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넘버 1566-9399
장소 경남 김해시 생림면 나전로 137-31
애완동물 장례식장 <별이 되다>
그 폭염 속에서 비록 주차장 지붕의 그늘이긴 하지만
세상이 펄펄 끓고 있었다.
한 쪽 면만 제외하곤 5각형 주차장 건물의 4면은 기둥만 있고
틔여 있었기에
어지간하면 바람이 충분히 드나들 법도 했지만
지리적으로 무풍지대가 아닌 위도에 있는 대한민국.
우리들의 세상은 작은 바람 한 줄기 없는 폭염의 무풍지대였기에
주차장 속 나의 공간도 무풍지대였다.
평화로운 무풍지대가 아닌 온갖 기류가 요동하면서
서로의 힘을 견제하느라 경계면만 바람이 일지 않는 무풍지대.
무풍지대의 적도 인근 나라를 여행한 적 있다.
늘 적도가 그리웠던 나는 배로 무풍지대를 통과하면서
그 낯선 그리움에 눈물을 글썽였던 적 있다.
그런데 무풍지대가 아닌 위도에서 바람 한 점 없는
폭염의 주차장 바닥에 가랭이를 찢고 앉아
그냥 더위도 느끼지 못한 채 한 생명과 이별하고 있었다.
무풍지대가 아닌 세상에서 무풍지대 속의 폭염.
그 안에 갇혀
바닥에 가랭이 찢기를 하며 주저 앉은 내 무릎을 베고 누워
거친 호흡을 하는 마루의 머리를 바닥에 내려놓고 들어온 나는
인터넷에서 부산 경남 지역 동물 장례식장을 검색하곤 했다.
그냥 이렇게 이별하는 거다.
이 더운 날씨에 사체에서는 이내 구더기가 생길 것이다.
구더기가 생기기 전에 마루의 사체를 처리해야 한다.
마루와 이미 마음 속으로 이별한 나는 냉철해졌다.
감상에 빠지는 것은 마루의 사체를 처리한 후에 하자.
나는 한낮의 폭염 속에서 마루의 동공에 빛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이내 감상에서 빠져 나왔다.
마루와의 13년 세월의 물 속으로 자맥질하여 들어갔다가
물밖으로 나오는 행위는 생각보다 쉽고 간단명료했다.
남편은 정부에서 연수비의 2/3를 보조하는 해외 연수를 떠났다.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남편과 나는 마루의 죽음을 마음 속으로 예견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이제 와서 돈도 다 낸 연수를 물릴 수도 없고,
이 일을 어짜면 좋노?
남편은 떠나면서 말했다.
난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 오라고 했지만
20킬로가 넘는 대형견 풍산개 마루의 사체를
이 한 여름에
한 쪽 다리에 통깁스를 한 68세 노파의 몸으로 처리하는 것은
완벽하게 불가능했다.
새벽 두 시였는데
동물 장례식장 <별이 되다>에서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만 하면 24시간, 언제든지 출동하여 사체를 처리하여 화장한다고 했다.
견주가 차에 동승해도 되지만 돌아갈 때는 데려다 주지 않고,
택시를 불러주거나 버스 정류소까지만 데려다 준다고 했다.
가격은 등급이 천차만별이었다.
가장 저렴한 등급은 사체를 창호지로 감싸는 것이며,
유골함도 종이상자라고 했다.
난 가격을 결정하지 않았다.
<별이 되다>
동물 장례식장 이름치고는 진부하면서도 진부하지 않았다.
<천국>이니, <사랑>이니 <그리움>이나 <피안>이나 <안식>이나 <평화> <이별>처럼
삶과 죽음, 즉 생명이 붙어 있을 때의 사랑과 떠난 후의 이별이
포함된 세상을 의미하는 명사들 앞에
<영원한 안식>이라든가 <아름다운 이별> 같은 수식어가 붙은 진부한 장례식장들과 달리
명사가 아닌 주어와 술어가 있는 문장을 가진 장례식장 이름은
결코 진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죽으면 별이 된다는 발상은 너무나 진부하였다.
별이 되기는 개뿔.
거대하고 광막한 우주에서 티끌 만도 못한 존재인 지구에서 잠깐 살다가 가는 목숨이
지구의 수백배, 수천배, 수억배나 되는 별이 된다니......
가당키나 한가?
죽은 목숨이 별이 된다는 절대로 불가능한 이름 <별이 되다> 덕분에
나는 마루의 사체가 순식간에
허연 구더기로 덮일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안도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순정 작성시간 25.07.07 반려견을 키우시는 분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겁니다
모쪼록 냉철하게 이별 잘 하시기 바랍니다
주인 잘 만나 한세상 사랑 받으며 살아온 마루
편히 잘 가라고 마음으로나마 토닥 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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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귀리 작성시간 25.07.07 마루 아직 안간거죠?
장례식장 전번 알아 뒀으니 됐네요.
우리는 먼저간 반려견들
박스상자에 애장품들과 같이 넣어 선산에 묻었어요.
우리 순이는 18살인데
관절은 아직 성성하지만
입맛이 까다로워 져서..
걱정이긴 하네요. -
답댓글 작성자자몽 작성시간 25.07.07 별이 되다의 주차장의 무풍지
댁까지 언급하셨으니 그기까
지 가신거고 마루는 별 나라에
갔지 않을까요.
이런 이별은 또 다른 슬픔이
오래 갑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