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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슨 띠일까? 사주용 달력이란???

작성자limelite|작성시간05.02.18|조회수1,514 목록 댓글 2

 

십간(十干)

 

 

 

십이지(十二支)

 

올해는 을유(乙酉)년이고, 올해 태어난 아이들은 닭띠가 된다고들 한다. 왜 닭띠일까? 얼른 보기에 이건 매우 간단해 보이는 문제이다.

그런데, 자기가 무슨 띠냐에 대해서 여름에 태어난 사람들의 경우는 혼란이 없지만, 년초에 태어난 사람들은 종종 혼란스러워 한다. 양력 2005.1.31에 태어난 사람은 무슨 띠이고, 양력 2005.2.5에 태어난 사람은 무슨 띠이며, 양력 2005.2.10에 태어난 사람은 무슨 띠가 될까? 이 문제는 말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어려움은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달력이 3가지 종류이기 때문에 생겨난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이 3종류라니... 양력하고 음력 2종류 아닌가? 이 글에서는 이런 의문들에 대한 답을 하나씩 알아가 보자.

 

이 글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째 부분은 달력 체계 이해를 위한 기초 사항들이다. 둘째 부분은 태음태양력의 개력에 대해서 적었고, 세째 부분에 우리의 의문에 답해줄 음력, 즉 중국력의 여러 양태에 대해서 적었다. 세째 부분이 주제임에도 전체적으로 세부분이 비슷한 분량으로 할당되었다. 이것은 세째 부분 음력을 체계적으로, 세계 여러 달력과 그 역사적 맥락 속에서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글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전부 읽기 싫은 사람은, 마구 건너 뛰어서 맨 뒷부분의 결론 부분만 읽어도 된다. 우리 전통음력과 사주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완결된 지식을 갖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사람이 음력에 대해서 완결된 지식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니니까... 또 몇번에 걸쳐서 천천히 볼 수도 있을 듯... 잘 적은 글은 아닐지라도, 역법에 대한 많은 공부와 확인을 거친 글이기 때문에 읽을 가치는 충분히 있을 것임...  :)

 

 

 

1. 기초 사항

 

먼저 필요한 기초 지식부터 알아보자는 의미로 각종 달력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설명하겠다. 여기서는 '태음월' 및 '태양년', '윤일', '윤달', '치윤법'과 같은 용어를 알아두었으면 한다.

아울러, 이 글에서는 윤일이나 윤달, 치윤법 같은 용어들을 특정 달력 체계에서만 사용하는 것처럼 적었는데, 이는 설명을 단순하게 할 목적으로 용어들을 주로 쓰이는 의미로만 제한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더 폭 넓은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그리고, '윤년'이 태양력과 태음태양력에서 약간 다른 의미임에도 주의하자.

 

1) 역법과 시법 : 우리는 길이에 대해서 'cm, m, km...'와 같이 현대적으로, 혹은 '치, 자, 리...'와 같이 전통적으로, 측정단위를 정하고 사회적 표준을 정하여 사용한다. 면적이나 부피, 무게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시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측정단위를 정하고 표준으로 만들고 있을까? 간단하다. 년, 월, 일, 시, 분, 초... 이런 시간단위의 표준을 정하는 방법이 바로 역법과 시법이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간단위로 중요하게 여겨진 것은 지구의 자전운동에 의해 해가 떴다 지는 태양의 일주운동 주기, 즉 하루(日)이다. 태양의 일주운동은 아래 설명하는 달의 위상변화나 태양의 계절운동에 비해 주기가 매우 짧고 규칙성도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심해가 아니라면 지구상 대부분 지역에서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알려진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하루를 아주 중요한 시간의 기준단위로 여겼다.

이 글의 주된 관심인 역법(曆法)은 최소 기본단위가 하루이고, 하루, 달(月), 년(年), 회갑(60년), 세기 등의 순으로 단위가 확대되는 시간단위 체계이다. 달력이 이들 시간단위를 이용해 만들어지므로, 역법은 간단히 달력 체계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지구의 하늘에서 볼 수 있는 해와 달과 같은 천체의 운동은 비교적 규칙성이 크므로, 여러 문화권에서는 고대부터 해와 달의 운동을 기준으로 시간을 측정하였고, 달력을 만드는 역법도 해와 달의 운동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오늘날은 천문학이 발달하고 확립되어 역법에 큰 무리가 없었지만, 천문학이 발달하지 않은 고대에는 당장 내년 달력 만드는 것도 상당히 큰 고민거리였다. 그래서, 역법에서는 전통적으로 미래의 달력을 만들기 위해 미래의 천체 위치를 추산하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였다.

참고로, 역법의 曆은 역사(歷史)의 歷이나 역학(易學,사주 같은 것을 보는 방법)의 易과 다르고, 달력할 때의 曆이다. 그리고, 달력은 우리말 달(月)과 한자 曆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약간 독특한 단어이다.

시법(時法)은 하루 내의 시간을 쪼개는 방법이다. 현대 표준은 일(日), 시(時), 분(分), 초(秒) 등의 순으로 단위가 세밀해진다. 우리 전통으로는 시(時), 각(刻)과 같은 단위가 사용되었다. 우리가 "현재 시각은?"이라고 말하는 것은 몇시 몇각이라고 하던 전통에서 나왔다.

이처럼 시간에 대한 표준단위를 정하는 방법인 역법과 시법은 하루를 기준으로 나뉘고, 하루보다 큰 단위를 다루면 역법, 작은 단위를 다루면 시법이 된다. 하루를 기준으로 역법과 시법을 나눈다는 분류는 대체로 어느 문화권의 시간단위 체계에나 적용될 수 있으나, 물론 역법과 시법을 넘나드는 예외적인 시간단위가 있을 수도 있다.

