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돌봄 청년 '영 케어러'(Young Carer) ◈
‘영 케어러(Young Carer)’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병든 부모를 돌보고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젊은이들 이지요
젊은이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외부에 잘 알리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선진국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영 케어러라는 개념은 늦게 생겼어요
1980년대 영국에서 그 존재들이 드러나기 시작해
1993년 영국 학자가 개념을 명확히 한 책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지요
한국에도 영 케어러가 없을 리 없지만,
그로부터 무려 30년 가까이 지나서야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영 케어러가 주목받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2021년 아픈 50대 아버지를 간병하다 포기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대구 20대 청년 사건이었지요
그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영 케어러를 복지 대상자로 발굴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어요
이후 이들을 ‘가족 돌봄 청년’이라 부르고 있지요
‘소년 소녀 가장’의 상위 버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들을 불행한 운명의 젊은 ‘효자·효녀’로 여기며
부담을 덜어줄 생각조차 못한 것이지요
사회가 무관심한 사이 이들은 복합적인 고충에 시달렸어요
간병의 부담 외에도 병원비와 생계비 등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지요
대구 청년도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 때문에 아버지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퇴원할 수밖에 없었어요
월세와 공과금도 밀려 가스와 휴대전화가 끊긴 상태에서
2시간마다 아버지 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돌봐야 했지요
자신의 삶을 끌어가기에도 벅찬 나이에
어깨에 큰 바위를 지고 산 것이지요
무엇보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의 미래마저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지요
진로를 결정하고 학업을 이어가야 할 시기에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하지요
한 영 케어러는 가족 간병과 학업을 병행하는 자신의 삶에 대해
‘포기의 연속’ ‘끝이 없는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라 표현했어요
이들이 고아보다 못한 처지라는 말이 결코 과장만은 아니지요
그런데 조부모나 부모, 형제자매를 돌보는 10대 영 케어러가
서울과 경기 지역에만 7만명을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어요
국내 첫 추산 결과이지요
이 수치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20만명 안팎의 영 케어러가 있다는 얘기이지요
20대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숫자일 것이지요
규모를 추산해본 것이 처음이니 그동안 지원 정책이 있을 리 없어요
몇몇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해 지원하기 시작한 수준이지요
이제라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도와야 하지요
숫자가 많고 처한 위기 상황도 심각한 만큼 서둘러야 하지요
국민 세금은
이렇게 가슴 아픈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데 써야 하는것 아닌가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一松)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