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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가요무대에 등장하는 <가거라 삼팔선>에 얽힌 이야기

작성자가을바다|작성시간26.06.05|조회수21 목록 댓글 0

     당대의 역사적 상황을 담고 있는 대중 가요는 그 시대의 생생한 이해에 크게 기여하므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가거라 삼팔선> 은  당시 분단을 보는 민족의 시선과 시대정신을 반영한 대중 가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거라 삼팔선>의  시대적 배경과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가거라 삼팔선> 은 1947년 여름 고려레코드에서 SP 음반으로 발매한 곡입니다. 이 곡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민족 분단의 상징인 38선을 소재로 다루어 역사적인 곡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 곡은 비슷한 시기에 창작된 <우리의 소원은 통일> (1947), <흘겨본 삼팔선>(1947), <달도 하나 해도 하나> (1949) 등과 함께 남북통일을 염원했던 민족의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45년 8월 미국과 소련의 합의로 구획된 삼팔선

     <가거라 삼팔선>이 창작된 시기는 남북이 분단으로 치닫고 있던 때였습니다. 미국과 소련이 임시로 그었던 삼팔선이 영구 분단선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었지요. 삼팔선은 해방 직전인 1945년 8월 중순 일본군의 항복을 받기 위해 미국과 소련이 합의하여 구획한 경계선이었지만, 미소의 냉전이 시작되자 국경선으로 고착화되기 시작하지요. 한민족은 외세에 의한 남북분단을 원하지 않았지요. 

 

    통일민족국가를 지향했던 좌우합작운동은 1947년 7월 여운형 선생의 피살로 사실상 막을 내렸고, 남북통일정부를 수립하려던 미소공동위원회도 결렬이 임박한 시기입니다. 조선인들은 분단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던 시기였지요.

 

   1947년 여름 고려레코드사에서는 <희망 삼천리>라는 곡과 함께 <가거라 삼팔선>을 SP 음반으로 발매합니다. <가거라 삼팔선>은 일제 시기 <애수의 소야곡 >을 합작하여 크게 히트시켰던 이부풍-박시춘-남인수 트리오의 작품입니다. 고려레코드사는 1947년 해방 이후 처음으로 음반을 제작한 곳입니다.

 

    레코드 취입 과정은 무척 험난했습니다. 낮에는 밖의 소음을 피해 연습만 하고 밤에 녹음을 해야만 했습니다. 궁핍한 시절이라 제대로된 녹음실이 없어 일반 주택에서 녹음을 했고, 가수는 방음을 위하여 벽에 담요를 두르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조금이라도 녹음이 지체되어 새벽이 되면 운행을 시작한 전차 소리가 작업을 망치곤 했습니다.  

  

    해방 직후 자재 부족도 레코드 제작에 많은 어려움을 안겨 주었다고 합니다. 고려레코드사는 레코드를 만들 재료가 없자 대부분 엿장수인 고물상으로부터 구입한 일제 시기 음반을 녹여 새 음반을 찍어냈고, 기술 부족으로 1시간에 1매 정도를 제작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나마 만들어진 새 음반도 여러 차례 틀면 일제 시기 가요들이 흘러나올 정도로 부실했다고 합니다.

    

    고려레코드사는 두 곡 중에서 <희망 삼천리>가 크게 히트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가거라 삼팔선>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크게 히트했습니다. 심지어 삼팔선 이북 지역에서도 <가거라 삼팔선>이 크게 유행했다고 합니다. 이 음반은 주문이 밀려 수요에 응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판매되었습니다.

 

   1947년 고려레코드에서 발매했을 당시 <가거라 삼팔선>의 가사는 2절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아래는 <가거라 삼팔선>의 원래 가사입니다.

    

1. 아~아 산이 막혀 못오시나요

아~아 물이 막혀 못오시나요

다같은 고향 땅을 가고 오건만

남북이 가로 막혀 원한 천리 길

꿈마다 너를 찾아 꿈마다 너를 찾아

삼팔선을 헤맨다

 

 

2. 아~아 어느 때나 터지려느냐

아~아 어느 때나 없어지려느냐

삼팔선 세 글자는 누가 지어서

이다지 고개마다 눈물이더냐

손모아 비나이다 손모아 비나이다

삼팔선아 가거라

  