 

2) 달력 체계의 종류 : 달력은 어떤 천체의 운동을 주로 반영하는가에 따라 달을 주로 반영하는 태음력, 태양을 주로 반영하는 태양력, 달을 주로 태양도 반영하는 태음태양력 3가지로 크게 나눈다. 이들 달력 체계에서는 달의 운동에 맞춰 1개월, 태양의 운동에 맞춰 1년을 정한다. 하지만, 달력 상의 1개월이나 1년이 반드시 달이나 태양의 운동과 일치했던 것은 아니다. 달력은 미래의 것을 미리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달과 태양의 운동을 추산해야 하고, 달이나 태양의 운동에는 어느 정도 불규칙성이 있어서, 발달하지 않은 고대의 천문 기술로 이들 천체 운동을 완벽하게 추산해서 달력을 맞추는 것은 대단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달력을 달과 해의 운동에 맞추는 방법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실제 관측에 의하는 방법으로, 천문학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이나 종교적 관습에 의해서 채용되었으며, 고대로마력이나 고대유대력이 이에 속한다. 이에 따른 달력을 관측력이라고 하는데, 1개월의 시작이나 1년의 시작을 그때 그때 맞추는 수준이라 긴 미래의 달력을 만들 수 없었다. 그리고, 관측력은 날씨에 따라 천문현상을 관측할 수 없을 때는 문제가 생겼고, 교통/통신이 발달하지 과거에는 넓은 지역에 관측결과를 전파하여 달력을 공조시키기 어려웠다.

둘째는, 달과 태양의 운동을 오랫동안 관측하여 평균치나 근사치를 추출하여 달력 상의 1개월과 1년을 정하는 방법이다. 이에 따른 달력을 산출력이라고 하며, 달력 산출법만 알면 세계 어디서나 쉽게 공조된 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산출력에 사용된 평균치나 근사치의 정밀도가 떨어지면 시대가 지날수록 오차가 누적되는 경향이 생겼다. 이집트 태양력이나 마야력처럼 이 오차에 관심이 없거나 무시한 달력도 있었고, 율리우스력이 그레고리력으로 개선된 것처럼 누적된 오차로 인한 불편을 후대에 더 정교하게 개선한 경우도 있었다.

세째는 천문학적으로 정교하게 천체의 운동을 관측하고 예측해서 달력 상의 1개월과 1년을 정하는 방법이다. 이를 천문력이라고 하며, 중국력과 인도력이 이에 속한다. 천문력은 달/태양의 운동과 달력 상의 1개월/1년이 잘 어울리는 점에서 우아한 달력이었지만, 근대적 천문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복잡한 천체 운동을 관측하여 계산하는데 어려움이 많았고, 따라서 오류도 많았다. 그리고, 발달한 현대적 천문학으로도 천문력의 산출은 일반인들이 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천문계산이 필요한 복잡한 일이다.

달력에는 또한, 아래 설명하는 주일이나 일진처럼 천체운동 주기와 관계 없는 요소도 있다. 마야력은 13일이나 20일 같은 비천체운동 주기를 1개월처럼 중요하게 여긴 달력이었다. 그리고, 사회적 혹은 종교적으로 의미 있는 기념일이나 축제일을 산출하는 것도 달력의 역할이었고, 이 점 때문에 고대부터 달력에는 종교적 믿음과 관습의 힘이 굳게 결부되어 있었다.

 

3) 태음력 : 고대부터 달력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이 달의 위상변화 주기, 즉 달의 차고 이지러짐 주기였다. 달의 위상변화는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면서 태양빛을 받는 부분이 달라져서 발생하는 현상인데, 현대적 조명 시설이 발달하지 않은 고대에는 너무나 뚜렷한 천문현상이었다. 또한 대략 30일 주기를 가지므로 시간단위를 재는 기준으로는 아래 설명하는 태양년에 비해 짧아 편리하다. 그래서, 많은 문화권에서 달의 위상변화 주기를 이용해서 달력을 만들었으며, 이를 태음력이라고 한다.

달의 위상변화 주기를 삭망(朔望)주기라고도 하며, 태음력에서는 달의 위상이 한번 변하는 기간을 1태음월 혹은 1삭망월이라 한다. 달의 삭망주기는 평균해서 약 29.53일 정도이나, 달의 공전운동은 불규칙성이 심해서 이 주기가 하루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 심한 불규칙성 때문에 태음월이 언제 시작되는지, 태음월의 길이는 며칠인지 예측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천문학이 발달하지 않은 고대에는 다음 달 달력 만드는 일도 쉽지 않았다. 각 문화권에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위에 말한 관측력에서 산출력, 천문력과 같은 여러가지 달력 산출법을 사용하였다.

조명시설이 발달한 현대에는 태음력이 생활에 어떤 의미일지 의구심이 많이 늘어났다. 특성상 한밤중에 높이 뜨는 보름달에 대해서 사람이 어떻게 된다는 등의 여러가지 재미있는 전설과 미신이 있기도 하지만, 달의 위상변화가 사람의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러나, 조석작용의 영향을 받는 해안지방이나 바다와 가까운 강가 지역에서는 태음력이 중요할 수 있다. 조석작용은 달과 태양의 인력에 의해 형성되고, 달의 위상과 이에 따르는 태음력은 조석작용에 의미 있는 달과 태양의 위치를 직접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석 작용 외에 달의 위상변화가 인간 생활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아시는 분 의견 바란다. 단, 미신적인 거 말고 :)

 

4) 태양력 : 태양의 운동도 여러 종류가 있으나, 태양력에서는 태양이 계절마다 뜨고 지는 위치가 바뀌고 고도가 바뀌는 계절운동에 관심을 가진다. 고대로부터 많은 의문을 낳았던 태양의 계절운동 원인은 오늘날 지구의 공전운동에 의해 생기는 것임이 잘 알려져 있다. 좀 더 정확히는, 지구의 자전축이 지구 공전면에 대해 약 23.5도 기울어진 채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태양의 계절운동이 발생한다.

