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남연우)
인간이 생활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를 의(衣)·식(食)·주(住)라고 하는데 그중 세 번째 집 이야기를 써 보련다.
내가 어려서 살던 집은 방 두 개짜리였는데 그곳에서 나의 부모님은 6남매를 키워서 결혼까지 시키셨고 내가 막내로 부모님과 마지막으로 살던 시기는 1960년대까지고 이때 우리 집 식구는 부모님과 나뿐 세 식구뿐이지만, 집이 작고 초가집이며 벽에 신문지로 도배도 못 하고 살았어도 불평 한번 해본 기억이 없다.
이렇게 살면서 세월이 흘러 나는 서울로 오게 되었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서울로 처음 올라올 때는 한 명이었는데 네 명까지 늘었다. 그런데 자식이 두 명일 때까지 집을 장만하지 못하여 세방으로 전전하다 보니 집 없는 서러움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대로 세월은 또다시 흘러 1970년도 초에 전농3동 산비탈에 있는 판잣집을 220만 원에 구입했다. 비록 판잣집이지만 조그마한 마당도 있었고 대문에 나의 이름으로 된 문패를 달 수 있었으니 그때 나의 심정은 세상을 다 얻은 듯 뛸 듯이 기뻤다.
그 당시는 세월만 흐르면 집값이 오르던 시절이라 내가 직장에서 퇴근하면 아내가 집값이 올랐다고 좋아했다. 나도 같이 좋아하며 직장에서도 항상 기쁜 마음으로 성실히 근무하며 먹고 입는 것까지 절약하면서 알뜰하게 저축도 했다. 1979년도 말에 드디어 두 번째 집으로 집을 좀 늘려 이사했다. 그 집은 방이 세 개나 되었어도 아이들에게 방 한 칸도 주지 못했다. 오로지 집을 늘려가는 재미로 저녁이면 네 명씩이나 되는 아이들을 다락방에서 자라고 했다. 지금 같으면 전혀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자식들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세 번째로 이사한 집은 새로지은 연립주택인데 그 연립으로 입주한 후에야 아이들에게 방 하나를 주었으며, 그때 연립을 산 것이 재테크를 전혀 하지 못하는 빵점짜리 행동이었다. 그 후 다시 이사를 계획했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연립주택은 매매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러니 어쩌랴 8년 후에 간신히 팔렸으나 마땅히 살 집이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때라도 재테크에 재 자라도 알았으면 아파트로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또다시 허름한 단독주택을 샀다. 이 집이 너무 날림으로 지은 집인지라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워서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결국 그 터에 다가구 주택을 건축한 것이 나의 일생에 다섯 번째 집이며 내가 평생 살아가야 할 집으로 지금도 살고있다.
모든 사람이 누구나 부자로 잘 살고 싶고 따라서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망을 탓할 수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지 주택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둥지일 뿐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재테크의 수단으로 변질된 모양이다. 더 나아가 똘똘한 한 채로는 성에 안 차는지 다주택자도 늘어나고 이로 인해 주택가격은 계속 오르고 드디어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양도세 중과 내지 보유세도 중과될 모양이다. 하지만 직장 문제, 자식 문제 그 외에도 어쩔 수 없는 부득이한 문제가 발생하여 투기성이 없으면서도 2주택자가 된 사람을 구제하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아쉬움도 있다.
물론 나같이 평생 개미같이 일하고 모은 것으로만 고지식하게 사느라고 많은 사람이 그렇게도 선호하는 아파트에 한 번도 못 살아본 국민은 해당이 안 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모쪼록 앞으로 물가가 안정되고,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도 안정, 달러 환율도 안정되어 온 국민이 다 함께 잘 살아갈 수 있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소망한다.
끝으로 100년을 넘게 사신 김형석 박사님의 행복의 조건에 대해서 쓴 글을 소개하며 나의 삶을 정리해 보련다.
"행복을 느끼려면, 돈이 조금만 더 많아지면, 자식이 성공하면, 남들에게 인정받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박사님도 젊었을 땐,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돈, 더 큰 목표를 이룬 순간 짜릿한 행복감을 느꼈지만 그 또한 오래가지 않았다고 한다."
행복은 많은 것을 가진 게 아니고, 다만 몸에 큰 병이 없고, 경제적으로 사는데 쪼들리지 않으며, 가족 간 불화 없이 평화롭고, 그 누구를 몹시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남아있지 않은, 마음이 평온한 상태라면 그것이 제일 행복한 상태라고 정리하고 싶다.
그렇다면 나도 평생 재테크도 제대로 못 해 보았고 투기는 아예 적성에 맞지 않고 다만 모든 일을 수행함에 있어 무리하지 않았으며 오직 개미같이 열심히 살았기에 비록 내세울 만한 것이 없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았으니 이것만으로라도 잘 살아왔다고 만족하며 살아가련다.
2026년 4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