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집궁시박물관 (http://www.arrow.or.kr) 의 화차
오래 전부터 활과 화살을 좋아했던 나. 당연히 화차와 신기전에 관심이 많다. 초등학생때부터 세종대왕의 과학기술 업적을 말하라면 앙부일구,측우기,간의,혼천의,자격루,옥류기륜 대신 화차,신기전 등을 말했을 정도니...
2008년이 되기 전부터 Daum 검색을 통해 영화 '신기전' 을 알게 되었고, 2008년 추석을 맞아 기대했던 영화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우수한 로켓이었던 신기전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린 것은 영화의 매우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통치자들의 역사는 비교적 잘 알면서 선조들의 과학기술에 대해서는 아직도 너무 모르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화면으로 나오지 않고 대사가 빨리빨리 지나가버려서 확증할 수는 없지만, 신기전을 만드는 데 사용된 수치에 대한 고증은 꽤 철저한 것처럼 보였다 들렸다. 이것은 나중에 DVD를 구매해서 다시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편전(애기살) 발사장면도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요소 중 하나이다. 아쉬운 점은, 화살 발사시 손가락의 모양이 우리활의 방식인지 양궁의 방식인지 보지 못한 점이다. 각종 사극의 활쏘는 장면이 출연자들의 양궁 사법으로 문제가 된 적이 많아 꼭 보려고 했는데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 또한 나중에 DVD를 구매하면 될 일이다.
영화를 통해 화차와 신기전을 알게 된 사람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1. 화차는 수레(발사대)이고 신기전은 발사되는 화살(로켓)이다.
이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모르거나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화차는 신기전기화차(神機箭機火車) 와 총통기화차(銃筒機火車) 로 나뉘는데, 신기전기화차 1대로는 신기전 100(=15x7-5)발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고 총통기화차 1대로는 사전총통(세전(細箭)을 발사하기 위한 총통) 50(=10x5)정을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다. 나중에는 조총 등을 끼워 사용하기도 했다.
신기전은 대신기전(大神機箭), 산화신기전(散火神機箭), 중신기전(中神機箭), 소신기전(小神機箭) 으로 나뉘는데, 제원은 영화와 같다. 산화신기전은 대신기전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약통의 구조가 달라서 폭발하지 않고 불이 붙는다.
2. 현재 남아있는 화차와 신기전의 설계도는 병기도설에 있는 것이다.
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인 채연석 박사는 신기전의 설계도를 근거자료로 해서 세계우주항공학회(IAF) 로부터 세계 최고(最古)의 로켓 설계도로 인정받았다. 그 신기전의 설계도는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총통등록(銃筒謄錄)이 아닌 병기도설(兵器圖說)에 있던 것이다. 병기도설은 세종 30년(1448년)에 편찬된 국조오례서례(國朝五禮序例) 에 딸린 것이다. 총통등록은 화약 무기와 화포에 대한 책이고 15세기 전반의 것인데,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3. 대신기전의 폭발력은 수류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재미를 위해 CG를 사용해서 대신기전을 마치 미사일처럼 묘사해 놓고 엄청난 폭발력이 있는 것처럼 꾸며 놓았는데, 실제 대신기전의 폭발력은 그리 높지 않았다. 대신기전의 목적은 실질적인 살상이 아니라 매우 멀리 떨어진 적을 향한 위협용이었다. 먼 거리에서 날아와 바로 앞에서 터지는 거대한 화살을 생전 처음 보고 겁을 먹지 않을 군대는 없을 것이다.
4. 영화와 같은 화차는 문종 때 개발된 것이다.
15x7-5 = 100 개의 신기전을 발사할 수 있는 화차는 문종 때 개발된 것이다. 세종 때는 구멍이 하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세종의 뒤를 이어 조선의 왕이 된 문종은 왕세자 시절부터 화약 무기에 관심이 많아서 화약 무기 개발을 주도했다고 한다. 영화에 나온 것과 같은 형태의 화차는 문종이 고안했다고 하는데, 문종이 직접 만들었을까? 어쨌든 문종 때에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대신기전 발사장면
영화에서 주요 소재에 대해 실제와 다르게 표현한 부분은 대신기전과 화차이다. 그 외 신기전의 개발 과정, 명나라와 조선의 관계, 전투 장면 등도 실제와 다르다 (특히 전투 장면;;). 이것을 두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교육적 매체에서의 역사왜곡은 당연히 문제다. 그런데 이것은 교육자료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상업 영화이고 공식적으로는 15세 이상 관람가이다. 15세 이상이면 영화 내용의 진위 여부는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나이다. 원색적 비난을 일삼는 사람들은 분명 세상 모든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같은 수준의 비판을 하고 있으리라 기대한다.
