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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깊디 깊은 강물처럼, 푸른 봄날처럼 부활 축하드립니다 (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작성자theresa|작성시간11.04.24|조회수57 목록 댓글 0

깊디 깊은 강물처럼, 푸른 봄날처럼 부활 축하드립니다
2011년 04월 24일 (일) 13:21:47 한상봉 isu@catholicnews.co.kr

   
▲ 두물머리 부활성야 생명평화미사. (사진/한상봉 기자)

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 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 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 밑의 어둠, 내 머리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속에
한 떨기 초저녁 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 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_박정대, 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 시인의 시입니다.
오늘 부활절 한낮입니다. 뇌일혈을 일으킬 것처럼 아득하던
십자가 상의 고독한 젊은이 예수를 잠깐 떠올리고
그대 떠난 강가에서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떠오르고 싶네요.
부활은 그렇게 오래 갈망해 얻는 것이네요.

어제는 두물머리 부활성야 미사를 다녀왔습니다.
초기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반가운 얼굴로 카타콤바에서 서로를 맞이 했겠지요. 
그 밤에 쌀쌀한 바람을 건너 온 사람들 때문에
조해붕 신부님도 조해인 신부님도 우리 농민들도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 Descent of Christ to Limbo-ANDREA DA FIRENZE1365-68 Fresco.Cappella Spagnuolo, Santa Maria Novella, Florence

오늘 오전에 상도동 철거촌에서 부활미사가 있다는데..아이가 아파서
그리로 가지 못해 못내 아쉽지만
아픈 아이의 곁이나 부수어진 철거촌이나 두몰머리 강가거나
그래요, 거기서 그분 부활하시겠지요.

부활 축하드립니다. 부디 행복하시고
행복 끝에 그분 만나시길 기도 드립니다.
이제 봄이고, 온산에 산벚꽃나무 지천이고, 강은 그대로 흐르겠지요.
새로운 날이 은총처럼 다가오네요.

한상봉/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국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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