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오케이

디카시(박완서)

작성자풀빛향기|작성시간26.06.17|조회수32 목록 댓글 0

새 생명을 맞이하는 경이로운 순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감정의 결을 담아낸 참 따뜻하고도 생생한 글입니다. 작가님의 원글이 가진 솔직하고 인간미 넘치는 매력을 살리면서, **고(故) 박완서 소설가 특유의 수다스러우면서도 날카로운 통찰,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삶의 비세를 길어 올리는 문체**로 수정·보완해 보았습니다.

박완서 문학의 특징인 **‘겉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속 깊은 모성’, ‘남편의 철없는 행동을 바라보는 서늘하면서도 연민 어린 시선’, 그리고 ‘지극히 일상적인 단어에서 찾아내는 삶의 품격’**을 문장 사이에 녹여냈습니다.

## 수정 및 첨삭본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남편에게서 다짜고짜 저녁을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가겠다는 퉁명스러운 문자가 날아왔다. 앞뒤 다 자른 심술의 배후에는 역시나 딸아이가 있었다. 삐쳐도 단단히 삐친 모양이었다.

발단은 사진 한 장이었다. 사돈식구들이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이동하는 부산스러운 와중에, 갓 태어난 다봉이를 품에 안고 찍은 사진이 가족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것이다. 안사돈의 연세가 올해로 일흔셋이시니, 생애 첫 손주를 가슴에 안아보는 그 순간의 감격이 오죽했을까. 출산의 피로가 가시지 않아 아직 추스르지 못한 몸으로도 시부모의 그 지극한 기쁨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남겨둔 딸아이의 마음이 기특했다. 내 자식이 낳은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진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눈물겨운 휴먼드라마 같아서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내 코끝이 먼저 징해왔다.

재작년 던졌던 손주 이야기에 딸아이의 서슬 퍼런 눈총을 받고 본전도 못 찾은 채 전전긍긍하며 기다렸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 집도 사돈댁도 다봉이가 첫 손주이니, 그 귀한 생명을 향한 기대와 기쁨은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가차 없이 거대한 것이었다. 사진 속 사돈 내외의 얼굴에 피어난 주름 하나하나마다 그 엄청난 환희가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딸아이가  사 준 새 휴대폰에는 사진을 수채화처럼 은은하게 번지듯 보정해 주는 신통한 기능이 있다. 내가 유독 아끼는 기능인데, 문득 예전에 보았던 디카시(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에 시를 덧붙이는 예술) 수상작들이 떠올랐다. 거창한 풍경이 아니더라도, 찰나의 클릭 한 번이 말하지 않은 수많은 서사를 내포할 때 사진은 깊은 울림을 준다. 곱씹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묵은지처럼, 조부모와 손주 사이에 따뜻한 정(情)의 통로를 놓아준 우리 다연이(다봉이)네 식구들을 마음 깊이 대견해하고 칭찬해 주고 싶던 참이었다.

그런데 온 가족이 기쁨으로 들끓는 ‘다봉이 소식을 알리는 방’에 남편이 찬물을 끼얹었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산모의 기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해괴한 댓글을 올린 것이다. 오죽하면 딸아이가 사위 눈치가 보였던지 내 개인 톡으로 “엄마, 아빠 단속 좀 해라”라며 하소연을 해왔을까. 사위까지 엄연히 눈을 뜨고 있는 단체 방인데 말이다.

사태가 벌어지기 전, 단체 방은 딸아이와 나의 살가운 대화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 **나:** "우리 아래층 아기 엄마 두 번 만나서 내가 번호 땄어. 너 우리 집에 조리하러 올 때 산부인과랑 소아과 지정해야 하잖아. 저번에 좌석버스 타고 오다가 본 산본제일산부인과병원을 엄마가 미리 답사해 보려고."

> **딸:** "엄마, 아기 똥 쌌었어. ㅎㅎ"

> **나:** "아이고, 성공했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 밖 밀어내기를 한 응가 조각조차 내 눈에는 기적 같고 감동적이었다. 딸아이의 들뜬 마음에 나 역시 덩달아 춤을 추듯 맞장구를 쳤다.

> **딸:** "엄마, 나 룸 업그레이드돼서 400만 원 벌었어!"

2주에 660만 원이나 하는 룸비움 산후조리원인데, 운 좋게도 남은 방의 컨디션이 훨씬 좋은 곳으로 배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기특하고 기쁜 마음에 나는 시부모님을 향한 따뜻한 시선도 잊지 않고 덧붙였다.

> **나:** "시아버님, 시어머님이 다연이를 안고 계신 모습을 보니 엄마 눈시울이 다 붉어진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셨겠니. 우리 마음도 정성도 마찬가지이지만…… 모두 다 사랑하리."

