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망상(妄想) / 주응규
긴 한숨마저 갖은 빛깔로
색색들이 단풍 져
저미는 가슴에 바람이 분다
막연히 그대를 향하던 마음을
갈바람이 쓸고 간다
공연히 탈(頉)이 났는지
냉가슴 앓는 마음을
그대 입술에 살포시 포개어
폐부 깊숙이 호흡한
체온으로 녹이고 싶다
로맨틱한 첫 키스같이 뜨겁고
달콤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가슴 시리지 않을 만큼만
살가운 정(情)을 풀어
그저 가슴을 데우고 싶다
그리움에 허기진 텅 빈 마음에
아스라하게 차오르는
그대의 빛 고운 미소에 거나하게 취해
어느 가을길 위에서
길 잃어 헤매고 있다.
*흐르는 음악: 내 사랑아 주응규 작시 김성희 작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