    가사의 내용은 원래 한 나라였던 남북이 외세에 의해 인위적으로 갈라진 현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절에 보이는 ‘너’는 민족 구성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삼팔선으로 인해 남북으로 흩어져 거주하던 친지들이 자유왕래를 못하게 된 것을 개탄하는 것이었지요. 이 곡은 민족의 왕래를 막는 삼팔선을 원망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곡의 메시지는 민족을 강제로 분리시킨 삼팔선을 조속히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거라 삼팔선>의 구성은 대중음악사에서 드문 경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씨는 저서 <<자유만세>>의 67쪽에서 “일반적으로 작곡은 처음 시작 부분에서 뜸을 들이다가 점점 분위기를 달군 뒤에 메인 테마를 터뜨리면서 클라이맥스에 오른다. 이게 일반적인 작곡의 공식이다. 그런데 < 가거라 삼팔선 >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메인 선율을 바로 터뜨리고 시작한다.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 1악장과 비슷하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곡이 크게 히트하자 정부는 1절의 ‘삼팔선을 헤맨다’ 부분이 월북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개사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작사가 이부풍 선생은 창작의 자유를 주장하며 완강하게 개사를 거부했습니다. 그에 고려레코드사는 1949년 다른 작사가에게 부탁하여 <가거라 삼팔선>을 개사하게 한 뒤 남인수 선생에게 재취입시킵니다. 이 음반은 기존에 없던 2절이 새로 추가되고, 기존의 2절은 3절에 배치됩니다.

 

    새로 추가된 2절의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2. 아~아 꽃 필 때나 오시려느냐

     아~아 눈 올 때나 오시려느냐

   보따리 등에 메고 넘던 고갯길

    산새도 나와 함께 울고 넘었지

    자유여 너를 위해 자유여 너를 위해

   이 목숨을 바친다

       

   개사한 내용을 보면 당국이 지적한 1절의 ‘삼팔선을 헤맨다’가 ‘삼팔선을 탄한다’로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오건만’은 ‘오련만’, ‘세 글자는’은 ‘세 글자를’, ‘눈물이더냐’는 ‘눈물이든가’로 바뀝니다. 그리고 새로 추가된 2절의 가사는 북한 정권의 탄압을 피해 월남한 사람들이 자유 회복을 위하여 투쟁할 것을 결의하는 내용으로 구성됐습니다. 이것은 1948년 8월 이후 남북이 각각 단독정부를 수립한 이후 삼팔선 부근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 보여집니다.

 

   북한 정권은 <가거라 삼팔선>을 금지시킵니다. 북한은 개사된 노래 2절이 자유 회복을 위하여 북한 정권과 투쟁할 것을 결의하는 내용이 있음을 문제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정권은 1998년 금강산 관광 때도 버스 노래기기에 이 곡이 수록되자 삭제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가거라 삼팔선>의 경우처럼 시대 상황에 따라 개사되는 경우가 왕왕 있지요. 1961년 만들어진 가곡 <그리운 금강산>의 경우 본래 가사에는 북한에 대한 강렬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구절이 들어있었지요. 그러나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이 개최되자 남북대화 분위기에 맞춰 여러 구절이 개사됐지요. ‘ 더럽힌지 몇몇 해 ’는 ‘ 못가본지 몇몇 해 ’, ‘ 짓밟힌 자리’는 ‘ 예대로 인가’, ‘ 맺힌 원한 풀릴 때 까지’는 ‘ 맺힌 슬픔 풀릴 때까지 ’로 바뀝니다.

 

가거라 삼팔선이 유행했던 1947년 흥인지문(동대문)의 모습. 좌측은 전차 운행 장면                

      <가거라 삼팔선>은 분단을 원하지 않던 당시 한민족의 소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보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가거라 삼팔선>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클라이맥스에 오르는 곡입니다.  첫 소절 ‘아아 산이 막혀 못오시나요 아아 물이 막혀 못오시나요’를 표현하여 단번에 청중의 주목을 끌지요. 이 대목을 듣노라면 마치 남북으로 갈라진 친지들의 애절한 호소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뒤에  ‘남북이 가로 막혀 원한 천리 길’과 ‘꿈마다 너를 찾아 꿈마다 너를 찾아’ 부분은 정말 압권이지요. 남북통일을 소망하는 민족의 절규를 멋지게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족의 절절한 소망을 풀어내는 민족 가요의  향기가 나는 듯 하지요. 이 곡은 독특한 매력을 지닌 명곡으로 보여집니다.

 

//tv.kakao.com/v/44129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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