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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6일차 순례자들의 대성당 산티아고와 부르고스

작성자친구|작성시간26.06.16|조회수25 목록 댓글 0

대성당 앞에 서니 수많은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품어온 Praza do Obradoiro의 웅장함이 먼저 마음을 사로잡았다. 광장을 지나며 이곳까지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손길에 감사드렸고, 이어 노동자 광장과 플라테리아스 광장을 바라보며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신앙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입구에서 꼭 네 가지는 보고 오라는 김**형제님의 말을 기억하며 성당을 둘러보았다. 은세공업자들이 드나들던 플라테리아스 문에는 비올라를 연주하는 다윗 왕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그 모습은 마치 우리에게도 삶의 모든 순간을 찬미로 살아가라고 말하는 듯했다. 간음한 여인을 품어 주신 주님의 자비를 묵상하며 부족하고 연약한 자신도 하느님의 사랑 안에 맡겨야함을 느꼈다.

 

드디어 야고보 사도의 무덤 앞에 섰다. 그토록 많은 순례자들이 꿈꾸던 그 자리에서 긴 여정 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기도들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무덤 앞에 모여 신부님과 함께 주모경을 바쳤다. 오랜 세월 수많은 순례자들의 기도가 쌓여 온 그 자리에서 우리의 작은 기도도 함께 봉헌하니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제단뒷면에는 앉아있는 여고보 성인, 서있는 여고보 성인, 말타고 있는 야고보 성인이 있다고 했다. 맨먼저 제단 뒤편으로 올라가 야고보 사도의 어깨에 손을 얹고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고 했다. 세가지소원을 말하고 있는데 직원 Next! 하는 바람에 아쉽지만 그냥 지나왔다. 그리고 그 곁에는 지쳐 있던 야고보 사도를 위로해 주셨던 필라르 성모님께서 계셨다.

 

조금 돌아나오니 제단 오른 바깥벽에 야고보사도의 어머니 살로메가 있었다. 치마바람이 센 어머니였다고 어느신부님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예수님께서 수난하러가실 적에 두아들을 오른쪽과 왼쪽에한명씩 앉혀달라고 부탁하던 어머니셨는데 아들의 오른쪽에 앉아있는 어머니가 되었다. 

 

조금전 아쉬웠던 야고보사도의 어깨에 손을 얹기 위해 다시 돌아서올라갔다. 단체가 없으니 줄서지 않고 조금전하고는 다르게 아무도 줄 서있지 않았다. 하고 싶었던 소원을 다 맘속으로 말하고 내려와서 미사에 참여했다. 오늘 향로가 달려있어서 혹시 오늘 향 미사가있을지 몰라서 꼭 보고 싶었다. 11시까지 모이라해서 봉헌할때 봉헌금만 내고 살짝 나왔다. 아쉬웠다. 

 

산티아고를 떠나 부르고스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로 간간이 스쳐 지나가는 순례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한 걸음 한 걸음 길을 이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은 말없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비록 우리는 차를 타고 성지를 순례하고 있지만, 창밖의 순례자들을 바라보며 조만간 나도 저 길 위에서 땀과 기도, 감사와 희망을 품고 한 걸음씩 산티아고를 향해 걸어보고 싶다는 작은 꿈을 품어보았다. 

 

휴게소에서 함께한 점심시간.

변**베로니카 자매님께서 기꺼이  우리들에게 사주신 와인 한 잔과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유난히 달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맛보다 더 깊게 남은 것은 함께 나누어 주신 따뜻한 마음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작은 배려가 큰 감사로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메세타 구간을 지나갔다. 메세타 구간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가장 인내를 요구하는 길로 알려져 있다고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 위를 걷다 보면 옆으로는 기차가 지나가고, 버스와 자동차들이 쉼 없이 달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구간이다. 목적지까지 목마르고 다리 아프게 7-8시간 걸어오는 길을 차로 10여분정도로 쉽게  빠르게 갈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례자들은 자신의 걸음으로 묵묵히 길을 이어간다. 그래서 메세타는 단순히 육체적으로 힘든 길이 아니라, 편안함의 유혹을 이겨내며 자신과 마주하는 순례의 길이라고 한다.

 

드디어 Burgos Cathedral에 도착했다. 산티아고를 향해 가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잡는 '순례자들의 대성당'.

프랑스 고딕 양식의 웅장함 속에는 26개의 경당이 자리하고 있었고, 수백 년의 신앙과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귀족들이 죽음 이후를 준비하며 봉헌한 경당들, 안나와 요아킴의 계보를 담은 경당, 필라르 성모님, 그리고 스페인의 영웅 엘 시드 장군의 묘까지. 성당 곳곳을 걸으며 신앙과 인간의 삶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양피지로 만든 그레고리오 성가집,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 온 성작과 성광, 사도들의 유해를 모신 보물관을 둘러보며 신앙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AI로 복원된 엘 시드 장군의 모습은 자매님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을 맞아 그리스도 경당에서 전 안드레아 신부님과 함께 봉헌한 미사는 더욱 특별했다. 이성당은 치마입은 예수님으로 유명하다. 오늘은 연중시기로 초록치마를 입고 계셨다.

미사 말미에 신부님께서 읽어 주신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겼던 자식의 뒤늦은 깨달음이 담긴 시 한 편에 문득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고 코끝이 찡해져 왔다.

 

BB 호텔로 돌아와 하루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긴 순례 여정 속에서 받은 은총과 감사의 순간들을 마음에 담은 채,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편안한 휴식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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