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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방

엽기적인 그녀

작성자수현(이효준)|작성시간22.04.10|조회수58 목록 댓글 0

2월 28일이었다.

일주일 전부터 눈이 뿌옇게 보였다. 별로 체감하지 못하였다. 예사로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눈이 뿌옇게 보이는 증상’을 검색해보았다.

 

댓글에 자기는 말기로 수술까지 했는데 안압이 올라올 때는 눈이 뿌옇게 보였다고 한다. 병원에 가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은 삼일절이고 3월 3일에 주치의의 진료가 있는 날이다.

 

병원에 가니까 예약하지 않으면 일주일 동안은 진료가 안 된다고 한다. 전에는 그날 가서 진료를 자주 받았다. 병원의 권위를 세우는 것 같다. 손님이 많지도 않다. 전에는 이 병원이 부산에서 제일가는 안과병원이었다. 근래는 대형안과가 많이 생기고 실력 있는 의사들이 많이 개업했다. 3월 11일에 예약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예약했다. 8일 동안 마냥 기다릴 정도로 마음이 한가하지가 않았다.

 

다른 녹내장 전문 안과에 갔다. 나는 S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데 8일 간은 진료가 안 된다. 갑자기 눈이 뿌옇게 보여서 왔다고 말했다. 시력과 안압과 안저검사를 했다. 안압은 공기압으로 20, 18. 골드만으로는 25, 24였다. 상당히 높았다. 이때까지 20 이상으로 올라간 적은 없었다. 눈 사진을 보더니 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몸 상태가 안 좋으면 그럴 수 있다고 한다. 다음 진료일에 다니는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그 무렵, 내가 평정심을 잃고 마음이 불안정했다. 나 자신도 이러면 안압이 올라갈 건데,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다.

 

예약된 3월 11일에 병원에 갔다.

시력, 안압, 안저, 시신경 검사를 했다. 안압이 공기압으로 20, 21이었다. 여전히 높았다. 그 외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의사에게 물었다.

 

“요즘 제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는데 그것 때문에 뿌옇게 보이는 거 아닙니까?”

“그런 것도 있지만 녹내장이 이제 슬슬......”

의사는 이렇게 말을 한다.

마음이 착잡했다. 4년 6개월 동안 안압도 정상을 유지해왔고, 안약 부작용도 없었다.

 

3월 17일이었다.

3, 4일 전부터 목에 이물감이 있었다. 소금물로 가글을 하니까 괜찮았다. 그날은 목도 좀 아프고, 가래도 나오고, 콧물도 나고, 몸살끼도 있었다. 감기 초기 증상이었다. 오후에 늘 다니는 내과에 가서 감기약을 지어달라고 했다.

 

“요즘 감기는 90프로가 오미크론입니다. 보건소에 가보세요. 일단 약은 4일분 짓습니다.”

 

그날 저녁부터 몸살, 오한, 고열이 나기 시작했다. 밤 11시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깨니 1시였다. 몸살이 심했다. 열은 39.2도였다. 눈앞이 희미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겁이 덜컥 났다. 한참 있으니 물체의 윤곽이 보였다. 밤새도록 잠 한숨도 못 잤다.

 

전날 밤에 안약을 3가지 넣어야 되는데 잊어버렸다. 내가 안약 넣는 것을 잊어버리다니. 내가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혼이 나갔던 모양이다.

 

아침까지 겨우 참고 택시를 타고 보건소로 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차창에 습기가 차 있었다. 창밖은 늘 보던 풍경인데 낯설게 보였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다. 보건소에 도착하니까 8시 10분이었다. 6명이 먼저 와 있었다. 낮에 가면 줄을 한없이 서야 된다.

 

다음 날, 보건소에서 코로나 확진자라는 문자가 왔다. 마스크를 벗은 적도 없다. 물건 살 때 등 외에는 사람들과 가까이 대면한 적도 없다.

 

보건소 지정 병원에서 약 5일 분을 지어주었다. 몸도 불편하고 마음도 피폐해지고 입맛도 잃었다. 우울증이 오고 있었다. 2주 정도 지나니까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후유증으로 또 감기 초기 증상이 온다. 언제까지 괴롭힐래 이 웬수야. 심하지 않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판콜 에이 물약을 사서 증상이 있을 때만 먹고 있다.

 

이번에는 눈이 침침하게 보였다. 오미크론 이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고열과 눈이 침침한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4월 8일. 두 달 만의 정기검진일이다.

진료할 때 의사에게 눈이 여전히 뿌옇게 보이고 요새는 침침하다고 말했다.

“녹내장이 심하기 때문에 밝아지지는 않습니다.”

 

나도 대충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만이라도 머물렀으면 좋겠다. 더 이상 다른 부작용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와중에서 안압이 정상이어서 천만다행이다. 안압까지 안 잡히면 감당하기 힘들다. 안압은 녹내장의 알파요 오메가다.

 

병원에서 나와서 걸어오는데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엽기적인 3월이었다. 이겨내자. 아직 할 일이 많다. 또 좋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요새는 녹내장 명상을 하루에 30분씩 한다. 내가 만든 명상법이다. 휴대폰에 30분 알람을 맞춰놓는다. 약국에 가면 수면 안대를 판다. 그것을 눈에 대고 소파에 앉아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흘러간다. 평소에 나지 않던 생각도 난다. 까딱하면 잔다. 안 자는 것이 좋은데. 눈은 하루 종일 떠 있어서 피곤하다. 30분 간 만이라도 휴식을 주는 것이다.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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