이러한 태양의 계절운동은 기후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특히 농경사회가 발달하면서 관심이 증대되었다. 보통의 경우 달의 위상변화보다는 계절변화가 인간과 동식물의 생활에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태양의 계절운동 주기는 대략 365일로 시간 간격은 길지만 규칙성이 커서, 일정한 주기의 달력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계절변화와 그 규칙성에 대한 관심 때문에 태양의 계절운동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달력이 태양력이다.

태양의 계절운동 주기는 약 356.2422일이고, 태양력에서는 이를 1태양년이라 한다. 태양력은 기본적으로 1태양년의 근사치 365일을 1년으로 정한다. 남는 0.2422일이 대략 4년 모이면 1일이 되므로, 4년 정도에 한번씩 하루를 더 넣어 1년을 366일로 만든다. 이렇게 366일이 되는 해를 태양력 윤년(閏年)이라 하고, 하루 더 넣는 날을 윤일(閏日)이라 한다.

태양력 중에는 윤일을 사용않고 단순하게 365일로만 1년을 정한 것도 있었다. 고대 이집트 태양력이나, 13일/20일 주기 외에 365일 주기도 중요하게 여겼던 마야력이 이에 속한다.

 

5) 태음태양력 : 순수한 태음력은 달의 위상변화가 태양의 계절운동과 무관하므로 계절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여러 고대문화권에서는 순수 태음력을 사용하기 보다는 태양의 계절운동에 맞춰 태음력 달력을 조정하는 태음태양력을 사용하였다.

1태양년 365.2422일 안에는 보통 12개의 태음월이 들 수 있고, 이는 대략 29.53일 x 12태음월 = 353~355일 정도이다. 1태양년을 12태음월로 보았을 때 10일 정도가 남으며, 이것이 2~3년 누적되면 1태음월을 이룬다. 이에 따라, 태음태양력에서는 1년을 기본 12개월로 하고, 2~3년마다 1개의 태음월을 더 넣어서 1년을 13개월로 만드는 방식을 사용한다. 2~3년마다 하나 더 들어가는 태음월을 윤달(閏月)이라고 하며, 윤달이 들어가서 13개월이 1년이 되는 해를 태음태양력 윤년(閏年)이라 한다. 그리고, 윤달을 삽입하는 규칙을 치윤법(置閏法)이라고 칭한다. 태음력과 태음태양력의 차이는 치윤법이라고 볼 수 있으며, 태음태양력을 사용하던 여러 문화권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치윤법을 만들어 사용했다.

태음태양력은 달의 위상변화를 기반으로 계절변화에도 어느 정도 맞는 우아한 달력이지만, 달의 삭망주기가 불규칙성이 심해서 태음월 계산과 치윤법이 복잡하고, 따라서 사용이 복잡한 단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한편, 고대 여러 문화권에서 '12'라는 숫자가 시간을 나누는 등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1태양년 안에 보통 12태음월이 들어간 것에서 기원한다. 2와 5로만 나누어 떨어지는 10진법의 10에 비해 12는 2, 3, 4, 6 등 나누어 떨어지는 숫자가 많아서 편리하기도 하다.

 

 

 

2. 태음태양력의 개력

 

역사기록 시대 이전 인류가 어떤 달력을 사용했는지는 여러 유적이나 유물이 있음에도 명확히 알지는 못한다. 프랑스에서 몇만년 전 구석기 시대에 달의 운행을 셈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견되는가 하면, 영국의 스톤헨지처럼 태양의 계절운동을 측정한 것으로 여겨지는 유적도 있다.

그러나 역사 기록이 있는 시대에서는 여러 문화권에서 대체로 태음력에서부터 발달한 태음태양력을 많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태음태양력이 복잡하기도 하고 해마다 달과 날의 수가 달라 통치에도 불편했기 때문에, 차츰 개력 즉 달력을 바꾸게 된다.

 

1) 이집트력 : 서양 태양력의 기원으로 알려진 고대 이집트 태양력은 윤일이 없이 365일로만 1년이 구성된 태양력이다. 최초 태음태양력을 사용하던 이집트가 이런 태양력을 개발한 것은 대규모 건축 공사 등의 관리를 편하게 할 행정편의가 우선 목적이었다.

우리는 보통 이집트가 나일강의 범람을 예측하기 위해 태양력을 만들었다고 알고 있으나, 이것은 서양력에 대한 대표적 오해이다. 이집트가 나일강의 법람을 예측하기 위해 관측했던 것은 일출 직전 시리우스별이 뜨는 현상이다. 이 현상의 주기는 항성년이라고 해서 계절에 영향을 주는 태양년에 비해 대략 12분 정도 늦은 주기였지만, 이 오차는 기후변화의 오차에 비해서 매우 작기 때문에 무시되었다. 시리우스별 관측은 이집트의 태음태양력 치윤에 사용되었고, 이 태음태양력이 종교행사와 농경 생활에 직접 사용되었다.

고대 이집트의 단순한 태양력은 시리우스별 주기 관측으로부터 나왔지만, 윤일이 없어서 시리우스별 관측과 점점 멀어졌으며, 주로 행정적인 목적으로 태음태양력과 병용되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시리우스별 주기와 태양 운행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그들이 정확한 태양년의 길이를 측정했음에도 이 태양력에 윤일을 도입하지는 않았으며, 이는 점점 전통과 굳게 결부되어갔다. 그래서, 심지어 이집트 왕이 이 태양력에 윤일을 도입하자고 권유해도 사제들이 거부할 정도가 되었다.

