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야! 종을 울려요
Oh, Dove! Ring the Bell
박기주
서리 내려 누렇게 빛바래진 잔디밭을
헤집고 뭔가를 찾고 있는 비둘기들아
얼마나 혹독하게 시린지
샛빨간 발이 애처롭구나
비둘기야!
발 시리면 청와대(靑瓦臺) 앞에 날아가
기도하는 신도(信徒)들을 보렴.
그분들은 또 얼마나 시리겠니!
길바닥에서 벌써 60여일 밤을 지새고
밤낮없이 그 무자비한 추위 견뎌내며
비 서리 마다않고 노숙하며 기도하는
처절한 피맺힌 절규(絶叫)
들어보렴
들어보렴
귀담아 들어보렴
혹여
그 의미의 동질성을 인정하고
뜻을 같이 하였다면
지금 교회의 종탑(鐘塔)으로 날아가
종을 울려요
온 몸으로 종을 울려요
주민들이
시민들이
국민들이 모두모두 깨어나게
지금이 바로 깨어 날 때라고
거울 속의 사람들처럼
소리도 없고
온기도 없고
남의 흉내만 내지 말고
[나]가 [나]로부터 분연히 탈출하여
정체성 있는 [나]
절규하고 울부짖을 수 있는 [나]
뜨거운 열화(熱火) 같이
불의에 분노(憤怒)할 줄 아는 [나]로
거듭 깨어나게
종을 울려요
비둘기야!
대홍수 때 감람나무 엷은 새싹을 물고
노아방주로 돌아온 새가 너 아니더냐!
희망의 새 싹을 보여줘요
종을 울려요
더는 늦지 않게
온 몸으로 종을 울려요
지금이 바로 깨어 날 때라고,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그대가 머문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