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이루는 것
계향 곽정순
내가 가장 편하고 진실하게 머무는 자리
나는 늘 그것을 추구했던 때가 있다
자유로운 애마부인이 농염하게 유혹하는 홍염의 향기는 내 것이 아니라
투박한 시골 아낙의 호밋자루에 밭두렁과 씨름하는 평범한 삶을 그려보았다
복이란
탯줄을 안고 태어날 때 사주를 안고 살게 된다는
믿기지 않지만 믿고 있는 연약한 인생 삶으로 위안받고 싶을 때가 있다
살아오면서 의도치 않게 자신이 가야 하는 길에서 부대끼는 일들이 내 잘못인가?
혹은 신의 조화인가? 하며 의심해 본 적 있지 않았나 ,
그때마다 고뇌에 찬 인생설계를 무지갯빛으로 짜아놓고 내일의 꿈을 그려보았다
아이적에 호기심에 물어보던 말을 어른들은 에둘러 표현하였다
"어른이 되면 알게 된단다"
"인생의 깨달음은 늙음으로 알게 된단다" 하고,
왜, 왜, 왜?
그 답변은 기다려야만 알게 하는 건지
궁금증을 화두처럼 되뇌며 고민을 하던 밤, 별을 보고 달님께 묻던
아날로그의 느림을 기억하곤 한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빠르게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을 믿음으로 기대했던
그런 때가 있었지
가장 나다움은 언제일까?
아침 해가 떠오르는 걸 느끼며
조용히 앉아 독서를 하거나
잔잔한 음악을 듣거나
친구들과 만나곤 수다를 떨거나
자동차를 타고 가는 익숙한 고속도로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사랑이라는 연민을 생각하기도 하는
세월 뒤에 오는 사람냄새를 품었다
아프게 살지 말자
슬픔을 간직하지 말자
다시는 나를 모르면서 나를 버리고 떠나는
뒤늦은 후회로 아픔을 가지지 말자
연륜이 들어 수습된 일상에서 망설임 없이 인생을 내려놓고 슬퍼하던 막연한 그날을 기억한다
내 삶을 이루던 처절했던 노력이 결코 허무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없었다
얻음과 믿음 속에서 지지리도 초라했던 자신을 보며 분열이 생기지 않는다면 결코 실행하기 어려운 결심이다
나로 산다는 것, 나답게 산다는 것은
결단코 끌려가지 않겠다는 단단한 의지와 나만의 자존감이 커지는 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몸에 밴 예절과 친절은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다
약속을 지키는 철저함과 현실을 배우려는 지식이 그 힘이 되었다
삶 속에 부족했던 지혜로 실패와 좌절을 알게 되고 모든 걸 잃었고
빈 손으로 돌아와 비로소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해간다
길 위에서 문득 삶을 생각하는 사람
그리워할 사람이 있고 돌아볼 삶이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나다움, 참다운 나의 모습이다
나다움은 내면에 자리한 시간의 텀이 길어질수록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기다리게 된다
친구와 헤어진 뒤 다시 볼 수 있는 기간
씨앗을 심고 싹이 트는 기다림의 시간
노력한 뒤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의 시간을 견뎌내는 묵직한 행동이 지극한 자유를 얻는다
빈 시간을 채워가는 삶의 여백 그 속에 나를 멈추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