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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에서

꼴랑 며칠 있었다고

작성자종이등불|작성시간26.05.05|조회수111 목록 댓글 18

조금 전, 남편이 깨어나 한 말.

-당신은 무슨 잠을 그리 자노?

어제 하루 종일 자더라.

 

어제 낮엔 내내 잤다.

남편이 어머님이 계시는 요양병원에 가기 전, 

캐리어에서 면도기를 찾을 때와

회를 한 관 도시락 주문해 와서 먹을 때와

전화가 오거나 했을 때를 제외하곤......

 

그리고 새벽 한 시 몇 분에 깨어

카페 글 읽고......

 

자고 나니 여독도 다 풀려버렸다.

 

알래스카에선 그렇게 시차에 적응하지 못하던 남편.

우리 나라에서 내가 시차 부적응을 겪고 있다.

 

알래스카에서 돌아오자 남편은 밤에 잘 잔다.

 

-아무래도 당신은 K체질이고 난 A체질인가 봐요.

미국에선 시차란 걸 몰랐는데, 이곳에 오니 시차 적응이 안되네요.

 

-그래, A체질 잘 났다. 꼴랑 며칠 있었다고.

우린 웃었다.

 

꼴랑 며칠이 무섭단 걸 알았다.

그렇게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던 나.

밀양 오는 열차를 기다리면서 서울역 대합실 무슨 복집인가?

암튼 한식점에서 우린 육개장을 시켰는데

매워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식당에서 육개장이 나오면 오히려 고추가루를 추가해서 뿌려 먹던 나.

딸랑 며칠 있었다고 

매운 음식을 못 먹다니......

 

사실, 난 한국 음식이 하나도 그립지 않았다.

남편은 시원한 컵라면 하나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지만.....

 

칼칼하고 매운 음식을 그리워하던 남편도

육개장이 매워서 못 먹겠다고 물 부어 조금 먹었다.

 

꼴랑 며칠 있었다고

산해진미만 먹다가

한국에 오니 

한국 음식. 

맛 없어 못 먹겠다.

그 좋아하던 회도 초고추장이 매워 못 먹었다.

 

국뽕 중독이 강하다 생각했던 나.

국뽕 아니라는 걸 인정한다.

 

아참,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일.

 

나이트 클럽 쇼셜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막춤을 추는데

갑자기 무슨 여자, 무슨 여자 하는 노래가 나왔다.

사람들이 따라 불렀다.

나도 들어본 적 있는 노래다.

그러나 나만 한 소절도 따라 부를 수 없었다.

여자 부분만 힘주어 따라 불렀다.

 

그 다음에 오빠는 강남 스타일 노래가 나왔다.

모든 사람들이 영상 뮤직 화면에 나오는 말 타는 흉태를 내면서

춤 추며 노래했다.

그 유명한 오빠는 강남 스타일 노래랑 춤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나게 췄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그리고 내 앞에 있는 뚱뚱한 흑인 여자에게

음악보다 큰 소리로 말했다.

저 노래는 한국 노래고, 나는 한국인이라고.....

오, 원더풀.

여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내가 원더풀한 건지, 강남 스타일이 원더풀한 건지 모르겠지만

뒤 돌아서 다른 백인 남자에게도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임 프롬 코리아, 아임 코리안

댓 뮤직 이스 코리안 팝.

오빠는 강남스타일.

음악보다 크게 막막 고함 지르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뚱뚱한 백인 남자도 원더풀, 원더풀.

연신연신 원더풀을 외쳤다.

내가 원더풀한 건지 오빠는 강남스타일이 원더풀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모두 오빠는 강남스타일을 유창한 한국어로 넘넘 잘 부르면서

신나게 춤 췄고,

난 <오빠는 강남 스타일>부분만 꽥꽥 고함지르면서

신나게 따라 부르며 춤 췄다.

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노래,

다 따라 부르는 노래, 오빠는 강남 스타일도 

겨우 말타는 동작과 <오빠는 강남 스타일> 부분의 가사만 아는 나는

국뽕 아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K문화, K푸드가 세계적으로 유행인데

왜 이러지?

 

K푸드라는데 난 영 아니다.

꼴랑 며칠 있었다고......

혀가 참 간사하고,

사람의 몸이 참 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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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종이등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06 오늘 아침에 텃밭에서 취나물 어린 순,
    방풍 어린 순 뜯어서
    위의 양념에 초고추장과 통깨 첨가하여 무쳐서 먹었어요.
  • 작성자흙 나무 | 작성시간 26.05.05 잘 다녀 오셨군요
    우린 여행가면서 꼭 컵라면 두어개 가져갑니다
    현지 음식 먹다가 살짝 지칠때 라면 한개는
    생기를 불어 넣어주니 꼭 챙겨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종이등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06 그렇잖아도 컵라면 가져 가려다가
    짐이 많아서......
    입지도 않은 제 롱 원피스와 바지 하나, 그리고
    롱 스카트와 쉐터 하나만 뺐어도 컵 라면 다섯 개도 가능했는데.....
  • 작성자누갈다 | 작성시간 26.05.06 차 ㅁ, 재밌어요~~~~^^*
  • 작성자초막 | 작성시간 26.05.06 어휘가 풍부하여
    생각을 자유자제로 잘 구사 하십니다
    선생님이여서.???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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