한편, 이러한 고대 이집트 태양력의 단순성은 날짜 계산을 편리하게 한다는 이유로 15세기 중세 유럽의 천문학자, 예를 들어 코페르니쿠스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2) 로마력 : 고대 로마는 초기 춘분경에 새해를 시작해서 1년이 10개월 304일인 약간 이상한 달력을 사용했다. 남은 날은 어떻게 했는지, 태음력인지 태양력인지도 모호한 면이 있지만, 아마도 태음력의 일종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마는 국가체계를 확립하면서 이 모호한 달력을 1년이 12개월 355일인 태음력으로 개력하였고, 치윤법도 도입하였다. 고대 로마에서는 달이 언제 서쪽에 나타나는가를 알기 위하여 파수꾼을 세워, 서쪽 하늘에 새달이 보였을 때에는 고함을 쳐서 알렸다고 한다. 고대 로마력에서 달의 첫날을 '칼렌도스'(Calendos)라고 하는데, 이것은 고함을 치다는 'calere'에서 유래했다. 영어로 달력 'Calnedar'가 이로부터 유래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10개월/304일에 적당히(?) 2개월을 덧붙여 12개월/355일로 만든 로마의 태음태양력은 우아한 형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로마력은 또한 결정적으로 치윤법이 임의적이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기도 해, 달력이 계절보다 3개월이나 빠르게 되는 등 혼란이 많았다. 이런 혼란을 없애기 위해서 케사르가 이집트 학자 소시게네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4년에 한번 윤일을 삽입하는 간단한 계산으로 달력을 산출할 수 있는 태양력을 도입하였다. 이것이 바로 율리우스력이다.

그럼에도 정치적으로 달력을 마음대로 바꾸던 로마의 전통(?)은 태양력으로 개력한 후에도 계속 되었다. 황제마다 자기 이름을 달 이름으로 올리는 등 마음대로 달 이름을 바꿨고, 자기 달에 유리하게 날짜를 빼돌리곤 했던 것이다. 이 중 케사르에 의한 'July'와 아우구스투스의 'August'만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한편, 그 시대 소시게네스를 포함한 앞선 천문학자들은 이미 1태양년의 길이가 365.25일(4년 윤년 규칙에 의한 1년의 평균 길이)보다 짧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왜 단순한 4년 윤년 규칙을 제안했는지가 종종 의문거리기도 하다. 이 의문에 명확한 답은 없지만, 로마력의 저런 혼란상이나, 4년 윤년이라는 단순한 윤년 규칙마저도 초기에는 로마 대신관들이 잘못 운용해서(로마의 독특한 셈법이 이 오해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고) 3년마다 한번씩 윤년을 만들어 나중에 교정한 일이 있었던 사실들을 생각하면, 소시게네스의 단순한 제안은 상당히 현실적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국제표준으로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은 잘 알려진 대로 율리우스력의 윤년 규칙을 수정해 달력 상의 1년이 1태양년 길이에 좀 더 근접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레고리력이 태양력이지만 1년이 12개월에 1개월이 대략 30일 정도로 태음태양력의 전통이 남아있다거나, 1개월의 날수가 들쑥날쑥에 달 이름도 일관성이 없는 괴상한 형태라 수 많은 개력운동의 표적이 될 정도로 악명 높은 것은, 이 달력이 그 복잡다난했던 로마력의 직접 계승자이기 때문이다.

 

3) 이슬람력 : 오늘날 아랍권인 서아시아 지방은, 일찌기 고대 수메르나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천문학이 발달하였다. 발달한 바빌로니아 천문학과 역법은 이스라엘을 포함한 서아시아 여러 지방과 이집트, 그리이스 등 서방 세계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고대 바빌로니아력은 태음태양력이었고, 7일 주기에 종교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 7일 주기는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행성이 7개(5행성+해+달)인 것에서 기원했다.

하지만, 이 지방에서도 세월이 흐르면서 치윤이 편의대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서기 7세기 경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하마드의 공표에 의해 아예 윤달을 없애는 순수 태음력으로 개력하였다. 이로서 이슬람력은 계절 흐름과 무관해졌으며, 달의 평균운동치에 기반한 산출력이 되어 달력 계산이 표준화되었다. (의미는 별로 없지만)이슬람력의 계절에 대한 순환주기를 산출해 보면 약 32년 주기이다. 이렇게 생겨난 이슬람력은 오늘날까지 이슬람교도의 종교적 신념에 의해 견고하게 지지되고 있다.

개력이 태양력이 아닌 치윤법을 폐기한 순수 태음력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도 한데, 태음태양력의 복잡성에 따른 혼란을 제거할 목적이었다는 점은 일맥상통한다. 현대 이슬람력의 달 이름에는 예전 태음태양력 시절에 계절과 연관되었던 의미가 아직 남아 있어서, 예를 들어 이슬람교 금식의 달로 유명한 라마단(Ramadan)은 '불에 타다, 더운 달'이라는 의미이다.

 

4) 7일 주기 : 개력 사항은 아니지만, 말난 김에 7일 주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자. 바빌로니아의 7일 주기는 서아시아 지방에 크게 유행하면서 유대교를 포함한 다양한 종교적 신념과 결합하였고, 나중에는 인도와 중국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로마에는 7일 주기가 기원전 시기에 이미 유입된 것으로 보이며, 초기에는 미트라교라는 태양신 숭배 종교에 의해 유행하게 되었다. 이 후 역시 7일 주기를 믿는 유대교에서 파생된 기독교가 로마를 지배하면서 7일 주기는 로마력의 정식 구성요소가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1주일(week) 주기이다.
(바빌로니아의 7일주기를 받아들여 유대력 및 기독교의 7일주기가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입증할 자료가 없단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바빌로니아 유수 시절 바빌로니아에 대한 적개심과 함께 7일주기도 변형시켜 받아들였을 거라는 점에는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들 보고 있다)

1주일 주기는 서양문화와 기독교가 전세계적으로 전파되면서 오늘날 표준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1주일 주기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3000년 이상 중단 없이, 달력이 개력되거나 천체운행과 상관 없이 운행되는 비천체운동 주기로 서양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슬람력 역시 7일 주기를 사용하니, 1주일 주기는 달력 상의 비천체운동 주기 중 가장 폭 넓게 받아들여지는 것인 셈이다.

