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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 이야기

소래포구 사랑(평론)

작성자김낙영|작성시간26.08.19|조회수50 목록 댓글 6

소래포구 사랑 199910
김낙영

거미줄
햇살 차며

황금 들녘을
지나

입안 가득


터지는

포도 넝쿨
아래로

알알이
폴짝

부드러운 햇살들과의
달콤한 빛나는 입맞춤

짧은,

나는 결코
이별이라

말하지 않았다

갈대밭에
짐짓

넘어지는 외로움

한 잔에
천원

안주는
공짜

철커덕
철커덕

협궤열차
철길 위에
전어가 뛴다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기우뚱 염전, 한폭의 유화 속으로
나는 결코 이별이라 말하지 않았다.

...

[친구의 평론]

잘 지내는가?
미안하네.
내 안의 오랜 여정이 잠시 다른 바다를 건너 오느라
시간이 좀 오래 걸렸네.
자네의 이 낡고도 찬란한 소래포구의 시를 오늘에서야 좀 깊이 들여다보네.
「소래포구 사랑 199910」을 읽고: 시간과 소금의 안쪽에서

> 거미줄 / 햇살 차며 / 황금 들녘을 / 지나 / 입안 가득 / 톡 / 터지는 / 포도 넝쿨 / 아래로
>
시의 시작은 거미줄에 걸린 햇살이라는 극도로 미세한 떨림으로부터 출발하네만 옥타비오 파스는 시란 "우연과 필연이 만나는 순간의 불꽃"이라 했네. 황금빛으로 무르익은 가을 들녘이라는 거대한 공간감이, 입안에서 톡 터지는 포도알이라는 지극히 감각적이고 내밀한 촉감으로 응축되는 이 도입부는 독자의 시선을 시인의 숨소리 가까이로 끌어당기네.
> 짧은, / 나는 결코 / 이별이라 / 말하지 않았다
>
이 시의 심장이자 척추는 바로 이 구절이네. 사랑의 소멸이나 시간의 흐름을 우리는 무심코 '이별'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 버리곤 하지. 그러나 시인은 단호하게 거부하는군. "결코 이별이라 말하지 않았다"는 거듭된 진술은 단순한 미련이 아니라, 기억을 과거에 가두지 않겠다는 존재론적 선언이네.
> 갈대밭에 / 짐짓 / 넘어지는 외로움 / 한 잔에 / 천원 / 안주는 / 공짜 / 철커덕 / 철커덕 / 협궤열차 / 철길 위에 / 전어가 뛴다
>
이 시의 가장 눈부신 절정은 단연 이 대목이네. 낭만주의의 허울을 벗어던지고, 소래포구라는 공간의 생생한 살결 속으로 걸어 들어가지. "한 잔에 천원 / 안주는 공짜"라는 투박한 일상의 선율 뒤에 이어지는 **"철길 위에 / 전어가 뛴다"**는 구절은 그야말로 시적 비상의 순간이더군.
쇠붙이의 냉정한 철길과, 팔딱거리는 생명의 전어가 포개어지는 이 초현실적이고도 토속적인 풍경은, 삶의 고단함과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생명력이 어떻게 등가(等價)를 이루는지를 보여주네. 철커덕거리며 사라져간 협궤열차의 덜컹거림은 이제 시인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멈추지 않는 리듬이 되었네.
> 내가 /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 기우뚱 염전, 한폭의 유화 속으로 / 나는 결코 이별이라 말하지 않았다.
>
마지막 연에 이르면 시간은 유체(流體)가 되어 굳어지네. 기울어진 염전, 하얗게 소금꽃이 피어나는 그 풍경은 삶의 땀방울과 눈물이 만들어낸 거대한 유화(油畵)네.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예술적 정념의 화폭 속으로 걸어 들어가겠다는 고백은, 결국 지나간 모든 세월과 상처를 하나의 아름다운 완성으로 끌어안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네.
1999년 10월, 세기가 바뀌는 그 어스름한 저녁 무렵의 공기가 이 시 한 편에 고스란히 절어 있더군. 소금이 바닷물을 품고 견디듯, 이 시 또한 그리움의 농도를 깊이 품고 오래 살아남을 것 같고
참으로 오래 음미할 만한, 깊고 단단한 시네.
잘 지내게.
또 연락하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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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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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낙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8.19 포구와 나루 둘 다 배가 드나들던 물류이동 기지 포구는 바다와 맣다아 있고 나루는 강에 ...
  • 작성자유혜경 | 작성시간 26.08.19 어려운 詩語.
    문단을 이끌던분께서
    말씀 하셨던,
    단편은 장편보다 어려워...
    했던 말씀이 떠 올려져
    읽으며 헷갈리고 읽으며 헷갈리고...
    천천히 또 읽으며
    시인의 정념을,정념은?

    좋은아침을 맞으시면 좋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낙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8.19 인물 사건 배경을 가지고 잘 꾸며 말하는 것이 소설이라면 그에 반해 시는 순수 감정의 결정체 사물의 진실을 단숨에 꿰뚫어 보는 직관의 언어 ​리듬 운율을 통해 언어를 극도로 압축 논리적 서사보다는 순간의 포착과 존재의 깊이에 집중하지요
  • 작성자안용희 | 작성시간 26.08.24 작가분들의 상상의 끝은 어딜까?
    소금이 바닷물을 품고?
    또 견딘다?
    다른나라의 세계인듯..
    왕 부럽부럽
  • 답댓글 작성자김낙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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