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큰 여자/문정희

작성자종이등불|작성시간26.06.21|조회수52 목록 댓글 5


몸이 큰 여자/문정희

저 넓은 보리밭을 갈아엎어
해마다 튼튼한 보리를 기르고
산돼지 같은 남자와 씨름하듯 사랑을 하여
알토란 아이를 낳아 젖을 물리는
탐스런 여자의 허리 속에 살아 있는 불
저울과 줄자의 눈금이 잴 수 있을까
참기름 비벼 맘껏 입 벌려 상추쌈을 먹는
야성의 핏줄 선명한
뱃가죽 속의 고향 노래를
젖가슴에 뽀얗게 솟아나는 젖샘을
어느 눈금으로 잴 수 있을까

몸은 원래 그 자체의 음악을 가지고 있지*
식사 때마다 밥알을 세고 양상추의 무게를 달고
그리고 규격 줄자 앞에 한 줄로 줄을 서는
도시 여자들의 몸에는 없는
비옥한 밭이랑의
왕성한 산욕(産慾)과 사랑의 노래가

몸을 자신을 태우고 다니는 말로 전락시킨
상인의 술책 속에
짧은 수명의 유행 상품이 된 시대의 미인들이
둔부의 규격과 매끄러운 다리를 채찍질하며
뜻없이 시들어가는 이 거리에
나는 한 마리 산돼지를 방목하고 싶다
몸이 큰 천연 밀림이 되고 싶다

* 미국의 심리분석학자 클라리사 P. 에스테스가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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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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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디오스 | 작성시간 26.06.21 제목에서 떠오르는 건,
    펄벅의 <대지> 에서 나오는 평평한 몸집에 발이 커서 아픈 여자인 오란 같은 묵묵한 여인이었으나

    상인의 술책 속에
    짧은 수명의 유행 상품이 된 시대의 미인들
    => 아이고~ 아파라~

    뜻없이 시들어가는 거리에 산돼지를 방목하면 어케 되지?
    => 산돼지(=멧돼지 맞나?)
    목적을 위해 저돌적으로 나아가는 걸로
    상품이 된 여인이 치유를 받나~?

    천연 밀림은 뭘 뜻하지?

    애럽다
  • 작성자불티 (홍천) | 작성시간 26.06.21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 작성자지은이 | 작성시간 26.06.21 저울과 줄자로
    잴수 없는 에미의 품...그곳에서
    다음세대 가
    역사가 --
    위대한 몸큰 여자--

    줄자로
    젤수 없는 여자-!!
    찬양 합니다
  • 작성자산자락 | 작성시간 26.06.22 우리의 어머니를 표현한
    어느 누군가의
    그림을 보는 듯
    합니다.
  • 작성자오빈(양평) | 작성시간 26.06.22 요즘은 여자들도
    농시짓는 사람이 많습니다,
    몸이 큼직해야 힘든 농사일도 할수있지요
    좋은말씀 잘보고 갑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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