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의 색상연출 ◈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분홍색과 녹색 유도선은
이제 운전자들에게 친숙한 신호가 되었어요
대시보드 앞에 붙어 있는 내비게이션을 따라 운전을 하다가도
출구로 나갈 때가 되면 으레 바닥의 색을 확인해 보는 일이
습관이 된 것이지요
간혹 급하게 출구로 빠지다가 발생하는 교통사고나
출구를 놓쳐서 돌아가야 하는 경제적 손실을 고려하면
유도선은 매우 성공적인 도로 환경 디자인으로 볼 수 있지요
국내 최초로 고속도로 색깔 유도선 (노면 색깔 유도선)
아이디어를 낸 윤석덕 한국도로공사 차장이
지난 5월7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어요
윤 차장은 운전자가 고속도로 분기점을 헷갈려 지나치거나
사고를 내지 않도록 도로에 목적지 별로 서로 다른 색깔을 표시한
유도선 아이디어를 낸 공로를 인정받았지요
그는 지난 2011년 5월 영동고속도로 안산분기점에
유도선을 처음 도입한지 13년 만에 훈장을 받게 됐어요
노면색깔 유도선은 현재 고속도로에만 900여개 이상 설치됐지요
나들목에 유도선을 칠하면 사고 감소 효과가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세계 최초 정책 등을 발굴하는
‘최초 최고’ 공모를 진행하면서 추천 받은 사례”라며
“그동안 정부 포상을 받은 적이 없어 2023 정부혁신 유공자로
선정된 사례”라고 설명했어요
세계에서 셋째로 고속도로망이 길다는 스페인도
오래전부터 안전을 위해서 고속도로에 색상을 도입해왔지요
급커브길, 또는 도로보다 주변의 높이가 낮아 추락의 위험이 있는 구간에는
가드레일을 분홍색이나 청보라색으로 칠해서 경각심을 높여왔어요
이 역시 광활한 대지의 반복적인 풍경을 비정기적으로 깨뜨려주는
현명한 디자인이지요
어느 나라나 고속도로의 시각 환경은 그다지 재미가 없어요
다양한 풍경이 출현하는 아기자기한 국도와 다르게,
효율성을 우선으로 설계된 반듯한 도로가 연속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런 지겨움을 덜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져 왔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에서 유적지나 문화 보존 지역의 출구 표지판에
밤색을 사용한 것이지요
이는 가시성이 좋고 눈에 피로감이 덜한 청색이나 녹색으로 칠해진
보통의 표지판들과 대비가 되며 운전자에게 또 다른 정보로 인지되었어요
찾아오는 방문객을 안내하고, 또 역사와 문화, 특산물도 홍보하는
지역의 고속도로 표지판에 밤색을 사용하는 것은
이제 세계 고속도로의 공용 코드가 되었지요
도로에 색을 도입하는 디자인이 근래에는
도심의 도로 바닥에도 응용되고 있어요
인스브루크나 로스앤젤레스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에서
보행자가 몰리는 교차로의 횡단보도를 무지개색으로 칠한 것이 그 예이지요
회색의 아스팔트 바닥에 도입된 색동선은 그 가시성으로
도심의 특별한 시각 환경이 되었어요
성수동이나 신촌과 같은 지역의 교차로에 응용해볼 만한 아이디어 이지요
다소 지루한 일상에 이런 디자인을 발견하는 건
마치 실제로 무지개를 보는 것 같은 드물고 신선한 경험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一松) *-
▲ 우리나라 고속도로 색상 유도선
▲ 분홍색으로 칠해진 스페인의 고속도로. 급커브길, 또는 도로보다 주변의 높이가 낮아
추락의 위험이 있는 구간의 가드레일에 색상을 칠해서 경각심을 높이고 있어요
▲ 프랑스 고속도로의 표지판. 찾아오는 방문객을 안내하고, 또 지역의 역사와 문화, 특산물도 홍보하는
출구 표지판에 밤색을 사용하는 것은 현재 세계 고속도로의 공용코드가 되었어요
▲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횡단보도. 일상에서 이런 특별한 디자인을 발견하는 건
마치 실제 무지개를 보는 것 같은 드물고 신선한 경험이지요
▲ 무지개 색으로 칠해진 로스앤젤레스의 횡단보도. 회색의 아스팔트 바닥에 도입된 색동선은
그 가시성으로 도심의 특별한 시각적 환경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