 

5) 중국력: 중국문화권은 모범적이랄 만큼 태음태양력 전통을 안정적으로 확립해 잘 고수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19세기 이 후 일본을 시작으로 복잡한 태음태양력 대신 사용이 편하고 세계적 교류에 편한 서양 태양력, 즉 그레고리력을 차츰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중국이 태음태양력을 자발적으로 개력하지 않고 꾸준히 공식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절월력이라는 태양력을 비공식적으로 병용했음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절월력과 그 쓰임새가 이 글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3. 중국력의 태음태양력 전통

 

위에서 기초를 튼튼하게 닦았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오늘날 우리나라는 태양력의 일종인 서양의 그레고리력을 국가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사용해오던 음력 역시 존중해서 사용하고 있다. 우리의 음력은 태음태양력의 일종인 중국력을 직접 받아들인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등과 같은 후대의 기록에 의하면 중국력은 이미 요순시대에 달력을 만듦에 있어 달의 변화를 중심으로 하되 농사에 도움을 주도록 태양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원리를 갖췄다고 한다. 실제로도 상나라 시대 갑골문자 유적에서 태음태양력을 운용한 기록이 아래 설명하는 일진과 함께 발견된다. 꽤나 오랜 태음태양력의 전통을 가진 셈이다. 또, 중국문화권에서는 세상을 보는 이치나 국가 통치 철학에 있어 해와 달을 포함한 하늘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태음태양력의 전통은 정치/철학적으로도 확고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유지되었다.

중국력은 한나라 시대에 국가 통치의 표준으로서 역법이 확립되었으며, 그 전후로 기본 형태는 언제나 태음태양력이고, 치윤법은 아래 설명하는 24기를 이용한 무중치윤법이 유지되었다. 중국에서는 왕조와 황제에 따라서 수시로 개력이 이루어졌으나, 개력은 늘상 이와 같은 큰 틀을 유지하면서 천체들의 움직임을 좀 더 정확하게 달력에 반영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항상 목적대로 됐던 것은 아니다)

초기 일부 관측에 의해 보정하는 산출력에 가까왔던 중국력은, 이런 끊임 없는 개력을 통해 청나라 시헌력법 이후에는 달과 태양의 운동을 거의 정확하게 반영하는 천문력이 되었다. 하지만, 현대 이전에는 천체 운동 추산에 일부 오류가 있어서 대한제국 시절의 달력 계산에도 일부 오류가 확인되기도 한다. 현대에는 천문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여 달력 산출에 문제가 없는 편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하기 매우 어려운 전문적인 천문 계산을 요하기 때문에 여전히 불편하다.

 

(여러 문화권에서 특정 달력 사용을 국가 권력이나 종교적 권위에 따르는 의미로 보았던 것처럼(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개력하는데에도 신교도/구교도의 갈등이 생기고, 러시아 정교회 따로, 그리이스 정교회 따로였던 것도 그 사례의 하나), 중국에서도 역법을 만들어 달력을 반포하는 일을 국가의 기본 통치행위의 하나이자 황제 권위의 일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처럼 중국에 대한 사대의 예에 충실했던 나라에서는 칠정산과 같은 자체 역법 제작 능력이 있었음에도, 중국과의 사대관계 때문에 마음 놓고 쓰지 못했단다.

그런데, 글쓴이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세히 모르고 있다. 의견 바라는 뜻에서 적어봤다.)

 

 

 

4. 60간지

 

우리의 전통 달력 음력 즉 중국력에서는, 위의 그림과 같은 10간(十干) 12지(十二支)를 조합해 60간지(六十干支)를 만들고, 달력 상 모든 날과 달과 해에 60간지를 배정하여 긴요하게 사용했다. 年에 배정된 간지를 세차(歲次)라 하고, 月의 간지를 월건(月建, 단 윤달에는 월건이 배정되지 않았다), 日의 간지를 일진(日辰, 일진이 좋다/나쁘다 할 때 그 일진)이라고 한다. 세차는 60년 주기이고, 사람 나이 60살을 회갑(回甲) 혹은 환갑(環甲)이라고 하는 것은 여기서 연유했다. 월건은 12개월 x 5년 = 60개월이므로 5년 주기, 일진은 60일 주기가 된다.

 

甲子 乙丑 丙寅 丁卯 戊辰 己巳 庚午 辛未 壬申 癸酉

甲戌 乙亥/丙子 丁丑 戊寅 己卯 庚辰 辛巳 壬午 癸未

甲申 乙酉 丙戌 丁亥/戊子 己丑 庚寅 辛卯 壬辰 癸巳

甲午 乙未 丙申 丁酉 戊戌 己亥/庚子 辛丑 壬寅 癸卯

甲辰 乙巳 丙午 丁未 戊申 己酉 庚戌 辛亥/壬子 癸丑

甲寅 乙卯 丙辰 丁巳 戊午 己未 庚申 辛酉 壬戌 癸亥

 

10간12지의 기원에 대해서 명확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대체로 10간은 1개월이 약 30일인 것을 10일 단위로 나누어 칭하던 관습(10진법이 직접 영향은 아님)에 근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12지는 태음태양력에서 1년이 대략 12개월인 것에서, 태음월에 명칭를 부여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까 10간12지는 달력에서 생겨났다고 보는 것이다.

고대에는 천문학과 주술이 밀접한 연관 관계였기 때문에, 10간12지에도 음양오행이니 하는 주술적 의미가 부여되었다. 또한, 후한 시대에는 12지 각각을 계절과 관계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동물과도 연관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이로서 그 해에 배정된 간지, 즉 세차를 통해서 그 해는 어떤 동물과 연관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어서, 올해는 닭의 해니, 내년은 개의 해니 하는 말들을 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에는 음력보다 양력을 사용하게 되면서 월건과 일진 사용에 대한 관습은 많이 쇠퇴하였으나, 세차에 대한 관습은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그래서, 올해 태어난 아이는 무슨 띠라는 말들을 아직도 많이 하고 있다.

