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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

작성자(인제) 하늘내린 귀농귀촌|작성시간24.09.28|조회수86 목록 댓글 0

가을 바람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은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 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 이해인 수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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