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 시집가는 날/신송윤
땅속 깊이 머리 묻고 푸른 하늘 향해 솟네
어머니는 허리 굽혀 살그머니 뽑아 올려
거친 뿌리 흙을 털고 곱게 곱게 빗겨 주고
너덜 해진 낡은 겉옷 한 겹 두 겹 벗겨 내니
어머니 손끝에서 쪽파는 새색시가 되네
가지런히 눕혀 놓고 빨간 띠를 둘러매어
장터로 시집갈 우리 집 쪽파 새색시
어느 댁 밥상 위에 얌전하게 올라가서
야무진 참맛으로 행복을 선사할 테지
쪽파를 곱게 곱게 다듬는 어머니는
어머니 가슴속에 쌓인 상처도 털어내네!
먹먹한 맘 벗겨 내고 치민 화를 달래며
시린 아픔 어루만져 마음까지 다듬네
그 곁에서 나도 말없이 손 보태며
이래저래 멍든 마음 말없이 다듬네
쪽파 다듬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살아내는 법을 배우고 있네
어머니처럼, 조용히 아프면서도 곱게
시
신송윤
마음에 머물던 호흡들
꽃씨 되어
한 자 한 자 뿌려진다
몽글몽글, 촉촉한 마음밭에
사랑스럽게
싹을 틔우고
사랑, 소망, 기쁨
외로움과 그리움까지 머금어
마침내
저마다의 꽃을 피운다
그 아름다운 꽃들
수많은 마음에 안겨
다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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