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일)<바람이 전해준 전설>
시간 : 06:00 ~ 22:30 거리 : 42.195km(조선춘천마라톤풀코스)
(~10km) : 5'00", 4'43", 5'03", 4'21", 4'10"[23'18"], 4'33", 4'12", 4'27", 4'25, 4'11"[45'09"]
(~20km) : 4'53", 4'12", 4'33", 4'18", 4'25"[1:07'32"], 4'24", 4'39", 4'14", 4'37, 4'20[1:29'49"]
(~30km) : 4'25", 4'43", 4'37", 4'29", 4'20"[1:52'25"], 5'03", 4'19", 4'29", 4'40, 4'31[2:15'31"]
(~40km) : 4'44", 4'47", 4'40", 4'57", 4'31"[2:39'14"], 4'55", 4'59", 4'26, 5'01, 5'07"[3:03'44"]
(~42km) : 5'02", 6'04".....[3:14'51"]
잠꾸러기가 피부 미인이듯이, 잘 달릴려면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한다.
9시 뉴스를 보고 일찍 자려고 잠을 청하나 욕심껏 잠이 올리가 없다. 다시 일어나니 12시전이다.
쌀이 떨어져 처갓집으로 가족을 보내놓고나니, 더 넓어지고 더 어두워진 집에 혼자서 앉아있을려니 잡동사니 생각에 점점 잠이 더 도망가버린다.
새벽 6시 잠실종합운동장은 주최측의 관광버스10여대와 기타 동호회들의 단체관광버스들로 비집고 들어갈 공간도 없이 꽉 들어찬 상태에서 출발 신호만 기다리며 부르릉거리고 있다.
야유회 관광버스와 마라톤 관광버스의 틀린 점은 갈때나 올때나 흥청망청 거리는 야유회 관광버스와는 달리 마라톤 버스 속은 갈때만큼은 조용하다. 아직 뚜껑이 안열렸기 때문이다.
춘천대회가 오늘같이 선선하고 흐려있기는 드문 일이란다.
중부지방의 비올확률에 태양이 아직까지는 검은 구름속 저멀리 차단되어 있다.
태양이 빼꼼이 나오기전에 거리를 최대한 많이 땡겨놓아야한다.
참가자의 기록순으로 A~I까지 출발구간을 나눠놓았다. '3474C' - 배번속에 내 기록의 현주소가 있다.
C구간으로 가니, 58멍들이 제법 모여 있다. 그 중 2명이 20분 풍선을 잡고 뛴다고 한다.
출발!
20분 풍선이 C구간 앞부분에서 섰다가 뛰어나가니 녹색 풍선과 나의 거리 차이로 가물거린다.
'좋아! 오버페이스하지 말고, 이 거리를 유지하자!'
운동장을 나서자마자 언덕이라더니, 놈이 길게 두러누워 올라오려면 올라오란 식으로 찍~쪼개고 있다.
3km를 달리자 언덕의 배꼽인 양, 내리막이 펼쳐진다.
기어를 중립에 놓아두니 저절로 내려가 20분 풍선곁으로 달라 붙어버린다. 2km를 어떤 차보다도 좋은, 최고의 연비로 굴러 내려간다.
의암댐. - 알록달록한 달림이로 꽉 차여진, 가슴 설래였던 멋진 사진속을 달려가는데도 난 하나도 설래이지 않고, 한강물만 같은 회색빛 호수만 감흥없이 눈에 들어온다.
카드색션이 아바이수령 김동무만 보기 좋지, 화려함 속에선 팔과 몸만 피곤한 뿐인 것과 같은 건가보다.
"20분 페메가 12분 속도로 달리네~"
뒤에서 궁시렁거리며 따라가고 있는 달림이의 말에 km당 속도를 보니, 30km에서 퍼졌던 임진각속도 바로 그 속도다.
순간 25km에서 페메에게 따돌림 당하고 상심한 맘을 달랠 길 없었던 악몽이 되살아난다.
긴장감에 갑자기 숨이 할딱거려진다.
'그렇다면, 너와는 이별이다. 이제 나와는 맞지않는 그들의 촛침에서 벗어나 내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자! 10초정도를 늦추고 꾸준히 뛰자!'
10km지점에서 그들을 따돌리고 독자노선을 걷는다. 혼자라 불안하다.
언제 어디서 풍선이 복수혈전을 감행할지 모른다. 나의 엔진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할 싯점이다.
'내가 오늘 19분안으로 뛰어야 하는 이유'를 내 몸에게 불같은 성격을 죽이고, 자상하게 이해를 시킨다.
몸이 가벼워진 틈을 타서 길거리에 서있는 춘천댁인 할머니, 할아버지, 꼬마녀석들에게 말들을 시키며 25km를 넘는다.
춘천은 아직까지 달림이를 적대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로워하는 목소리를 밖으로 끌어내니, 따식이 잔뜩 목에 힘을 준다.
오히려 침의 소비가 내 몸을 즐겁게 하는 시너지 효과를 빗는다.
아직까지 20분 풍선은 내 뒤에 있을 꺼고- 차마 바짝 다가와 있을 것과 같은 불안감에 뒤는 못 쳐다보았다 - 추월 당하지도 않았다.
지난 통일마라톤에서 엔진이 꺼져버렸던 27km까지는 그래도 안심이 되지않는다. 단지 무사히 뛰어주고 있는 내 다리에 감사,감사할 뿐이다.
