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여자의 마지막 이름 할머니

작성자녹림처사|작성시간24.11.04|조회수40 목록 댓글 0

  여자의 마지막 이름 할머니 

 

여자들은 네 번의 인생을 산다고 하지요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는 소녀이구 딸일때로 살고

그리고 남편을 만나 시집을 가서 아내와 며느리로

그러다 어느덧 자식을 낳아 기르는 어머니로

세월이 흘러 딸 아들 출가시키면 할머니로 

 

부모와 남편과 자식이 아닌

타인이 이름지어준 "할머니"

 

딸아! 여보! 엄마! 이렇게 불릴때는

너무도 따듯하고 뿌듯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불러주는 이름 "할머니"

너무 참담(慘憺)하지 않나요?

 

그 남학생. 학교앞 빵집. 그 멋진 남자 선생님!

추억은 아직 엇그제 인냥 생생한데 ...

 

포도위를 딩구는 낙엽만 봐도 마음은 센치해 지고

물만주면 금방 씨앗을 티울 씨앗들이지요

더군다나 되살아난 사춘기,청춘기는 예전의 그것처럼

미숙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옛날처럼 서로를 질투하고 시기하지도 않지요

 

그래요

할머니는 여전히 여자이고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워요

마음은 싱싱한 여고시절을 추억하는 젊음이구요

금방이라도 뛰처나가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여자의 마지막 이름 할머니

살아보지 못한 할머니의 삶은 미지수 이기에

더더욱 불안하고 초조한지도 몰라요

할머니 다음으로는 이름도 없다 하는데 ...

 

참 바쁘게 살아 왔지요

정말 힘들게도 살아 왔구요

아마도 정신없이 살아 왔나봐요

근데 벌써 할머니라니

기가 찰 노릇 아닌가요?

박봉을 쪼개구 쪼개 안 먹고 안 입고 알뜰살듯 모으며

이집 저집 구걸하듯 전세다니구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들을 기르다 보니

어느덧 파김치에다 머리엔 파뿌리 까지 ...

 

그래요

요리조리 다칠세라 애지중지 길렀더니

제잘난 듯 짝을 찾아 떠나 버리고

이젠 빈둥지만 허허롭게 남았나봐요

 

바람이 휭하니 부네요

아무리 따스해도 찬바람이 부는 것이

가슴이 마음이 이렇게 허허로울수가 없어요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나는 누구이고

나 자신은 어디로 갔느냐고?

 

못사는 나라 잘사는 나라 모두다 한결같이

육칠십이 넘으면 행복지수가 1위라던데

우리나라 할머니들은 우울증(빈둥지 증후군)이 1위라니

무엇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아닌가요?

이걸 어쩌면 좋을까요?

 

문득 문정희 시인의 “공항에서 쓴 편지”가 떠오르네요

 

“나 지금 안식년 휴가 떠나요/...

 그날 우리 둘이 나란히 서서

 기쁠때나 슬플때나 함께 하겠다고

 혼인 서약을 한후

 여기까지 용케 잘 살아 왔어요/...

 

 이제 내가

 나 자신에게 안식년을 줍니다

 여보 일년만 나를 찾지 말아 주세요

 내가

 나를 찾아가지고 올테니까요/... "

 

위대한 작곡가 일수록 쉼표의 힘을 알고

위대한 연설가 일수록 침묵의 힘을 안다 했지요

 

그래요

할머니의 연륜 앞에선

잠시 쉬어간들 누가 나무라지 않아요

그에겐 편히 안식할수 있는 권리와

칠십이 넘도록 쌓아 올린 업적이 있으니까요

 

할머니들이 꿈꾸는 행복이란

공항에서 그런 편지를 쓰는 세상이 아닐런지요?

오늘따라 횡~ 하니 바람이 부네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一松) * -

▲ 꿈많던 그때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올수만 있다면 ...

▲ 어느덧 할머니가 되어 버린 60~70대의 연예인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