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박완서 작가의 문체는 **일상의 아주 작고 세속적인 틈새에서 삶의 비속함과 따스함을 동시에 포착해내는 날카로우면서도 정감 어린 시선**이 특징입니다. 겉으로는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어조 속에 가족을 향한 깊은 애정과 인간 본성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을 담아내지요.
보내주신 생동감 넘치는 하루의 기록을, 박완서 소설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속 깊은 호흡과 인물들의 심리가 손에 잡힐 듯한 문체**로 다듬어 보았습니다.
## [교정 및 첨삭본] : 박완서의 문체로 그리다
침대 위에서 몸이 비대해진 짐짝처럼 웅크리고 누워, 도통 일어날 기척이 없는 남편의 둔중한 뒷모습을 내려다보다가 나는 괜히 심술이 나기도 하고 그 모양새가 부쩍 귀엽기도 하여 슬그머니 카메라를 들이댔다. 시간을 보니 겨우 새벽 여섯 시 오십삼 분. 서울에 사는 딸아이에게 그 사진을 툭 던지며 ‘세욱이(또 한 명의 사위 녀석)도 안 일어나?’ 하고 지청구 같은 문자를 보냈다.
만삭의 몸이면 아침잠이 보약일 텐데도, 몸이 무거워 외려 잠을 설치는지 딸아이는 벌써부터 말갛게 깨어 있었다.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두 여자가 작당을 하고, 각자의 침대에 누워 있는 두 사내의 게으른 뒤태를 현장 고발하는 사진을 주고받으며 웃음으로 하루를 연 것이다.
딸아이는 유난히 유난을 떨며 제 아비에게 꼭 챙겨 바르라고 신신당부했던 선크림의 행방을 물어왔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극성스러운 거짓말을 조금 보탰다.
“네가 준 선크림 아빠한테 줬더니, 아주 입이 귀에 걸리더라. 우리 딸이 이런 것도 챙겨준다며 얼마나 감동을 하던지.”
사실 늙은 사내들이란 자식이 뭘 쥐여주면 멋쩍어하거나 뜨악한 반응을 보이기 십상이다. 그 밋밋한 틈을 메우기 위해 나는 한 달에 오천팔백 원씩 내는 이모티콘 정기 구독 서비스를 애용하곤 한다. 다 늙어 무슨 주책인가 싶다가도, 서먹한 대화 사이에 이 이모티콘 한 장 슥 끼워 넣으면 얼어붙은 분위기가 단숨에 나긋나긋해지니 그 쓰임새가 여간 영리한 게 아니다.
꽃밭에 물조리개를 다정하게 뿌리는 아기 너구리 그림과 함께 ‘행운도 챙겨가’라는 문구를 보냈더니, 딸아이는 금세 두 팔을 벌리고 하트를 뿜어내는 아기 고양이 그림으로 응답을 해왔다. 질세라 나는 다시 단발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내린 맹랑한 계집아이가 눈을 깜빡이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곧 태어날 아이의 태명을 불러보며 ‘나, 다봉이 할아버지야’ 하고 남편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짐짓 카톡 창에 받아 적는 내 손끝에 간지러운 웃음이 배어 나왔다.
아침 운동은 집에서 시 경계선을 훌쩍 넘어 십사 킬로미터나 떨어진 스타탁구장으로 가볼 요량이었다. 남편의 차를 얻어 타고 갈 생각으로 나섰는데, 남편은 늘 서 있던 1층 로비가 아니라 내가 가장 걷기 편한 의외의 길목에 차를 대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속 깊은 배려에 마음이 동해, 나는 금세 카톡 속의 양갈래머리 소녀가 되어 콧소리 섞인 애교를 늘어놓았다.
“아이고, 뭐야. 이 황송한 대접은? 차 문까지 열어주시는 일류 서비스라니, 오늘 기분 아주 최고네, 우와.”
다 늙은 아내의 천진무구하다 못해 주책 맞은 콧소리가 귀에 달달하게 감겼던지, 운전대를 잡은 남편의 무뚝뚝한 얼굴에 하얀 박꽃 같은 웃음이 활짝 피어났다.
이십 분 남짓 차로 달려 탁구장 근처에 다다랐을 때, 나는 그만 여기 내려주면 알아서 찾아가겠노라 등을 떠밀었다. 하지만 남편은 이왕 지경이면 본인 눈으로 확인을 해야 마음이 놓인다며, 내가 건물 입구로 들어가는 마지막 뒷모습까지 기어이 백미러로 훔쳐보고서야 차를 돌렸다.
여덟 시 십 분 전. 계단을 오르는데 벌써부터 대기를 가르는 경쾌한 탁구공 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타관 객지에 서먹하게 발을 들이는 것이 멋쩍어, 나는 아예 집에서부터 탁구복을 갖춰 입고 오는 기지를 발휘했다.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벌써 넉 장의 탁구대 중 한 곳에서는 네 사람이 어울려 악착같이 복식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전에 두어 번 얼굴을 익힌 적이 있는 한 여자 회원은 그들만의 견고한 아성이 완강한지, 슬쩍 시선을 주어도 끝내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모른 체를 했다.
