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령 옛길
이순득
2026년 6월 13일 토요일.
좋은 친구들과 함께 구룡령 옛길로 출발했다.
구룡령은 굽이굽이 아흔아홉 굽이를 넘어 양양과 고성을 거쳐 서울로 오가던 옛길이라고 한다. 또 아홉 마리 용이 고개를 넘다 지쳐 갈천리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넘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내게 구룡령은 굽이굽이 고개를 넘다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이제 살았구나!" 했던 길이다.
백두대간 구룡령 비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길 건너 56번 국도 들머리로 들어섰다. 시작부터 깔딱고개 계단이다. 구룡령 정상, 갈전곡봉, 가칠봉을 지나 휴양림 계곡으로 내려와 삼봉약수터를 거쳐 매표소까지.
아, 정말 굽이굽이 많이도 넘었다. 빠뜨린 곳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고개를 넘으면 또 내리막, 다시 오르막. 또 내려갔다가 다시 오른다. 대체 몇 굽이를 넘었던가.
중간중간 샛길로 빠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샛길은 없었다. 있다 한들 인적 없는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옛길은 하나뿐이었다.
길인 듯 아닌 듯 이어지는 산길.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아 넘기도 하고, 나무 밑둥 아래로 기어가기도 했다. 낙엽에 덮여 길이 보이지 않을 때면 이 길이 맞나 싶다가도 어느새 예쁜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이 나타난다.
정말 아흔아홉 굽이를 다 넘은 것만 같았다.
길만 보고 걷다 보니 아래 작은 나뭇가지는 다리를 치고, 위의 가지들은 얼굴을 스친다. 나무뿌리는 발목을 잡아 넘어질 듯 말 듯 춤을 추게 한다.
힘들다 싶으면 이름 모를 새들이 청량한 목소리로 응원해 준다.
꾀꼬리는
"휘이요, 휘이요. 쉬어가, 쉬어가."
직박구리는
"찌이찍, 삐리릭. 힘들지? 힘내!"
박새는
"삐삐삐, 치리리."
그리고 검은등뻐꾸기는
"홀딱 벗고, 홀딱 벗고."
더운데 홀딱 벗고 가란다.
내 귀에 캔디가 아니라 내 귀에 들리는 진짜 새소리다.
이름 모를 수많은 새들이 산길 내내 응원단이 되어 주었다.
남들보다 조금 쉬었더니 어느새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스무 명이 함께 출발했는데 점점 떨어져 나중에는 다섯, 셋, 그리고 결국 둘만 남았다.
"어디쯤이야?"
앞뒤에서 가끔 들리던 목소리도 어느새 사라졌다.
이제는 둘이 서로 의지하며 걷는다.
휴양림까지 몇 킬로, 안내판이 보일 때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힘내자."
서로를 다독이며 의쌰 의쌰 걸었지만 다리는 떨어지지 않고 팔만 먼저 나가는 것 같았다.
어찌어찌 삼봉약수터를 지나 매표소까지 남은 1km.
그 1km가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던지.
드디어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보였다.
그 반가움이란!
예정보다 많이 늦어 저녁을 먹고 서울로 출발했다. 자정쯤 도착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11시가 조금 넘어 집에 도착했다.
집을 나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참 힘든 하루였다.
그래도 돌아보니 웃음이 난다.
"집 나가면 개고생."
"산은 힘들었지만, 추억은 아름답게 남았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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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이순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5 ㅎㅎ 내 친구라는 말이 더 고맙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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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민병란 작성시간 26.06.15 산행할때 함께 올라가면서
내가 먼저 앞서 갈 욕심에 양해를 구하면서
앞으로 걸었는데 ~~
그 뒤로는 각자의 몫 힘겨운 구간도 여러번 있었듯이 힘든 사투를 벌이면서 완주한 순덕씨 고생많았어요 ~~내려와서 힘든다리 끌며 차에 오르는 모습보면서 안쓰러움도
해보니깐 원정을 다녀오구 나서 산행이 한단계씩 성장하는것 같더라구요 ~~다시 후기글 보니 반갑구요
잘 보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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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이순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5 오랜만에 산행해서 더 힘들었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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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영애 작성시간 26.06.15 오래전에 걸었던 대간길이 생각나게했던 정기산행이였다네~
힘들었지만 우리가 함께여서 할 수 있었던길~~
고생믾았구 모두 무탈함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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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이순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5 힘든것도 지나고 나니 좋은 추억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