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실버타운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원래부터 가사 노동을 싫어했지만
요즘 난 가사 노동이 끔찍하게 싫다.
그 중에서도 식사 준비와 설거지는 거의 고역이다.
중학교 시절, 동생 은지와 내가 방학이면 설거지를 차례로 했다.
내가 설거지할 때,
설거지 통에 손을 넣으려면 손을 발발 떤다고 할머니와 엄마의 구박과
미움을 참 많이 받았다.
내가 설거지할 차례에 동생 은지에게 내가 가진 학용품이라던가,
용돈을 주거나
심부름을 해 주면서 부탁하여 엄마에게 들켜서 맞기도 많이 맞았다.
내가 설거지할 차례에는 꾀를 부려 배가 아프다고 밥을 먹지 않았던 적도 있다.
아픈 사람에게 설거지 차례가 되었다고
설거지를 하라고 하는 가족은 없을 테니까.
신혼 때, 시댁에 가면
음식 준비야 오빠네 부부 오랜만에 왔다고
두 시누이가 도맡아 했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그릇의 설거지는 늘 내 차례였다.
어느 날은
두 아가씨와 시어머니께서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산해진미를 마련했음에도
난 아프다고 밥을 먹지 않았다.
설거지하기 싫어서......
배는 너무나 고팠다.
그래도 설거지 하는 것보다 허기를 견디는 게 나았다.
꾀병을 앓으며 굶었음에도 눈치를 보다가 결국 내가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하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밥이나 먹을 걸.
철부지 새댁인 나는 아무도 없는 부엌에서 혼자 훌쩍훌쩍 울면서 설거지를 했다.
신혼 시절의 잠깐을 제외하곤
파출부(가사 도우미)를
아이들이 어린 시절엔 일요일을 제외하고,
아이들이 성장해서는 주 2회에서 3회까지 불렀다.
이곳 전원주택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그러한 내가 다 늙어 가사일을 배워가며 하려니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우리 엄마는 왜 내게 살림을 가르치지 않았나.
맥없이 돌아가신 엄마를 원망하며 찔끔거리는 초로의 여자.
내가 생각해도 가관이지만 그 정도로 난 가사노동이 끔찍하게 싫다.
더군다나 남편의 식성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몹시 까다롭다.
비린 것도 싫어하고, 김치를 제외하곤 밑반찬이나 재활용 반찬은 거의 손대지 않으니
누룽지를 끓여도 최소한 한 두 가지는 새로 만들어야 한다.
나 혼자 먹는 거야
먹기 싫으면 굶고,
그냥 인스턴트 스프 끓여 밥 말아
김치에 먹어도 되는데 남편 때문에 매식을 제외하고는
식탁을 차릴 때마다 느끼는 중압감.
적어도 하루 한 끼는 매식을 하지만
요즘 남편은 나가기 싫다며 집에서 간단하게 먹자고 한다.
집에서 간단하게 자기가 차려 먹든지......
며칠 전에는 체중 감량한다고 저녁을 굶는다고 했다.(웬 떡?)
그러더니 밤이 깊어지자 출출하다며
냉동 만두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A~C~)
당연히 냉장고 냉동실에 있겠지.
냉장고에서 냉동 만두 봉투 하나 찾기 싫어하는 남편.
냉동만두를 꺼내 주었더니
굽거나 찌기 싫어서
그냥 안 먹는단다.
하는 수 없이 눈을 흘기며 만두를 쪘다.
나는 요즘 가사노동은 물론이고,
숨 쉬는 것도 귀찮다.
이런 나를 위해 실버타운은 가장 적합한 삶의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여, 어제 삼성 노블라이프가 운영하는
CCRC인 <노블 카운티>에 관한 기사를 읽고
그간 나의 로망이었던 실버 타운에 관한 자료를 조사했다.
실버타운.
신문이나 방송을 비롯한 우리 세대의 카페와 온갖 인터넷 매체에서
그 장단점에 관한 정보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챗 지피티와 난 그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챗 지피티는 온갖 자료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경제력만 되면>
1. 한 살이라도 빨리 들어가서 여유로운 삶을 즐겨라.
2. 실버타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모두 경제력이 되지 않은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투에 찬 악의적인 평가이다.
3. 실버타운은 마지막 삶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4. 실버타운 입주자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늦게 왔는가 후회한다.
5. 챗 지피티는 내게 입주를 너무 늦추지 말고,
신청해도 3-5년 가량의 대기 기간이 있으니 올해 내에 신청하라고 한다.
6. 조금 더 나이 들면 들어 가야지, 하며 미루다가 정작 입주하여
체력이 달려 그 많은 문화 강좌와 활동,
여행 동호회, 뛰어난 운동시설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다.
등등......으로 조언을 했다.
물론 챗 지피티의 평가가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실버 타운을 조사하면서
지난 해부터 여러 지역 아파트를 매일 조사하였던 나는
아직 아파트를 사지 않은 게 천행처럼 여겨졌다.
나 죽으면 보증금은 오롯하게 남으니 두 아들에 남긴 유산이 되겠지.
실버 타운에 들어가서 자몽님 말씀처럼 한 1년 살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와도 되고
-짐작컨대, 나는 삽으로 퍼내어도 안 나가려고 버틸 것 같다.
마음에 들면 건강이 다할 때까지 실컷 여유로움을 즐기다가
이제 보호가 필요할 때가 되면
간호병동으로 옮겨 케어를 받는 게지.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지만
정보를 모르는 분들을 위하여 우리 나라 실버타운에 관한 정보를
<치매야 물렀거라>에 몇 편으로 나누어 연재하려고 한다.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아디오스 작성시간 26.06.22 종이등불 그래요~
지혜롭게... -
답댓글 작성자종이등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2 종이등불 그리고 패션쇼,
자식자랑등
성공하여 자랑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전혀 질투나거나 부럽거나
눈꼴시리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는,
저는 관찰자쪽이라서
오히려 그런 면이 강하고 많을수록
더욱
흥미로울 거예요.
흥미로운 모습이 아주 많다면 참 좋겠어요.
적응하지 못하여
나온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이고
대기자가 저렇게 많으니
그들의 이야기는 신경쓸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그러나 진지하게 참고하여 결정하렵니다.
고마워요, 아디님. -
답댓글 작성자아디오스 작성시간 26.06.22 종이등불 그래요~
관찰자의 시선으로
글의 소재로... -
작성자자몽. 작성시간 26.06.22 제 생각엔 지기님이
최소계약기간으로 일단 체험 해 보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룸서비스가 되면 더 좋겠고요.
사람마다 느끼는게
다르고 또 재미난 글 소재도 생기고 ㅎㅎ -
답댓글 작성자종이등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2 가장 비싼 호텔형 한 곳을 제외하곤
룸 서비스는 아플 경우나 가능하나 봐요.
일단 수도권의 삼성과
부산 기장.
두 곳과 상담하여 신청이나 해놓고
상황 봐서 취소하거나
제 순서 되면 빨라야 1ㅡ2년(부산 기장)
아니면 3ㅡ5년 되어
입주하기 전에
충분한 자료를 모아
1년쯤 지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