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처럼 피어나는 수국꽃 향연, 서산 부석사, 천리포 수목원
수국꽃이 피는 날
지난날 연서를 들여 다 본다.
오래도록 내 속에서 넘쳐나던 말들이
빗방울처럼 꽃잎에 스미던 날이 있었으니
불현듯 찾아온 기억의 숲에서
길을 잃고 만다.
초저녁 하늘빛 같기도 하고
홀로 걷던 강변의 노을빛 같기도 하고,
꽃들은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채
사랑이 떠나간 자리에서
유월 바다에
비를 몰고 오는 구름처럼 피어난다.
계절처럼 사랑은 변한 것일까.
다정했던 말들이
해변의 모퉁이에서 바스라져 갈 때
꽃들은 숲속에 두고 온 속삭임처럼
무성해진다.
무장무장 차오르는 보름날
저 사릿물처럼
그대가 수국꽃처럼
내 마음속에 피어나던 날은
저미는 안개처럼 사라져갔지만
바다에 수장되었던 연모가
종소리처럼 피어오를 때
쓸쓸해진 시간의 경계 위에서
그대의 이름을 나직이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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