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시나무 숲으로/ 황영숙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만나지 못할 거라는 한마디를
세상의 가장 순한 별빛의 눈물로 말하고 너는 갔다
질기고 아픈 인간의 길을 걷는 것이 힘들 때 너는 항상
은사시나무 숲이 아름답다고 하였지
너를 보내고 돌아오면서 나도 가만히 은사시나무 숲이
아름답다고 중얼거려 본다
그 곳이 어디일까. 은사시나무는 어디에서 살까
나는 오늘도 등 시린 골목길에 서서 오래오래 기침을
하고 목이 아팠구나
강둑에 앉아서 저물어 가는 하루를 굽어보면서
강물에 휩쓸린 물풀처럼 쓰러지기도 하였구나
바람이 불면 흩어지는 가랑잎처럼 뒹굴기도 하였구나
물빛 구름같이 가볍게 떠나는 한 생을
이토록 사랑했구나
언제나 붉은 등짐을 지고 오는 밤은 짧아
용서하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에 매달려 웃으며
울며 가는 한 생을 더욱더 미치도록 사랑하였구나
나는 다시 가만히 중얼거려 본다
은사시나무 숲이 아름답다고
너는 그 곳으로 간 것일까
하늘이 내려와 너와 눈을 맞추는
그 숲으로
우리들이 가고 싶어했던 그 하얀 은사시나무 숲으로
- 시집『 은사시 나무 숲으로』( 한국문연,2011)
오래전 이정하 시인의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다'라는 시가 인터넷에 꽤 퍼져있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나무가 은사시나무라 했다. 은사시나무는 나무 등걸이 보통의 나무와는 달리 수피가 하얗다. 하얀 수피에 마름모꼴의 문양이 점점이 박혀있다. 고고하다고 할까, 도도해 보인다고 할까. 그 '은사시나무 숲이 아름답다고' 가령 박신양이나 이성재가 나오는 어느 영화의 에필로그 나레이션으로 써먹으면 딱 어울릴 것 같은 이 멋진 시 한 편으로 은사시나무는 좀 더 은밀하게 아름답게 숲을 이루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