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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충의 지조의 시

[스크랩] 살림살이/바보새 :함석헌

작성자은하수|작성시간21.12.18|조회수74 목록 댓글 0

살림살이/바보새 :함석헌




영원무한 산 얼에서
잘라내인 이 한 토막
인생이라 이름하니
다시없는 살림이라

다시없는 이 살림을
없이봐온 오천 년에
쭈그러져 쪼든 생명
어이 다시 살려낼꼬

푸른 하늘 우러러서
잊음 없이 바랄 거니
한이 없이 높이높이
끝이 없이 널리널리

하늘로다 머리 두고
허리 펴는 대장부라
몸 하나를 꼿꼿이 함
근본 인생 제 꼴이요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두터운 땅 밟고 서면
만 오천 리 땅 속까지
그 울림이 내려갈 듯

배에 중심 앉고 나면
태산 갖다 심어논 듯
보기 싫게 눕기라곤
잠깐 자는 밤 동안뿐

닭 울기에 일어앉아
하룻살림 준비할 제
이백 스물 뼈마디를
고루고루 놀려보고

이삼백만 털구멍을
맑은 물로 닦아낸 후
꿇어앉아 명상으로
새는 날을 맞이하자

만물 주인 이 모미요
우주 중심 이 맘이니
손 끝 발 끝 가는 곳을
허수하게 두지 말고

내 몸거둠 내가 하여
남의 힘을 빌지 마라
남의 질짐 겹쳐 짐이
종살이의 시작이라

먹고 입음 간단하게
낮음하게 절약하여
남는 거로 남을 돕고
널리 동무 사귈 거요

술 담배에 빠져들어
더럽는 일 분히 알아
한 방울에 한 모금을
입술에도 대지 마라

일이거나 운동이나
하루 한 번 힘껏 놀려
이마 위에 흘린 땀에
얼굴 빛을 낼 것이요

'이따 잘'을 믿지 말고
하루 한 줄 맛봐 읽어
끊지 않는 독서로써
마음 닦기 잊지 마라

높은 산에 올라보기
넓은 바다 나가보기
인간 세상 돌아보기
때로때로 할 것이요

생명 불꽃 타고난 것
풀이거나 짐승이나
사랑하여 보호하고
쓸데없이 해치 말라

세상 갖은 모든 죄악
돈에 팔려 나는 거니
빚 지고서 구차하게
살잔 생각 꿈에 말고

천하 더럼 모아놓고
문화라고 취해 살다
멸망하는 도시 불집
어서 바삐 도망하라

열 두 가지 조목조목
어렵다야 하랴마는
꾸준하게 이어감이
산 생명의 줄이더라

산 생명의 그 줄 잡아
날로날로 닦아내면
굽이치는 큰 물결이
온 누리에 넘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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