 

음력에서는 세차로 년도를 지칭하기 때문에 60년마다 년도 명칭이 순환하는 특징이 있다. 양력에서 1880년, 2005년 하는 식으로 년도 명칭이 해마다 달라지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부가적으로 세차 60년 주기를 확장해서 각 60년 주기를 상원(上元), 중원, 하원으로 구분해 180년 주기를 정하는 법도 있었으나, 그래도 180년 주기로 년도의 명칭이 순환하게 된다. 이러면 역사적으로 특정 년도를 구분하는데 혼동이 생길 것 같지만, 왕이나 황제의 재위에 따라 연호를 재정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실제로 혼동이 생기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광무 7년이나 융희 3년과 같은 방식이다. 중국의 각 왕조는 한나라 무제 이후 꾸준히 연호를 사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한 시기도 있었으나, 중국의 연호를 사용한 시기가 많았다. 일본의 경우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는데, 오늘날 달력은 음력을 폐지하고 서양력만을 사용하면서도, 연호는 아직도 서기 연호보다는 일황의 재위에 따른 연호를 사용하고 있다.

세차와 연호로 년도를 거명했기 때문에 음력에서도 혼동은 없었지만, 몇백년에 걸친 역사적 사실의 순서를 정하려면 각 왕이나 황제의 연호 사용 기간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 불편할 수는 있다. 다행히 오늘날에는 역사학자들의 노고로 과거 연호와 서기 년도의 관계가 상당히 잘 정리되어 있다.

(근데, 글쓴이도 이런 점들이 궁금하다. 전통사회에서 모든 문서가 세차+연호로 시기를 기록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연호가 있는 경우야 그래도 시기 추정이 가능하겠지만, 세차만 표시된 경우는 어떻게 할까? 문서의 다른 부분이나 같이 발굴된 다른 유물을 통해서 시기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는 것인지???

또, 남아 있는 역사기록이 적은 고대의 경우는 연호를 봐도 시기를 추정하기 힘들텐데, 이 경우는 어떻게 하는지? 옆나라 중국의 경우는 이런 시기와 관련된 역사기록이 많아서 몇천년 기간에 대해서 대조가 가능하더던데, 중국과 비교하는 것인지???)

 

60간지를 이야기할 때 일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가 없다. 위에 서양력에서 1주일 7일 주기가 달력이 개력되는 동안에도 쉼 없이 운행되던 중요한 비천체운동 주기 요소라고 이야기했는데, 중국력에서 이와 비교될 비천체운동 주기 요소가 바로 일진이기 때문이다.

일진 사용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15세기경 중국 상나라의 갑골문자 유적에서 벌써 발견된다. 일진도 1주일 주기처럼, 달력 상태나 중국력에서 중시하던 해와 달 같은 천체의 운동 등에 전혀 영향을 안받고 독립적으로 운행되었다. 심지어 달력 날짜는 기록 안해도 일진은 기록할 정도로, 중단 없이 운행되고 기록되었다고 한다. 또한 1주일에 비해서 60일 주기로 상당히 길기 때문에, 고대 날짜의 정확한 추정에 역할을 하기도 한다.

 

 

 

5. 24기 - 음력의 태양력 요소

 

그러면, 태음태양력의 일종인 음력에서는 어떻게 태양의 계절운동에 달력을 맞췄을까?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24기이다.

우리가 "입춘, 우수, 경칩... 소한, 대한"이라며 흔히 24절기라고 부르는 것의 정확한 명칭은 24기(氣)이다. 24기는 태양의 계절운동을 파악하기 위해 1태양년을 12개 절기(節氣)12개 중기(中氣)로 이루어진 24개의 일정 구간으로 나눈 것이다. 그리고, 입춘은 절기, 우수는 중기, 경칩은 절기와 같은 방식으로 절기와 중기가 교대로 배치되었다. 아래는 24기의 구성이다.

 

봄   :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

여름 :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

가을 :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

겨울 :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

 

태양의 계절운동이 달의 위상변화와 연관이 없기 때문에 24기는 음력 날짜와는 완전 별개로 정해지며, 대략 14~16일 간격이다. 24기가 태양의 계절운동에 의해서만 정해지므로, 음력을 사용하면서도 24기 날짜를 알면 계절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혹자는 24기를 태음태양력인 음력에서의 태양력 요소라고 말하기도 한다.

음력에서 24기는 윤달을 결정하는데도 사용되었다. 중국력은 윤달을 주기적으로 계산해서 넣기보다(고대 그리이스 태음태양력의 경우처럼) 24기를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넣는 방법을 사용했고, 이를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이라 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중기가 들지 않는 태음월을 윤달로 정한다는 뜻이고, 좀 더 상세한 규칙이 있지만 여기서는 설명을 생략한다. 계절을 알려주는 24기를 태음력 계절에 맞추는데도 사용한 것은 꽤나 합리적이어 보인다.

 

24기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대략 기원전 7~10세기경 주나라 말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명칭과 의미가 주나라의 주무대인 화북지방(황하강 유역)의 기상상태를 기준으로 만들어져서 우리나라 기후와 조금 차이가 나기도 한다.

24기 중 가장 중요한 절후는 무엇일까? 봄이 온다는 입춘? 서양 천문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춘분? 중국력에서는 태양의 고도가 가장 낮아지는 동지를 음의 기운이 기울고 양의 기운이 오른다는 등의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절후로 보았다. 동지와 동지 사이를 1태양년으로 정하고 항상 이 길이를 정확히 측정하여 달력 계산에 반영하였고, 동지를 달력 계산의 기준일로 삼았다. 24기가 동지에서부터 동지 사이를 24등분한 것임은 물론이고, 음력에서 동지는 반드시 음력11월에 넣도록 되어 있다. 이것이 동지를 '작은 설'로까지 불리우는 이유 중 하나이다.

