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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바보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놓아버리고
구름을 따라 하늘을 자유로이 나는
한 마리의 새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나 어느 날은
네잎클로버를 손에 쥐고
휘파람을 불며 초원의 풀을 찾아 양떼를 몰고 길을 나섰던,
알프스 양치기 소년의 그 길을 따라
무작정 걷고 싶을 때가 있다
나 어느 날은
낙엽이 되고 싶을 때도 있다
화려한 단풍이었을 때
사람들의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던 녀석,
그런 녀석이
대지를 뒹굴다 흐르는 계곡에 빠져 바둥거리며 허우적거릴 때,
그럴 때 난
측은한 그 녀석을 닮고 싶을 때가 있다
낙엽!
녀석의 생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나,
녀석의 그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
힘든 삶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도 차라리
계곡의 흐르는 물에 몸을 맡겨
넓고넓은 바다로 흐르는 그 낙엽이 되고 싶다
사람들은
삶은 바람같은 것이라며 쉬이 말들을 한다지만
난
세상의 끈적끈적한 그물망에 갇혀버린
처량하고 가여운 나비,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삶의 단단한 그물은
내 숨통을 더더욱 옥죈다
아! 그러니 나 어느 날은
삶의 그 그물망을 찢고 하늘을 자유로이 훨훨 나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하여
내게 또다시 어두운 밤이 찾아온다 할지라도,
나 그때는
은하수의 품에 몸을 맡겨
깊은 잠에 빠져드는
하나의 이름없는 별이 되고 싶다
그 어느 날엔...
임래호 제2시집
<시인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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