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담아온 추억
라정인
창밖에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었다. 앞 뜨락의 나무들 위에 눈꽃이 피어가고 뒤 안에 숲에도 하얀 눈 꽃나라가 한 눈으로 전경을 지켜보니 가관이었다. 평화로운 앞 동래 지붕 위에도 눈이 수북이 쌓여가고 있다. 이 집안을 안온하게 둘러있는 웅장한 산의 숲을 올려다보고 정서적으로 지켜볼 때마다 안정감을 주는 산 밑에 맑은 호수에도 하얀 눈이 조용히 내려주고 있었다. 이곳 내가 있는 주위에 둘러싸인 광경의 온 누리를 즐겨 지켜보며 오랜만에 조용한 그리운 한겨울의 지나쳐 온 고향에 향수에 젖는다. 이곳에 오기 전 나는 성지의 전주 치명자산을 마음에 모시고 새기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정성껏 열심히 기꺼이 다녔다. 나는 늘 그곳을 잊을 수가 없다. 올해 성탄절에 그곳도 눈이 많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쁘고 반가웠다. 온 누리가 하얀 백설 성탄을 맞이해서 즐거운 성탄절을 지내게 되었다고 했다. 몇 년 전에 치명자산에 눈이 많이 내려 쌓여 있었다. 눈 오는 어느 날 나는 그곳에 가서 사제님들이 영원히 잠들어 계시는 곳에 먼저 매서운 추위를 뚫고 갔었다. 힘겹게 결국은 도착했다. 세상을 떠난 사제님들이 모아 계신 곳의 소박한 묏자리 모습이지만 풍성한 숲으로 푸근하게 둘러싸여 있다. 특이나 겨울에는 발자국 없는 하얀 눈 늦봄과 초여름에는 온갖 다양한 꽃들이 풍요로움으로 자랑하고 신의 의미로 보이는 십자가의 꽃도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누군가의 힘으로 만든 자연은 정결하고 순수함이 참 아름다움에 푹 빠지기도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눈부신 티 없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아래에서 천천히 위를 우러러보았다. 한 눈으로 한꺼번에 들어오는 시야에 하얀 눈으로 뒤덮은 동화에서나마 볼까 하는 장면이었다. 먼저 이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담았다. 마음으로 이미 담았지마는 눈의 요기도 채우기 위해서 마음속 깊이 소망한 대로 아무도 지나간 발자국 흔적이 없어 나는 당분간 마음에 들어 흐뭇하고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언덕의 계단으로 만든 길로 발길을 한발 한발 서서히 나는 하얀 눈꽃의 옷 입은 윗분을 향하여서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주위는 한점의 바람도 없이 아주 조용한 축복의 순간 온전히 나의 영역이다. 잠시 머물러 섰었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내 소망을 넌지시 웅얼웅얼 이야기를 윗분께 속삭였다. 나는 하얀 분 곁에서 정결한 마음으로 시 한 수를 엮었고 시집을 펴내면서 이 아름다운 영상과 시를 책 속에 소개하게 되었다. 나는 위에 미사 후 내려올 때마다 둘러 사제님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위해 중얼거리기도 했다. 십여 년간을 잊을 수 없는 신앙인으로서 풍성한 은총과 은혜의 체험기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왜 그곳이 아닌 이곳으로 뒤에 두고 떠나왔는지 가끔은 스스로 물으며 자책감을 느끼며 우울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젠가 내 영혼의 흔적에 돌아간다는 희망은 누구도 앗아 갈 수 없다. 그리고 내 마음속 한 켠에 내 영혼이 그곳에 늘 머무르고 있다. 거기에 스스로 위안을 받고 있다. 끝으로 맑은 하얀 옷 윗분께 한 편의 시를 엮어 바쳤다.
위 사랑님께
라정인
하얗게 쌓인
언덕의 눈길
윗분을 향하여
눈 길을 맞추고
윗분과 함께
네 발자국 남기며
하얀 눈길
한없이 걸어가고 싶다
도란도란 이야기
끄집어내어
정결한 마음 풀어내고 싶다
하얗게 쌓인
하얀 눈꽃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