사실 1태양년의 평균 길이는 서양에서처럼 춘분(혹은 추분) 사이의 시간 간격으로 측정하는 것이 더 편하고 정확하다. 그러나, 중국의 천문학자들은 비록 춘분점에 대해서 알고 있었음에도, 상당히 완고하게 전통을 따랐다.

 

한편,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양력 그레고리력 상에서 24기는 거의 일정한 날에 들면서도 해마다 하루나 이틀씩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입춘은 양력으로 대략 2월4일이지만 1976년의 입춘은 2월5일이고, 동지는 12월21일 경이지만 2050년의 동지는 12월22일이다. 그레고리력과 24기가 근본적으로 1태양년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이것은 1) 태양의 계절운동 즉 지구 공전운동에 작은 불규칙성이 있고, 2) 그레고리력은 평균 태양년에 따르며, 3) 24기는 청나라 때부터 실제 태양 운동(지구 공전에 의한)에 따라 정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구 공전이 약간 불규칙하기 때문에 평균 태양년 기반의 그레고리력 상에서 진태양운동 기반의 24기 날짜가 조금씩 차이나는 것이다.

 

 

 

6. 절월력

 

중국력은 공식적으로는 위와 같은 원리의 태음태양력을 확고히 사용해 왔으나, 태양력 사용에 대한 주장도 있었다. 기록 상으로는 11세기 말 송나라의 대학자 심괄이 24기를 이용한 절월력이라는 태양력의 사용을 최초로 주장했다고 한다.

절월력은 12절월로 구성되며, 1절월은 하나의 절기와 중기를 묶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24기의 12절기 중 하나에서 달을 시작해서 중기를 달의 중간에 두고 다음 절기 직전에 끝나는 것이 1절월이다. 절월력의 1년 시작은 입춘이다.

중국력에서는 동지가 가장 중요한 절후였음에도, 절월력은 왜 입춘을 한해의 시작으로 잡았을까? 이에 대해서 명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음력 정월이 입춘을 전후로 들게 되며, 24기 중에서 입춘이 음력 정월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절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이 될 듯도 하다.

태양력인 절월력은 음력처럼 윤달이 없기 때문에 1년이 항상 12개월이다. 또한 절월력은 윤일이 따로 없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입춘에서 입춘 사이을 1년으로 봤기 때문에, 특별한 윤일 규칙 없이 자연스럽게 어떤 해는 365일로, 어떤 해는 366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단지, 위에서 설명했듯이 24기가 약간의 불규칙성을 지닌 진태양운동에 따라 결정되므로, 절월력에서 366일 1년인 해는 3~5년 정도에 한번씩 불규칙적으로 정해진다.

24기를 24절기라고 세간에서 부정확하게 부르는 것처럼, 세간에서는 절월력을 절기력이라 부르기도 한다.

 

서양에서도, 프랑스 혁명시대 잠시 사용됐던 프랑스 혁명력의 경우, 추분에서 추분 사이를 1태양년으로 하는 달력이었고, 1년이 366일인 해가 불규칙적으로 정해졌다. 그리고, 그레고리력의 불규칙적인 면을 개선하기 위해 서양력에서 중요한 절후인 춘분과 춘분 사이를 1년으로 하는 형태의 달력이 제안되기도 했는데, 이런 달력이 실제로 사용된 적이 있는지 지금은 기억이 안난다.

 

 

 

7. 사주와 절월력

 

우리가 사주(四柱)팔자(八字)라는 말을 자주 쓴다. 사실 사주와 팔자는 같은 의미이다. 위에서 음력은 년월일에 60간지를 배정해 세차/월건/일진이라 설명했는데, 당연하겠지만 시간에 대해서도 간지를 배정했다. 이것을 간지기시법(干支紀時法)이라 한다. 음력의 시법이 하루를 12시간으로 나누었으므로, 시간에 60간지를 배정하면 5일 주기가 된다. 이처럼 년월일시에 배정된 60간지를 4주라 하고, 이것이 여덟 글자로 이루어지므로 8자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주를 전통 음력에 따라 정하는 할 때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음력은 윤달에 월건을 배정하지 않고, 앞달을 따라서 윤7월(7월 다음에 드는 윤달)이니 윤9월이니 하는 식으로 지칭했기 때문이다. 2~3년에 한번씩 윤달이 들어 1년이 13개월이 됨에도 월건이 5년 주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따라서, 음력에서는 2~3년에 한번씩 드는 윤달에는 사주를 정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절월력에서는 1년이 항상 12개월이고 5년 주기로 월건이 돌아와, 문제 없이 편하게 사주를 정할 수 있다. 절월력의 기원이나 용도, 사주의 기원, 절월력과 사주가 언제부터 연관을 맺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지만, 이런 이유로 중국문화권 주술가들은 사주를 정하는데 음력보다는 절월력을 사용하였고, 절월력을 사주력이라고도 부르게 되었다.

이처럼 현재까지 가장 분명하게 알려진 절월력의 용도는 사주 계산이다. 중국문화권에서는 우아하고 견고한 천문원리를 바탕으로 했다는 장점에도 복잡해서 불편한 태음태양력을 자발적으로 개력하지는 않았지만, 절월력이라는 태양력을 따로 만들고 사주 계산과 연결지으면서 비공식적으로 병용했던 것이다.

