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사조 동인지-
사진첩
月影 이순옥
아침 공기 속에서
누군가 엄마를 부른다
전화기 너머로
살아 있는 하루가 건너간다
한때 나도
그 목소리 속에 붙잡혀 있었다
밥 먹었냐 운전 조심해라
남편에게 잘하고
툭툭 던지던 말들이
아직 등을 민다
지금의 나보다
더 젊은 얼굴로 웃고 있는
시간은 저쪽에 머물고
나는 여기서 늙어 간다
엄마, 하고 부르면
막 돌아설 것 같은데
덮는다
손끝이 잠깐 떨리고
접히는 것은 종이가 아니라
다시는 닿지 못할 한 사람
당신의 기억을, 톺아보다
月影 이순옥
내게 삶이던 것 세상이던 것이 당신에게는 지나가는 장면일 뿐
당신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식지 못한 긴장이 피부 위를 얇게 흐르고
말이 되지 못한 것들은 입을 잃은 채 밀려나
나는 그 가장자리에서 늦게 이해한다
벗겨진 것은 껍질이 아니라 버티고 있던 감각
그 아래에서 올라오는 미세한 떨림
아가미 없는 숨처럼 수면을 스치며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고
그제야 나는 너를 부른다 이름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밀도로
새벽 물기 어린 시선 하나 먼저 나를 건너와 오래 머물고
끝내 남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너
초미세먼지
月影 이순옥
전면이 먼저 흐려졌다
눈이 자꾸 닫히는 쪽으로 기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동공 안쪽으로 기어 들어온다
깜빡일수록 번지는 것
문지를수록 깊어지는 흐림
저 안쪽
검게 쌓이는 것들이 있었다
닦이지 않는 층
가라앉지 못한 것들이
자리를 밀어 올린다
먼저 막히는 것은 안쪽
너는 누구와 손을 잡았나
길과 공기 사이
숨과 눈 사이
지워지지 않는 접촉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핸들을 쥔 채
숨이 먼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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