이토록 모녀간의 다정하고 눈물겨운 대화가 이어지는 와중에, 이틀 전부터 사위가 아기를 안고 살짝 흔들거리는 모습이 마음에 찔렸던 남편이 굳이 초를 치고 나섰다.

> **남편:** "사위가 아가 머리 흔들흔들하는 것 같던데 절대 안 됨. 뇌수가 아직 적립(정립)이 되지 않아 절대 안정해야 함."

요즘 남편은 스마트폰 정보 검색에 재미를 붙여, 궁금한 게 있으면 즉문즉답 식으로 찾아내어 그대로 카톡방에 퍼 나르는 고약한 버릇이 있었다. 다행히 사위가 어른의 잔소리를 현명하게 받아넘겼다.

> **사위:** "네, 주의할게요. 이미 다혜한테 혼났어요."

길게 이어질  장인어른의 당부와 훈계를 짧고 위트 있는 언어로 단번에 정리해 버린 사위의 처세에 나는 속으로 높은 점수를 주었다. 나는 얼른 화제를 돌려 고생한 딸아이를 위로했다.

> **나:** "룸 컨디션이 엄청 좋다니 참 다행이다. 그동안 입덧이다 뭐다 고생 많았는데 푹 쉬렴. 얼른 정상으로 돌아와야지. 긴장 풀리면 수술 부위가 엄청 아플 거야. 퇴근한 보호자는 같이 잘 수 있니?"

> **딸:** "지금도 아파 죽겠음. 밖에 산모는 아예 못 나간대. 세욱이는 여기서 잘 수 있어."

딸아이가 아파 죽겠다는 소리를 하면 보통의 아비는 가슴이 미어지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법이거늘, 남편은 또 한 번 선로를 이탈했다. 어디서 해괴한 건강 상식을 읽었는지 뜬금없는 대목에서 훈수를 둔 것이다.

> **남편:** "아기를 낳으면 몸이 리셋이 되므로 만성병이 낫는 효과가 있어. 그래서 다산한 산모가 제일 오래 살아."

> **딸:** "뭐라는 거야. 아빠 자꾸 이상한 소리 하면 다봉이 사진 안 올린다. 딸이 아파 죽겠다는데 걱정은 못 해망정!"

참다못한 딸아이가 도끼눈을 뜨고 받아치자, 나는 서둘러 남편의 엉뚱한 실언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 **나:** "가끔 선로 이탈하지만, 조금 참으면 아빠는 곧 정상 궤도로 진입해. 이 세상에서 우리 딸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빠잖아. 마음 편하게 쉬렴."

그쯤 했으면 눈치껏 물러설 법도 한데, 이번에는 아기 이름을 가지고 음양오행이니, 한자의 끝 이름이 어떻다느니 하면서 지루한 장마철처럼 사람 속을 늘어지게 만들고 짜증을 돋우었다. 결국 참다못한 내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벼락을 내리쳤다.

"거기는 사위도 있는 방이잖아! 한자 같은 예민한 문제는 개별 톡으로 다혜한테 보내든지, 애들이 최종적으로 결정한 다음에나 얹든지 해야지, 사오정 같은 소리를 왜 대화방에 뚱딴지같이 올리는 거야, 도대체! 다산이라니? 제왕절개 수술이 얼마나 아픈지 알아? 배를 10센티미터나 찢었다고 생각을 해봐. 안 그래도 신경 쓰여 죽겠는데 혈압 오르게 왜 자꾸 그래? 그만 좀 써!"

모양새 사납게 면박을 당한 남편은 팩 하니 전화를 끊어버리더니, 급기야 저녁밥도 밖에서 먹고 들어오겠다는 심술 섞인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밤늦게 들어와서도 딸아이에게 삐친 감정을 온몸으로 풍기며 제 방으로 쏙 들어가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다. 안 그래도 둘만 사는 집구석인데, 순식간에 사방이 꽉 막힌 첩첩산중의 적막강산이 따로 없었다.

방구석에 숨어버린 남편을 두고, 나는 딸아이와 개인 톡으로 한참 동안 위로와 험담의 카톡 릴레이를 이어갔다.

> **나:** "나도 조마조마했다. 퇴근하면 내가 꽉 쪼아줄게. 이름은 부르기도 좋고 우아해서 참 마음에 든다. 한자를 보면 좋은 느낌이 배가 되네. 엄마는 너희들이 지은 이름과 한자가 참 좋아."

> **딸:** "엄마, 그냥 아빠 저 방(단톡방)에서 나가게 하면 안 돼?"

나는 차마 딸에게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남편에게 쏘아붙였던 통화 녹음 파일을 딸아이에게 전송했다.

