를 매칭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알베르토 가루티(Alberto Garutti)의 카펫이 깔린 서재. 1950년대 라탄 암체어와 맞춤 제작한 테이블 등 고심해서 고른 가구와 예술품으로 가득 채웠다.

예술과 현실 사이를 채운 꿈

30년 전 홀로 밀라노를 떠났던 마르티나는 이제 작가로 활동하는 남편 압두라만 와베리(Abdourahman Waberi), 아홉 살 된 딸 베레니스(Bérénice)와 함께 돌아왔다. 그녀가 밀라노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과 가족이 살 집을 구하는 것. 이전 파리에서 살던 좁고 빽빽한 건물들로 둘러싸인 집에서 답답함을 느꼈던 그녀와 가족은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집을 원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창문 밖으로 하늘과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담기는 1930년대 지어진 아파트. 현대 예술품을 사랑하는 그녀는 이 집을 리노베이션할 때 자신의 집도 예술품들을 전시하기에 손색없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다양한 예술품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면서도 공간 자체 또한 예술적이길 바랐어요. 그러기 위해 주목한 것은 컬러입니다. 컬러는 장식적이면서도 건축이나 예술 작품과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요소니까요.” 완전히 새로 단장한 주방을 제외하고 다른 부분들은 크게 바꾸지 않았다. 그 대신 캔버스가 된 집을 배경 삼아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중립적인 회색, 하늘의 푸른색, 열대의 이국적인 흙색, 식물의 싱그러움을 담은 녹색 등 다양한 색상을 조화롭게 펼쳐놓았다. 여기에 엄선한 가구와 그녀가 소장한 작품들을 배치해 그녀와 가족만의 개성 있는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이렇게 완성한 집에서 그녀는 얼마 전 예약을 통해 방문하고 관람할 수 있는 첫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집을 옮기면서 가까운 곳에 갤러리를 오픈할 준비도 함께 하고 있었어요. 갤러리 오픈이 늦춰지면서 집에서 가볍게 전시를 시작해보았죠.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것이 중단됐지만 예술적 관계망이 촘촘한 밀라노였기에 가능했던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동시대의 작품을 사랑하고, 예술과 현실 사이의 특별한 관계에 관심을 기울였던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는 이 순간은 사랑하는 도시와 집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벽면은 그린과 옐로 투톤으로, 바닥은 분홍색 마졸리카 타일로 마감해 개성 있게 연출한 욕실. 메이크업 램프는 파올레 나보네(Paola Navone)가 디자인한 것.

 

에디터  한정은

포토그래퍼  Helenio Barbetta

출처 리빙센스www.smlounge.co.kr/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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