주요 소재 외적인 요소로, 코믹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웃을 수 있어 좋긴 했지만, 액션 장면이나 긴박한 스토리 진행을 위한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남녀 주인공간의 사소한 장면은 빼고 영화를 조금 더 무겁게 만들었더라면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영화의 스토리라인이나 배우의 연기력 수준에 대해 말이 많은데, 내가 건드릴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영화를 처음 알았을 때부터 제작자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자주국방을 호소하는 메시지가 실리리라는 것은 예측하고 있었다. 명에 굴복했다가 뜻을 바꾼 세종의 행동에서 '외압에 굴복하지 마라' 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고, 신기전 사용 이후 바뀐 명의 태도에서 '자주국방을 이룬 나라만이 대접을 받는다' 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다르게 해석한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보았다.
이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 계획을 풍자했다는 의견도 있다. '자주국방' 이라는 주제로 묶으면 동의할 수 있는 의견이기는 한데, 그러면 박정희가 세종...? 세종대왕도 왕이었으니 합법적으로 독재정치(?)를 했겠지만, 그렇게 묶는 것이 좋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미 우상화된 세종대왕과 현재 일부 정치세력이 우상화하려는 박정희, 둘을 묶는 것이 '일부 정치세력' 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
이 영화에서 사회적인 메시지가 될 만한 부분은 내가 예측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나왔다. 영화 마지막 부분의 세종의 대사이다. 하찮은 백성(주인공)도 우러를 줄 아는 세종과 국민 보기를 벌레 보듯이 하는 현 대통령이 비교되게 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분석을 했다. "적국의 사신에게도 사배(四拜)를 하는데 하물며 나라를 구한 백성에게 못할까" , "나는 조선의 왕이고 그대들은 황제이다" 라는 대사들은 백성을 생각했던 세종의 성품을 나타내는 동시에 국민을 업신여기는 지도자에게 교훈을 주는 대사이다. 이 대사가 영화에 들어간 것은 제작자의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이명박에게 국민을 우러르라는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통쾌하다 할 만 하다. (참고로, 이명박은 대선 기간에 자신을 세종대왕과 연결시킨 적이 있다. 정동영은 정조대왕.)
극단적인 평으로는 '한국의 핵개발을 부추기는 영화' , '민족주의에 기댄 삼류영화' 등이 있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
무식하게 비칠 지 모르지만, 나는 영화를 '눈요기' 로 보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러나 신기전을 볼 때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을 가지고 보았는데(즉 재미가 영화 선택 기준이 아니었다), 눈요기로 봤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정도의 재미가 있었다.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수준이 있는 사람에게는 교육적으로도 좋은 매체가 될 것이다. 영화에서 표현된 소신기전과 중신기전은 날아가는 모습을 제외하면 모두 실제와 같고, 대신기전은 크기를 제외하면 모두 실제와 다르다.
영화 제공 이미지
(뱀발 하나) 설주 일당이 태평관으로 총통등록을 찾으러 갔을 때 설주의 동생인 인하가 물 속에서 죽었는데, 나중에 꺼내어 장례를 치르는 장면은 왜 안 나왔을까? 물 속에 묻혀버린 인하 불쌍하다.
(뱀발 둘) 마지막 전투장면에서 조선의 구원군이 왔더라면 좋았을텐데... 구원군이 온다는 것이 비현실적이긴 하나, 100명이 배수진(?!)을 치고 대군을 맞아 싸운다는 설정보다는 나았을 것이고 전투 장면의 스케일도 커졌을 것이다.
(뱀발 셋) 내용을 수정하는데 무슨 이상이 생겼는지 글이 날아가 버렸다. 복사해둔 글이 있으니 다행이긴 한데, 글 쓴 날짜가 바뀌어 버렸다.
..............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