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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지원고방

가을호 - 신송윤 시인

작성자양상구|작성시간26.06.08|조회수11 목록 댓글 0

쪽파 시집가는 날/신송윤

 

땅속 깊이 머리 묻고 푸른 하늘 향해 솟네

어머니는 허리 굽혀 살그머니 뽑아 올려

거친 뿌리 흙을 털고 곱게 곱게 빗겨 주고

너덜 해진 낡은 겉옷 한 겹 두 겹 벗겨 내니

어머니 손끝에서 쪽파는 새색시가 되네

 

가지런히 눕혀 놓고 빨간 띠를 둘러매어

장터로 시집갈 우리 집 쪽파 새색시

어느 댁 밥상 위에 얌전하게 올라가서

야무진 참맛으로 행복을 선사할 테지

 

쪽파를 곱게 곱게 다듬는 어머니는

어머니 가슴속에 쌓인 상처도 털어내네!

먹먹한 맘 벗겨 내고 치민 화를 달래며

시린 아픔 어루만져 마음까지 다듬네

 

그 곁에서 나도 말없이 손 보태며 

이래저래 멍든 마음 말없이 다듬네

쪽파 다듬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살아내는 법을 배우고 있네

어머니처럼, 조용히 아프면서도 곱게

 

 

 

신송윤

 

 

마음에 머물던 호흡들

꽃씨 되어

한 자 한 자 뿌려진다

 

몽글몽글, 촉촉한 마음밭에

사랑스럽게

싹을 틔우고

사랑, 소망, 기쁨

외로움과 그리움까지 머금어

마침내

저마다의 꽃을 피운다

 

그 아름다운 꽃들

수많은 마음에 안겨

다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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