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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에서

청총과 별

작성자종이등불|작성시간26.06.15|조회수53 목록 댓글 5

낙안
춘래불사춘
 
중국의 4대 미인 왕소군의 심경을 노래한 한 시.
 
한국문학이나 중국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
지은이를 비롯한 그 소소한 사연은 몰라도 
춘래 불사춘, 봄이 왔으나 봄이 온 것 같지 않다는
유명한 싯귀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
 
날아가는 기러기도 한 여인의 미모에 넋을 잃고
떨어질(내려 앉을) 정도로 아름다웠다는 왕소군.
 
그녀의 무덤 이름이 청총이다.
푸른 무덤.
사막의 긴 겨울에도 풀이 시들지 않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
흉노족들은 한족인 그녀를 극진히 대우하였던 모양이다.
예외로 그 미인의 무덤을 아주 크고 화려하게 남겼다고 한다.
 
남편이 동갑카페 모임으로 정읍에 1박2일 여행을 떠났던 날.
남편이 출발하자
나도 1박2일, 남편이 돌아오기 전까지 실컷 울었다.
실컷 우울증과 무력감에 빠졌다.
 
마루 죽고 나서
그넘의 개새끼 한 마리 뒈졌다고 운다며,
청승도 이런 청승이 없다고
화를 내는 남편의 눈치 보느라
슬퍼도 울지도 못했다.
남편이 자리를 비우자
비로소 참고,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1박2일을 실컷 울고, 실컷 우울과 무력감에 빠졌다.
내 마음이 느끼는 대로.......
 
D언니는 애완견 몽룡이가 죽었을 때,
친정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울고, 더 슬펐다고 하셨다.
나도 그랬다.
애완견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자식만큼이야 아니겠지만 자식을 잃은 슬픔에 버금간다.
애완견도 가족이다.
 
다 큰 자식들은 제 맘대로 뿔난 짐승처럼 어미 말을 귓등으로 듣고,
어미의 관심을 귀찮아 하지만
내 무심하게 지나가는 손길 하나에도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듯 기뻐하는 애완견.
내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그 가엾은 목숨.
그냥 그렇게 1박2일을 보냈다.
 
가슴에 응결되었던 애통함이 녹는다.
남편이 돌아왔을 때,
난 우리 봄이 방장님이 떠났던 몽골의 초원을 생각했다.
초원과 사막 위로 뜨는 별을 생각했다.
우리 마루는 별이 되었을까?
 
몽골과 내몽골.
몽골은 중국에서 독립하였고,
내몽골은 독립하지 못하고 중국 영토인데
내몽골 자치구.
 
두 여행 프로그램을 비교해 봤더니
거의 흡사하다.
이를 테면 게르라던가, 사막 체험, 승마체험 등등.....
두 지역의 사막은 다르다.
내몽골이 중국이라서 호텔도 게르도 현대적이다.
무엇보다 울란바르토보다 호화호특은 비행시간이 짧다.
 
한 달 열흘 여 전,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 때, 시애틀에서 승선하면서
그 긴긴 논스탑 비행에 초죽음이 되어 돌아왔던 나.
이제 긴 시간 비행은 진저리가 난다.
 
내몽골을 결정하고 여정을 살펴 보았더니
간특한 화공 때문에 
낙안의 미모를 지녔음에도 흉노족에게 시집간 왕소군의 무덤이
옛 흉노족의 땅 내몽골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괘씸하지만 자신의 나라를 중화로 여긴 중국 한족들이
사방의 모든 민족들을 오랑캐로 칭하였으니
흉노족이면 북쪽 오랑캐, 북적인가?
 
우리 나라는 동쪽 오랑캐 동이족.
과거 역사 시간에 배운 괘씸한 중국의 시각으로 바라본
오랑캐에 관한 단어를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기억하여 발음한다.
 
동이, 서융, 남만, 북적.
 
한족의 나라라는 자부심으로 살던 중국에게
북쪽 오랑캐 북적은 심히 공포의 대상이었을 게다.
그 긴 겨울과 짧은 여름.
사막과 초원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유목민인 그들이 비옥한 한족의 땅을 괴롭히거나
그들의 땅에 왕조를 세우다니......
 
왕소군이 한족 왕조에서
친화의 목적으로 시집간 흉노는 한나라를 괴롭혔고,
선비족은 북중국을 차지했고,
거란족은 요나라를 세웠고,
여진족은 금나라를 세웠고,
몽골족은 원나라를 세웠으며
만주족은 청나라를 세우지 않았던가?
 
황량하고 긴 겨울을 가진 초원과 사막의 땅,
떠돌이 유목민 땅,
한족들이 멸시했던 북쪽 오랑캐의 땅, 몽골.
북쪽 오랑캐 북적의 땅에서
시대를 넘나드는 옛미인 왕소군의 무덤, 청총 앞에 서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난 작은 아들과 우리 카페 회원이신 동심 언니 부부와
북쪽 오랑캐 중의 한 민족인
흉노족의 옛 땅으로 떠나게 된다.
남편은 이번 여행에 함께 하지 못한다.
어머님께서 순 엄살로(그렇게 잘 드시면서) 내가 곧 죽을 것 같으니
멀리 가지 말라고
매일 남편에게 애소하기 때문이다.
 
흉노족의 옛 땅에서
나는 사막과 초원에 드러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며
별이 되어 떠난
마루의 별을 찾을 수 있을까?
비로소 마루를 떠나 보낸 슬픔을 완벽하게 내려놓고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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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지은이 | 작성시간 26.06.15 1박 2일을
    울수 있는 종등님
    잠 잘자는 종등님
    밥 도 해먹어도
    안해먹어도 되는(난 삼식이 ..ㅠ)

    맘만 먹으면
    어디든 뱅기 탈수 있는 종등님...

    아 부럽 부럽다
  • 작성자지은이 | 작성시간 26.06.15 몽골
    나두 코로나전
    다녀온곳
    그 쾌청함 ...
    넓디 넓은 초원의 야생화
    밤 하늘 별...
    지금 도 옆자락에 넘실그립니다 만...

    딸년 자전거 팀들에
    꼽사리 끼여서 놀다온곳...
    그곳이
    어딘지 모름요
    종등님 여행 길에 더 알기원합니다.

    알아봣자
    뱅기 탈수도 없는 입장이지만 ...ㅠ
  • 작성자오빈(양평) | 작성시간 26.06.15 내몽골로
    결정 하셨군요^^
    부디 잘 다녀 오시고
    한국에서의 모든 근심걱정
    그쪽 몽골에다 다 내려 놓으시고
    마루를 떠나 보낸 슬픔도 모두다 잊고
    새로운 기분으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ㅎㅎ
  • 작성자잉카 | 작성시간 26.06.15 세월이 가도
    안 잊혀지지만
    그래도 다녀 오세요

    기억이 나면 기억해 주고
    그 추억 속에서 사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요~

    애써 잊을 필요도 없이
    별빛 쏟아지는 밤에
    마루랑 대화하고 오면 좋을 것 같아요
  • 작성자아르테 | 작성시간 26.06.15 아이 강아지별에서 잘 놀고 있을 겁니다. 키우며 정주고 살지 않으면 그 심정 모릅니다. 지기님이 이해하시고 여행으로 마음 달래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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