쓸쓸히 의자에 걸터앉아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데, 이 구장에서 이년 반을 쳤다는 이가 다가와 저희 탁구대로 오라며 온정 어린 손길을 내밀었다. 2년이 넘도록 라켓을 잡았다지만 연세 탓인지 볼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자꾸 바닥으로 고꾸라지자, 그분은 미안쩍은 낯빛으로 이 구장의 ‘십 년 구력’을 가진 고수를 소개해주겠노라 주선했다. 새로 마주한 이는 화(forehand) 연결은 서툴렀지만 백과 쇼트가 제법 단단하여, 덕분에 삼십 분 동안 땀이 배어 나오도록 알찬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려는데, 아까부터 눈여겨보았던 심드렁한 얼굴의 여자 회원과 칠 기회가 생겼다. 하나 그 여자는 제 남편과 치라며 라켓을 거두고는 푱하니 집으로 가버리는 게 아닌가. 남겨진 남편분과 라켓을 맞대어보니 나와 구력이 엇비슷했다. 작년에 새내기로 화성 탁구대회에 나갔다가 매운맛을 보았다며 씁쓸하게 웃는 그 사내와 5판 3승짜리 게임을 네 판이나 연달아 치렀다. 온몸의 진이 다 빠져나가는 듯했지만, 살갗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외려 청량했다.
그런데 아까 나와 삼십 분간 연습을 해주었던 십 년 구력의 사내가 문득 말을 건네며 은근슬쩍 내 손등과 팔뚝을 터치하는 게 아닌가. 노년에 흔히 볼 수 있는 허물없는 친밀함일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런 식의 들러붙는 친절이 딱 질색이었다.
“전, 이런 식의 신체 접촉은 아주 싫어합니다.”
나는 조금의 여지도 두지 않고 칼로 무를 베듯 서슬 퍼렇게 선을 그어버렸다.
탁구장 한쪽에서는 스승과 제자라는 엄숙한 타이틀을 달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나랑 동갑내기라는 한 여자 새내기가 칠월 대회에서 기어이 ‘일 승’을 거두겠다며 눈에 불을 켜고 있었고, 제 새끼발가락만 한 젊은 청년 둘이 붙어 실전 모드로 혹독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동갑내기라는 유대감 때문인지 그들은 내게 슬그머니 월 등록을 권하기도 했다.
이어 나는 펜홀더를 이십 년이나 쥐었으면서도 여전히 새내기라 불리는 이와 편을 먹고, 저쪽의 고수 및 여회원 조와 아주 팽팽하고 맛깔나는 복식 게임을 치렀다. 공 하나에 웃고 울며 받아치는 재미가 쏠쏠했다.
세 시간 남짓 땀을 쏙 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330번 버스를 기다리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반가운 친구 춘희였다. 우리는 마치 시험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이 요점 정리 노트를 교환하듯, 서로의 안부를 압축적이고 알차게 주고받았다.
“정아, 오늘 따라 네 목소리가 아주 청명해서 듣기 참 좋다. 만삭인 딸아이랑 기분 좋게 맛있는 것 좀 사 먹고, 유월 이십사 일에 용인 스프링 사운드에서 건강하게 만나자.”
춘희의 다정한 인사에 나는 “너도 나랑 아주 판박이다”라며 깔깔거렸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시간이 널널한 딸아이와 절친한 동무 모드로 스위치를 켰다. 요즘 유행하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말자쏘, 이거 아주 요물이다. 즉석 현장 매칭인데 너무 재밌으니 얼른 보렴” 하고 카톡을 보내자, 딸아이는 “공개 소개팅이나 다름없어요, 크크크” 하고 맞장구를 쳤다.
게다가 딸아이는 제 회사 매니저 한 명의 임신을 도와주었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민선이, 찬란이, 혜리, 은미까지, 제 손을 거친 이들이 줄줄이 임신 확정을 받았다나.
“아니, 옛날에는 중매를 잘 서더니 이제는 삼신할머니 노릇까지 하는 게냐?”
나는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에 색색의 하트가 쏟아지는 이모티콘 위에 ‘소중한 새 생명, 반갑고 축하해요’라는 문구를 얹어 짠 하고 보냈다.
“히히, 그러니까요. 나중에 같이 육아 얘기 엄청나게 해야겠어요.”
“다가오는 어린이날에는 우리 딸이 주최가 되어서 다 같이 모임을 가져도 참 좋겠구나.”
어느새 손을 놀려 조물조물 유부초밥을 만들어 사진으로 보내온 딸아이의 기특한 살림솜씨를 보며, 나는 버스 정류장의 소음을 배경 삼아 마지막 문장을 꾹꾹 눌러 적었다.
‘일도, 경제도, 살림도, 육아도, 거기다 남편 관리까지. 그 와중에 이 늙은 엄마까지 살뜰하게 챙겨주니, 다 잘하는 우리 딸을 세상에서 가장 크게 칭찬한다. 마침 버스가 오는구나. 바이.’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로 올라오는 열기를 들이마셨다. 가슴 한구석이 꽉 찬 것처럼 보람차고 알찬, 그야말로 남부러울 것 없는 하루였다.
### [문체 수정 포인트 설명]
* **심리 묘사의 구체화:** 무뚝뚝한 남편에게 애교를 부릴 때의 민망함과 달콤함, 탁구장에서 텃세를 부리는 회원들을 보았을 때의 서먹함, 불필요한 신체 접촉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중년 여성의 주체적인 태도를 박완서 소설 속 인물처럼 입체적으로 살렸습니다.
* **비유적 표현의 가미:** '얼굴에 하얀 박꽃이 피었다', '비대해진 짐짝처럼 웅크린 뒷모습' 등 일상적인 어휘 속에서 문학적인 정취가 묻어나도록 비유를 다듬었습니다.
* **대화와 문장 호흡의 조절:** 모녀간의 카톡 대화는 현대적이고 경쾌한 유대감을 그대로 유지하되, 전체적인 서술의 호흡을 한층 깊고 부드럽게 연결하여 수필 혹은 단편 소설의 느낌이 나도록 첨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