> **딸:** "와, 엄마 잘했어!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했네. 아빠는 배에 칼빵을 한번 맞아봐야 제왕절개를 쉽게 안 보지. 아빠 그때 만들어준 할아버지 명찰 뜯어버려야겠다. 다봉이 할아버지 자격 박탈하자!"

> **나:** "제왕절개는 3주 이상 엄청 아프다고 하더라. 자연분만이나 일주일 고생이지."

> **딸:** "아빠는 엄마 남편이니까 엄마가 꽉 잡아야지!"

> **나:** "아유, 안 돼. 그러다 쫓겨나면 불쌍하잖아."

> **딸:** "그러니까 평소에 관리 좀 잘해."

> **나:** "늘 잡아도 저렇게 엉뚱한 데로 튀는걸 어쩌니."

> **딸:** "그럼 박탈당하는 거지. 아빠 경고 1회!"

딸아이는 무시무시한 늑대 이모티콘을 연달아 날리며, 아비에게 받았던 서운함과 스트레스를 그렇게라도 날려 보내는 듯했다.

> **나:** "이크, 이러다 관리자 주의 의무 태만으로 나한테까지 불똥 튀겠다."

> **딸:** "엄마도 남편 관리 못한 죄로 연좌제 1회야!"

> **나:** "에잉, 나 없으면 안 되지롱. 난 너무 잘해서 죄야, 바보처럼. 메롱! 어서 쉬어라. 정신적으로 푹 쉬어야 해. 이제 스마트폰도 멀리하고 눈 감아. 다연이 출생 사진도 최상급으로 건졌으니 이제 산모 회복기에만 집중하자."

한바탕 딸아이의 속을 풀어주고 난 뒤, 남편이 낀 3인 단톡방의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내가 먼저 중재의 글을 올렸다.

> **나:** "자자, 이제 그만들 하셔요. 딸 사랑하는 마음이 아빠가 너무 넘쳐서 그래."

> **딸:** "아빠는 다봉이 할아버지 명찰 전에 뽑아준 거 박탈이야! 우리 다봉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지?"

> **나:** "그 명찰은 아빠한테 무공훈장 같은 거라, 완장 차고 으스대며 절대권력을 가진 것처럼 굴고 싶을 텐데 어쩌나."

방구석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던 남편이, 할아버지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딸아이의 으름장에 마침내 자존심 섞인 진심을 툭 던졌다.

> **남편:** "안 되지, 절대 안 되지. 딸은 뺏겨도 다봉이는 뺏길 수 없어!"

**"딸은 빼앗겼어도 다봉이는 빼앗기고 싶지 않다."**

그 철없는 한마디에 남편의 옹졸한 시샘과 섭섭함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자식을 시집보내며 사위에게 ‘빼앗겼다’고 느끼는 노신사의 쓸쓸한 독점욕과, 새로 태어난 손주만큼은 온전히 제 사랑으로 품고 싶다는 눈물겨운 욕심이 그 삐딱한 한마디에 들어차 있었던 것이다.

그 속내를 읽은 내가 가만히 받아쳤다.

> **나:** "당신이 다봉이 할아버지 명찰 차고 걸어 다닐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당신은 모르지?"

맑은 날, 느닷없이 쏟아지는 장마철 폭우처럼 말 한마디 삑사리 나는 바람에 세 사람의 감정 저울이 폭망 직전까지 기울어 엎어질 뻔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게 무언가. 허물없어 가시 돋친 말들이 오가다가도, 결국은 지극한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와 안착하는 법이다.

오늘 밤, 제 방에서 핏대 세우고 누워 있을 저 철없는 남편의 등 뒤로 쓸쓸하게 고여 있을 늙은 아버지의 외로움을 생각하니, 내일 아침에는 뜨끈한 국이라도 새로 끓여 바쳐야겠다고, 나는 조용히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다.

## ✍ 첨삭 노트 (글의 변화 방향)

 1. **내면의 심리 묘사 강화:** 원글의 대화 사이에 숨겨진 인물들의 심리(남편의 소외감, 친정엄마로서의 조바심, 딸의 서운함)를 박완서 소설 특유의 섬세한 서술로 풀어냈습니다.

 2. **구어체와 비속어의 정제:** 원글의 '칼빵', '폭망', '삑사리' 같은 현대식 비속어와 줄임말들을 카톡 대화창의 생동감으로 살려두되, 서술문에서는 조금 더 문학적이고 깊이 있는 어휘('선로 이탈', '적막강산', '독점욕')로 교체하여 글의 품격을 높였습니다.

 3. **사태의 통찰과 마무리:** 마지막 문단에서 남편을 단순히 '삐친 사람'으로 두지 않고, 딸을 시집보낸 친정아버지의 쓸쓸함과 손주를 향한 애착으로 해석하여 박완서 문학 특유의 **‘인간을 향한 따뜻하고도 예리한 시선’**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