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농약 인증제 폐지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행농업에 비해 친환경농업의 소득이 크게 낮지만 이를 보전해줄 마땅한 수단이 없는 탓에 저농약 인증농가가 관행농업으로 회귀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유일한 소득보전 수단인 친환경직불금도 품목 간 지급단가의 차별성 부족, 한시성 등으로 인해 저농약 농가를 친환경농업에 계속 종사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저농약 인증농가 이탈 가속화=2009년 친환경농업육성법 개정으로 친환경농산물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저농약 인증의 신규 인증이 2010년부터 중단됐고, 2016년에는 기존 인증자를 포함해 저농약 인증이 완전히 폐지된다. 정부는 저농약 인증이 상위 단계인 무농약이나 유기인증으로 옮겨가길 희망하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실제로 2010~2013년 유기·무농약 인증은 3만5061㏊ 증가했지만, 저농약은 6만36㏊ 감소했다. 그 차이는 2만4975㏊에 달한다. 유기·무농약 증가면적이 모두 저농약으로부터 전환된 것이라고 가정해도 2만4975㏊는 저농약에서 관행농업으로 회귀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저농약 인증제가 폐지되면 유기나 무농약으로 전환하겠다는 농가는 36.4%에 그쳤다. 특히 전체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의 27.9%(2013년 기준)를 차지하는 과수류는 저농약 인증 비율이 70%나 되는데, 향후 유기나 무농약으로의 전환 의향은 17%에 불과했다. 저농약 인증제가 완전 폐지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유기·무농약으로의 전환 왜 부진한가=한마디로 관행농업에 비해 유기·무농약은 ‘재배는 훨씬 어려운데 소득은 낮기’ 때문이다. 농경연 조사결과에 따르면 저농약 인증농가 중 관행농업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이유로 조사대상 농가 중 70% 이상이 유기나 무농약 등의 친환경농업 실천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히 과수의 경우 유기나 무농약 재배가 매우 까다롭다는 것이 과수 농업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또한 무농약 및 유기인증이 농산물 판매에 큰 효과를 미치지 못한다는 응답도 채소류 55.6%, 과실류 33.3%에 달했다.
소득도 친환경농업이 관행농업에 비해 낮다. 곡류의 경우 관행농업에 비해 유기는 10a당 11만7000원, 무농약은 9만8000원 소득이 적었다. 채소·특작류도 유기는 16만4000원, 무농약은 13만원이 관행에 비해 적었다. 과실류는 이 차이가 가장 컸다. 유기인증이 관행에 비해 20만3000원, 무농약은 16만1000원이나 소득이 낮았다.
정학균 농경연 연구위원은 “국민소득 및 구매력 증가로 친환경농산물의 소비 증가가 예상되지만, 아직까지는 생산비 증가속도보다는 생산성 및 가격 상승속도가 낮다”고 밝혔다.
◆친환경직불금 확충 절실=친환경농업의 확대를 위해서는 친환경직불금의 지급기간을 늘리고 품목별로 단가에 차등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비단 저농약 인증뿐만 아니라 유기나 무농약 인증의 확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기·무농약 인증도 직불금 수령완료 후 관행농업으로 회귀하는 비율이 낮지 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1년 직불금 수령을 완료한 후 2012년에 관행농업으로 회귀한 비율이 유기 10.6%(141호), 무농약 20.2%(3446호)에 달했다.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이 최근 확정되면서 친환경직불금 개편 방안도 정해졌지만 직불금 확대와 관련해서는 기대치에 크게 못미친다. 우선 유기인증의 경우 직불금 지급기간이 기존 5년에서 8년으로 3년 연장되는 데 그쳤다. 당초 농업계는 ‘유기지속직불’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6년차 이후에는 1~5년차 금액의 절반만 지급된다.
재배 난이도를 고려한 품목별 단가 차등화도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당초 1㏊당 120만원(밭·유기 기준)인 직불금을 채소·특작 130만원, 과수 150만원 등으로 차등화하고자 했다. 과수의 경우 유기재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기인증은 직불금 지급기간이라도 늘어났지만 무농약은 지급기간(3년)이 조금도 연장되지 못했다.
정 연구위원은 “친환경직불금은 친환경농업 육성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라며 “지급 단가 및 기간에 대한 개선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