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문학> 식물이 가진 약성 양보다는 질
효에 얽힌 오래된 민담에는 구하기 힘든 약재를 구해 병환을 낫게 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한 겨울에 빙판 호수에서 잉어를 구했다거나, 바위산 절벽에 자라는 약초를 위험을 무릅쓰고 구했다거나 사슴이 약초를 물고 왔다는 등 여러 가지다.

장뇌삼. 인삼은 뿌리가 사람 모양을 닮을수록 그 값어치가 높게 매겨졌다. ⓒ이동고
약초가 자라는 곳은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골짜기이거나 바위절벽 등 척박한 조건이었다. 식물은 어려운 외부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물질을 분비한다. 자연상태에서는 벌레들의 자극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화학물질을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식물 약성이 된다.
자신을 공격하는 외부 적이 많을수록 어려운 조건에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과정에, 약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약성 좋은 고장은 자연환경이 아주 척박하거나 아니면 깊은 자연의 숲이었다.
인간은 병든 동물들이 하는 행동을 관찰하기도 하고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겨 식물 약성분을 알아냈다. 특이한 모양을 가지고 있으면 모양에 빗대어 약효를 짐작하기도 했다. 마는 모양도, 즙빛깔도 남성 정력을 높이는 것으로 여겨졌다. 쇠무릎은 줄기마디가 흡사 소 무릎처럼 불룩하게 보여 관절을 치료하는 약으로 활용되었다. 특히 인삼은 사람 모습을 닮아, 사람에게 좋은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이런 미신 같은 추측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맨드레이크’라는 식물이 뿌리에 살집이 있고 세로로 갈라지면 뒤틀린 사람의 몸을 닮았다 해서 최음제로 이용되었다. 갈라지지 않은 것은 남근과 유사하여 강정제로도 활용되었다. 이런 생각을 공감주술이라고 한다.
약초에 대한 속설들은 오랜 세월을 통해 축적되어 온 것이었다. 현대 약학의 많은 부분이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흘러나온, 전승되어온 지식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면 식물은 신약의 원천이었다.
가까운 생활공간에서 병 처방을 구해 내려온 것이 민간요법이다. 조선시대 한약재는 중국으로 넘나드는 이가 구해 오는 것이라 일반인은 처방을 꿈꿀 수도 없었던 비싼 약재였다. 당연하게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은 스스로 약초꾼 여성이 되어야 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병에 시달리는 일반 백성을 위해 쉽게 ‘한 가지 식물로 한 가지 병’을 치료하게 만든 책이었다. 동의보감을 만든 목적은 글머리에 잘 나와 있다.
우리 소경대왕(선조)께서는 자신의 병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뭇사람을 구제하는 어진 마음을 베푸는 데에 미루어서 의학에 마음을 두고 백성의 고통을 불쌍히 여기셨다. 일찍이 병신년(1596, 선조29)에 태의 허준을 불러 다음과 같이 하교하셨다.“근래 중국의 의약서를 보니 모두 대충 뽑아 엮은 것들이라 평범하고 자질구레하여 볼만한 것이 없다. 그대가 여러 의약서를 두루 모아 하나의 책을 편집하도록 하라. 그리고 사람의 질병은 모두 조섭을 잘하지 못한 데서 생기니, 몸을 닦고 기르는 것이 먼저이고 약물과 침은 그 다음이다. 여러 의약서는 매우 방대하고 번잡하니 요점을 골라내는 데 힘써야 한다. 궁벽진 시골 마을에는 의술과 약이 없어 요절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에는 토산 약품이 많이 생산되는데도 사람들이 알지 못하니, 그대는 약초를 분류하면서 토산 약품의 이름까지 함께 적어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라.”
지금 병원, 의원이 치료하는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예방의학 관점, 평소 개인 몸관리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임진왜란 전쟁 중에 하교가 내려졌다고 하니 국가 의료체계 혼란 속에서 백성들에게 자구책을 찾으라는 긴급한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근대 이후에도 좋은 여성의 조건은 나물과 약초에 대한 지식을 풍부하게 가지는 것이었다.
아내이자 어머니인 여성들은 나물채집을 위해 독초를 구분할 수 있어야 했고 약초를 구분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 지식은 대물림되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제도권의 사람들은 약초전문가들이 직업군을 만드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영국에도 1512년 일찍이 영국의회가 ‘수많은 무지한 사람들’이 의술과 수술을 업으로 삼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을 제정했다. 중세시대에 교회가 그런 사람들을 ‘마녀’나 ‘교활한 인간’으로 몰아 박해한 경우도 흔했다.
식물을 이용한 처방지식들이 SNS에 넘쳐 나는 것을 볼 때 아직 그 민간처방에 의지해 몸을 다스려가는 이가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 많은 사람이 자연 속에서 약초를 구하려 한다니 걱정도 생긴다. 요새는 산채 나물도 재배를 하고 채소를 키우거나 구할 때, 크기보다는 작아도 자연의 기가 넘치는 질을 우선으로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연의 기가 넘치는 식물은 맛과 향기가 아주 강하다. 인공조건으로 영양제를 많이 주어 덩치만 키운 식물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동의보감 후손으로 양생법을 잘 이어가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출처 울산저널 이동고 자연생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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