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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8일차(2026.6.15) 루르드, 베르나데트의 노래

작성자친구|작성시간26.06.22|조회수16 목록 댓글 0

 새벽 6시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페드릭 경당으로 향했다. 긴 순례 일정으로 모두가 피곤했지만, 한 분도 빠짐없이 함께 미사에 참석하는 모습 속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느낄 수 있었다.


미사 중 신부님께서는 기적적인 치유도 놀랍지만, 성모님의 발현을 통해 작은 시골 마을이 전 세계 순례자들이 찾는 신앙의 중심지가 된 것 또한 큰 기적이라는 말씀을 전해 주셨다. 

이어 들은 마이다스 왕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남겼다. 세상의 가치만을 쫓을 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신앙인은 세상의 법과 하느님의 법 사이에서 살아가지만, 결국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삶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미사를 마치고 성수에 침수를 위하는 사람은 9시부터 시작되는 침수를 위해 줄을 서고, 호텔에 가서 아침식사를 원하는 사람은 호텔로 가서 식사하기로 하고 11시에 성모상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난 루르드침수를 강력히 원했기 때문에 침수하기 위해 줄서러 갔다. 아침 공기가 선선했고 춥게도 느껴졌다. 루르드기적에 관한 영화 '베르나데트의 노래'를 몇번이나 되돌려보면서 루르드에 와보고 싶었는데 침수라는 소원도 풀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미사 마치고 6시40분쯤 오니 기다리는 자리에 앉을 수 없을 정도로 제법 많은 사람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 십여명도 그 뒤에 앉아서 묵주기도를 했다. 9시가 다 되어가니 현지 신부님이 오셔서 함께 묵주기도를 노래로 받쳤다. 얼굴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각자의 언어로 정성껏 성모송을 바쳤다. 

9시가 되니 신부님은 가시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계속 마이크를 이어가며 성모송을 바쳤다. 휠체어탄 장애인이 오면 앞으로 들어갔다. 11시가 다 되어서야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감격스러웠다.  내 아픈 허리통증과 신경통을 낫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드리고 침수했다. 밖으로 나오니 약속시간이 지나려하고 있었다. 기분이 상쾌하고 아침을 먹지 않았지만 배도 고프지 않았다. 



오전 11시부터 루르드 성지 투어가 시작되었다.
먼저 원죄없으신 잉태 성당을 갔는데, 성당 안에는 한국 천주교회와 깊은 인연을 보여 주는 조선대목구 봉헌판이 있었다. 왼쪽 세 번째에 자리한 봉헌판을 바라보며, 먼 타국에서도 한국 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었던 선교사들과 순교자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성모님께서 베르나데트에게 나타나신 발현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어 방문한 크립트 성당은 성모님의 “많은 사람들이 모여 기도할 수 있는 성당을 지어라.”라는 말씀에 따라 가장 먼저 세워진 성당인데, 
성체조배 공간과 납골당이 마련되어 있어 더욱 경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베르나데트 성녀와 관련된 장소를 둘러보며, 평생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순명했던 겸손한 삶을 묵상할 수 있었다.

로사리오 성당은 네 개의 돔이 조화를 이루며 웅장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이어진 신부님의 설명을 통해 한국 천주교회와 프랑스 교회의 깊은 인연도 배울 수 있었다. 한국 최초의 영세자 이성훈 베드로와 조선 교회의 시작, 북경에서 파견된 선교사들, 
그리고 로랑 마리 조제프 앵베르 주교님, 피에르 필리베르 모방 신부님, 자크 오노레 샤스탕 신부님의 순교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의 한국 교회가 수많은 신앙 선조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대성당 박물관에서는 초창기 루르드의 모습과 베르나데트 관련 유물들을 관람했다. 특히 베르나데트의 세례 증서를 보며 평범한 한 소녀를 통해 하느님께서 얼마나 큰 일을 이루셨는지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늦은 오후 1시, 점심 식사 시간에는 홍안젤로 형제님과 박레베카 자매님께서 와인을 제공해 주셨다. 함께 식사를 나누며 순례의 기쁨과 감사도 함께 나눌 수 있었고,
 따뜻한 배려 속에서 공동체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점심 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베르나데트가 세례를 받은 성당과 태어난 방앗간을 둘러보았다. 가난한 집안의 작은 소녀였지만 성모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그녀의 삶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 수많은 순례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베르나데트가 신부님께 아름다운여인을 봤다는 이야기를 전하기위해 두드렸던 문)

루르드를 돌아보며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화려한 기적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순명했던 한 소녀의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었다는 사실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오후 5시, 비오10세 경당에서 루르드 성지의 마지막 성체강복 시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성체를 모신 성직자가 지나갈 때마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고개를 숙였고, 
성당을 가득 채운 웅장한 음악과 성가는 우리의 마음을 주님께로 이끌어 주었다.

그 순간만큼은 각자의 걱정과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오직 주님만을 바라볼 수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장엄한 광경과 마음 깊이 울려 퍼지는 성가는 평생 잊지 못할 은총의 시간으로 남을 것 같다.
 함께 순례한 우리 모두에게 오래도록 가슴속에 간직될 감동의 순간이었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이아누시아따 자매님께서 따뜻한 마음으로 와인을 베풀어 주셨다. 하루 동안 받은 은총과 감동을 나누며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시간 또한 큰 선물이었다.

순례의 마지막 밤이 깊어갈수록 아쉬움은 커졌지만, 이번 여정 동안 함께한 모든 순간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의 감사로 남았다. 
루르드에서 받은 은총과 감동을 마음에 품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도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다짐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기적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는 작은 믿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루르드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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