아직 상태는 좋다. 이렇다고할 태양의 뜨거운 맛도 보질 못하였고, 산들바람이 나를 시원하게 핱아주고 지나간다. "내가 있으니까, 임진각 상황하고는 틀리지 않겠어?"
듣던 바대로 27km에서 언덕이 나온다. '듣던 대로니 짜증내지 말고, 멋지게, 남산이 좋아할 정도로 소화하자!'
'이제 32km까지만 이 속도로 가 준다면, 나머지 10km는 여의도 정모의 뜀박질 한판정도로 생각할 친근한 숫자다. 충분히 도전 가능한 희망의 나라다.'
근데, 잘 달리는 내게 시샘이라도 하듯 코스가 트릭을 쓰고 있다.
29km, 30km등지에서 언덕이 누워있고, 업어져있고, 먹기싫은 언덕,언덕들이 지겹게 출현하고 있다.
'32km도착했다,오버!' 남아있는 거리가 돗대로 되니, 맘은 가벼워졌는데 몸은 불완전 연소에 따른 증상인지, 다리가 제대로 접히질 못하고 찌지직거린다.
몸이 많이 무거워졌다.
남들보다 많이 붙어있지 않았던 힙살의 무게까지 느끼게하며 나를 상심의 언덕으로 몰아가고 있다.
안내 표지앞에서 쳐다보는 구간별 시간이 4분 47를 넘는 구간이 늘어나고 있다.
'40km까지가면, 영감님 쌈지돈같이, 꼬부쳐 놓았던 힘이 생길꺼야! 거기까지 제발 탈없이 가자~아...'
35km를 달리는데, 예상치 못한 - 그러나 반가운 '휘마동' 유니폼이 눈에 들어온다.
출발시 A구역에 살았던 이상도후배다. (오늘 서브-3 할려는)'윤수형후배 동반주를 해주다 퍼졌나보다...'
반가워도 가까이 가질 못한다. 다리가 호락호락하지도 않았으며, 반가운 마음에 지금 다가간다면 막판 오버가 걸린다.
36km지점에서 몇백미터 발을 맞춰보지만, 역시 아직까지 망가지지 않은 준족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가질 수 없다면, 빨리 놓아주자.
37km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댄스계의 신동, 크라이밍으로 한없이 굵어지는 알통을 어찌할 줄모르는 김성탁후배가 퍼져있다. 처음 배운 마라톤에서 서브-3를 이루고 스포츠댄스와 클라이밍에 흠뻑빠지더니 연습이 미흡한 상태로 춘천을 왔나보다.
새로운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조강지처(마라톤)를 버리면서까지는 곤란하다.
그래서 '그러면 그렇지...'가 되었다.
이번에는 이상도후배같이 줍지도 못할 정도로 퍼져서, 버리고 들어왔다.
40km - 도로도 넓어지고, 응원하는 관중도 많아졌다.
이제 다리밑에서 머리까지 뿌듯히 타고 올라오는 희열과 감격을 느끼며, 치고 나가야 한다.
여태까지 내가 그렇게 40km 이후의 2km를 벌어들였듯이...
그러나, 내 생각대로 그렇게 점화가 되지않는다.
'커진 나'를 가슴에 달고, 보란 듯이 - 지친 기색도 없이 쌩~ 달려들어가야 하는데, 슬프게도 그렇게 못하겠단다. 다리가.
갠신히 2km를 채우고 들어갔지만, 다 소모해버리고 바짝 말라버려서, 바삭거리는 몸은 뜨거운 입김 하나에도 다 타버릴 것 같다. 껍데기만 남아있다.
오장육부 - 발가락끝까지, 사지 어느 곳 하나 안 아픈 곳이 없는 듯하다.
'이맛이야...'
쓴맛, 단맛이 있듯이 이런 고통의 맛도 마라톤의 맛이다.
열심히 한 결과물이기에, 지금 이 기록까지도 사랑스럽다.
42km를 뛰면서, 그 아름답다던 의암호와 춘천의 단풍...그러나 내가 본 것은 하나도 없었으며, 크게 감정이 들어나오지도 않는다.
그동안 뛰면서 좌절과 포기, 타협으로 꾸준히 속을 속이고, 또 내보이느라 주변의 풍광은 뵈질 못했을 것이다. 이제 골인하면서 그동안 오만가지 생각으로 들끓었던, 속이 완존히 비어졌다.
이제 그 속을 아름다운 것들로 다시 채워야한다.
암튼, 난 내가 그렇게 하고싶었던, 20분벽 안으로 들어갔다.
내 속에 '영웅'이 들어와 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유비 작성시간 07.10.30 그래~너는 영웅이다.춘천에서 클럽 따라오느라 수고혔다는 말두 몬하구 왔네...몸 잘 추스리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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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초이스 작성시간 07.10.30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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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쁜고래 작성시간 07.10.30 추카 한다~빠른 회복 기원 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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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독립군 작성시간 07.10.31 선용~~ 잘했네, 의지의 사나이 답다. 추카 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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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해오름이 작성시간 07.10.31 종원아! 멋지게 해냈구나. 목표 기록 달성을 축하한다. 이제 푹쉬고 빠른 회복해야지. 중마 끝내고 술한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