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15분, 부르고스를 떠나 성 이냐시오의 고향 로욜라를 향해 길을 나섰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푸른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는 동안 김테오도로 형제님께서 「주여, 나를 받으소서」 성가를 가르쳐 주셨다.
구절 한 구절 따라 부르다 보니, 이 노래가 단순한 성가가 아니라 성 이냐시오 성인이 평생 살아낸 영성을 담은 기도임을 알 수 있었다.
가사 안에는 자신의 뜻보다 하느님의 뜻을 먼저 선택하고, 가진 것마저 모두 내어드리며 오직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만으로 충분하다고 고백했던 이냐시오 성인의 삶이 담겨 있다고 했다.
「주여, 나를 받으소서」를 함께 부르며 우리는 삶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되새길 수 있었다.
이어 형제님께서는 예수회의 역사와 한국 천주교회의 발자취,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을 선택했던 성 이냐시오의 삶을 들려주셨다.
전쟁의 상처 속에서 하느님을 만난 이냐시오 성인은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온전히 봉헌하였고, 그 정신은 오늘날까지 예수회를 통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했다.
성 이냐시오 대성당을 둘러보며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아니라 곳곳에 새겨져 있던 네 글자, AMDG였습니다.
“Ad Majorem Dei Gloriam”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이냐시오 성인은 자신의 모든 삶을 이 한마디에 담아 하느님께 봉헌했다고 한다. 공부도, 선교도, 교육도, 그리고 일상의 작은 선택까지도 모두 하느님의 영광을 향한 여정이었다고 한다.
성인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생가를 천천히 둘러보며, 지금 이 순간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길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조용히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냐시오 회심경당에서 봉헌한 미사 중 신부님의 강론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제자로 부르셨고, 그들을 통해 복음을 세상에 전하셨다고 하셨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복음 선포의 사명을 지니고 있으며, 그 사랑은 이방인들까지 품을 만큼 넓어야 한다는 말씀에 마음이 머물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권능이며,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작은 용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은총의 시간이었다.
대성당 순례를 마친 뒤 현지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나누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늘 우리들을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김스텔라 자매님께서 와인을 준비해 주셨다. 누구보다 앞에서 일정을 이끌고 이동과 설명을 도맡으시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뜻하게 살펴주시는 모습에 깊은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이후 루르드에 도착하여 잠시 여장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하루의 긴 여정을 정리했다. 오늘 저녁에는 회장님께서 저희를 위해 와인을 준비해 주셔서 더욱 따뜻하고 정겨운 시간이 되었다. 하루의 여정을 돌아보며 나누는 이야기와 웃음 속에서 순례의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촛불행렬에 참석했다. 특별히 오늘은 성가 봉사를 위해 열 분의 자매님들께서 함께해 주셨고, 한국어로 바치는 묵주기도와 성가는 루르드의 밤하늘 아래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특히 고 베네란다 자매님의 한국어 성모송이 광장에 울려 퍼질 때는 깊은 감동이 밀려왔다. 언어는 달라도 성모님을 향한 마음은 하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은총의 순간이었다.
촛불행렬을 마친 뒤에는 모두가 함께 모여 내일 기적수 침수 예절이 이루어질 장소를 미리 둘러보았다. 밤하늘 아래 고요한 루르드 성지를 걸으며 내일의 은총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오늘 하루도 성모님의 품 안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며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했다. 성 이냐시오가 걸었던 봉헌의 길과 루르드에서 만난 성모님의 따뜻한 품이 오늘도 우리의 순례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