 

 

 

8. 띠 - 그때 그때 달라요

 

위와 같은 내용을 알았으니, 이제 왜 띠가 때에 따라 다르냐던 의문에 명확히, 그리고 간단히 답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양력과 음력, 절월력 3종류의 달력을 사용하고 있고, 각 달력의 1년 시작이 서로 다르므로, 어느 달력을 기준으로 띠를 정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띠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올해를 예로 들어, 2005년의 음력 정월 초하루는 양력으로 2.9일이고, 입춘은 2.4일이다. 따라서 양력1.31은 양력으로는 2005년 닭의 해지만, 음력이나 절월력으로는 2004년이어서 아직 원숭이 해가 된다. 또, 양력2.5일은 양력과 절월력으로는 2005년 닭의 해지만, 음력으로는 아직 원숭이해이다. 정월 초하루 2.9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우리가 사용하는 3종류 달력 모두가 2005년 닭의 해가 된다.

 

공식적으로는 우리가 띠를 구분하던 관습이 음력에서 나왔으므로, 띠는 음력에 따라 정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점술가에게 사주를 볼려면 사주력 즉 절월력에 따라서 입춘을 기준으로 띠를 구분해야 한다.

또, 오늘날은 양력 그레고리력을 국가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누군가 자신은 띠를 양력에 따라 정하겠다고 해도 뭐랄 수는 없다. 어떤 달력을 사용하느냐는 표준의 의미와 관습의 의미가 있는데, 관습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고 바뀔 수 있는 것이니, 오늘날 표준이 아닌 음력에 대한 관습이 바뀌다고 해서 크게 이상하지는 않은 것이다.

 

 

 

9. 결론

 

그래서 이 긴 글의 결론은 무엇인가...  :)

 

1)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유효하게 사용되는 달력은 3가지이다. 첫째가 양력이라고 불리우는 현대 공식표준인 태양력의 일종 그레고리력이고, 둘째가 음력이라고 불리우는 전통사회 공식표준이었던 태음태양력의 일종 중국력이며, 세째가 중국력에서 파생된 24기(절기)에 기반한 태양력의 일종인, 전통사회에서 주로 사주 계산하는 용도로 비공식적으로 사용했던 절월력이다.

이 세가지 달력의 새해 시작일은 모두 다르다. 양력과 음력의 새해 시작일이 서로 다른 것은 익히 아는 바이고, 절월력은 입춘을 새해 시작일로 한다.

 

2) 어떤 사람이 무슨 띠냐는 것은 전통에 의해 음력으로 어느 해에 태어났는가로 정해지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사주 볼 때는 입춘에서 입춘 사이를 1년으로 하는 절월력=사주력에 따라 띠를 따로 정한다.

한편, 오늘날에는 양력을 국가표준으로 삼고 있으므로, 누군가 양력에 따라 띠를 정하겠다고 주장한다면 딱히 안된다고 할 수는 없다. 대신 그렇게 주장하는 누군가는 왜 양력을 기준으로 띠를 정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3) 그래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면, 위의 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명확한 이해가 필요 없다면 이 결론만 알고 있어도 충분하다. :)

 

여기에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면, 우리 달력에 대해 너무 극단적인 태도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우리 민족의 전통 음력이 천문원리에 충실해서 매우 과학적이며, 절월력과 같은 태양력은 세계적으로 과학적인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만... 글쎄,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달력이 결국 중국력라는 점이나, 위에서처럼 세계 여러 지역의 달력과 그 변천사를 비교해 놓고 보면, 달력에 민족 우월성을 개입시키거나 어느 달력이 더 나았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서로 일장일단이 있는데, 우리가 쓰던 것만 제일이라는 식의 생각은 아무래도 우물 안 개구리의 생각처럼 보인다. (이 글에서 세계 각지의 각종 달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것은 이 점을 보이기 위함이기도 하다)

한편 반대극단에서, 우리의 음력이 중국에서 유입되고, 때로 중국과의 사대관계 때문에 눈치도 많이 보고, 때로 중국의 강제에 의해 사용하기도 하는 등 자주적인 달력이라고 할 수 없으며, 전문가나 산출할 수 있고 일반인들은 산출하기 너무도 어렵다는 점들을 들어, 이런 음력에 연연해서 현재처럼 양력과 2중과세하지 말고, 양력에 의해서만 국가 명절 등을 기리자는 주장도 있다. 일견 근거도 있고, 일본처럼 음력을 사용하다가 오늘날 양력만 사용해서 큰 문제가 없는 사례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달력이 우리의 각종 전통 양식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관계였는지를 생각하면, 이는 전통의 뿌리를 흔들자는 생각과 다름 없으니, 민족주의적 과대평가과 반대로 전통에 대한 지나친 과소평가로 보인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옛 전통도 제대로 이해하면서 오늘날 새로이 알게 된 세상의 여러 모습도 잘 살펴서 미래를 가꾸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계속 개구리 이야기에 빗대어 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자기 하늘만 좋은 줄 알았다가, 우물 밖을 나와서 세상 하늘의 넓음에 놀라고 감탄도 하고, 자기 하늘과 세상 여러 하늘의 밝고 흐린 다양한 모습도 알게 되었다가, 돌아보니 그래도 익숙한 자기 하늘이 반갑더라... 이렇게 될까? :)

 

이 글은 전에 사주카페 같은 곳에 갔다가 같이 갔던 지인들이 사주를 보는데, 생일이 1월 근처인 누군가가 자신의 띠가 왜 경우에 따라 다른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을 보고 적으려고 생각했었다. 나의 경우는 사주 계산하는 원리(여기 설명 말고도 절입시각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해 알게 된 후로 사주 볼 기분이 안나게 되었지만, 곧 있으면 정월 초하루라 서로 무슨 띠니 이야기도 자주 하게 되고, 점술가를 찾는 경우도 있을테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연히 이 글은 달력 체계와 음력에 대해 완벽하기에 글쓴이의 능력과 글 분량(이 정도임에도 :)이 턱 없이 부족하다. 오류나 이해가 부족한 점, 보충할 사항, 의문점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든지 환영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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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limelit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5.02.18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정리해서 나문답에도 올려봅니다. ^^
  • 작성자beech | 작성시간 05.02.18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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