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속에서
초 겨울바람 속에 거리를 걸으며 생각합니다 바람이 지날 때 마다 쏟아져 내리는 낙엽을 보며 계절의 정확함에 새삼 놀라고 가고 오는 것 또한 우리의 삶과 같음을 느끼게 됩니다. 같은 모양인 듯 하지만 결코 같지 않은 모양과 빛깔이 우리들 삶의 다름인 듯 하고, 바람에 몰려 구석진 곳에 쌓인 낙엽들 위에 커다란 다른 종의 잎새가 햇빛을 가리어 작은 잎의 따스함을 앗아가는 듯 한 것 또한 우리의 삶의 일부 인 것 같고, 간신히 가지에 매달려 있는 잎새 또한 그렇게 느껴져서 긴 시간 생각에 잠깁니다.
그푸르고 싱그러웠던 옷을 벗어버린 나무는 너무도 자유롭고 의연해 보이는데 두터운 옷으로 몸을 감싸고 서 있는 나는 왜 이렇게 초라하고 춥게 느껴지는 것일까? 푸른 식물들의 황혼인 가을은 깊어가고 짙은 잿빛 하늘 아래 낙엽위에 주저앉은 나의 몸도 마음도 가을을 넘어 겨울로 접어듦을 느끼며 가만히 속삭여 봅니다.
"봄을 가다려! 그리고 다시 푸르를 수 있음을 감사해! 우리들도 죽음을 통해서 다시 살기를 바란단다. 너희는 주님의 뜻대로 순종속에 살아가지만 우리 또한 그리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온전히 순종치도 못하고 비우지도 못하는 무거운 가슴으로 몸부림만 하고있는 안타까운 마음이 너희들에 비하면 더 가엽게 생각되는구나!"
바람은 잡을 수 없으나 보이고 세월은 볼 수 없으나 우리 모두가 느끼듯이, 오! 주님 당신께서 행하시는 것 모두 가눔조차 할수 없으나 모든 피조물을 통하여 끊임없이 말씀하시며 보게 하시고 느끼게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낙엽에 발목을 묻고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듯 속삭입니다. 나무처럼 살게 하시고 낙엽처럼 순종케 하시며 사랑으로 타오르게 하신 후 당신 입김에 온전히 저를 내어 맡기게 하소서. 은총의 11월 낙엽 속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생각하며 우리의 기도와 주님의 자비에 맡겨진 영혼들의 안식을 빌며, 무작정 주님께 내 달리고 싶은 마음에 육신이 걸림돌이 됨을 느끼나, 삶 안에서 영생의 길이 있음을 알게 하시는 당신의 뜻을 생각하며, 옷깃을 여미고 삶으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습니다.
김 세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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