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않는 날이란 없다.
아득하여 영원히 닿지
못할 것 같던 날도,
너무 두려워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날도,
세월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 몫의 속도로 우리에게
데려다 놓는다.
어린 날의 여름방학이 그랬고,
첫사랑을 만나던 날이 그랬으며,
아이의 울음소리를
처음 듣던 날도,
부모의 영정을 마주하던
날도 그랬다.
우리는 늘 미래를 먼 곳에 둔다.
기쁨은 아직 멀리 있다고 생각하고,
슬픔은 오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미래란 멀리 있는
시간이 아니라
한 걸음씩 다가오는
현재의 다른 이름일 뿐.
그래서 기다리던 날도 오고,
피하고 싶던 날도 온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듯.
꽃피는 날과 잎지는 날은
같은 나무의 일이듯.
삶은 얻는 일과 잃는 일을
한 줄의 실에 꿰어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젊음은 늙음 속으로 흘러가고,
만남은 이별 속으로 흘러가며,
탄생은 죽음 쪽으로 쉼없이 걸어간다.
노자는 억지로 붙드는 것을 경계했고,
장자는 삶과 죽음을
밤과 아침이 바뀌는 일처럼 보았다.
인간만이 흐르는 강물 앞에 서서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강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며,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혜란
오지 않을 날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올 날과 화해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기다리던 날이 오면
감사히 맞이하고,
두려운 날이 오면
담담히 맞이하며,
오늘이라는 날이
지나가기 전에
충분히 살아내는 것.
오지 않는 날이란 없다.
그래서 언젠가, 지금은
까마득히 먼 이야기처럼
들리는
그 마지막 날 또한
우리 삶의 다른 모든 날들처럼
조용히, 그리고 틀림없이,
올 것이다
생자필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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