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눈을 떠보니 마누라가 보이지 않는다.
물 한 잔 마시러 간 부엌에도 안보여 창밖을 내다보니, 잔디밭에 쪼그려 앉아 잡초를 뽑고 있다.
잔디 뽑기 전쟁 시작이다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다
작년만 해도 아내는 한 번 나갔다 하면 하루에 잡초 250개 정도는 거뜬히 뽑아내곤 했다.
얼마나 정성껏 관리했는지, 우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어떻게 잔디에 잡초가 단 하나도 없느냐"며 칭찬이 자자했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오니 잔디 사이로 잡초가 다시 고개를 내민다.
작년보다 세력이 더 좋아 보인다.
잔디 풀 뽑기는 내 취향이 아니다
잔디 풀좀 뽑으라 해도 아에 모르쇠다
창문을 열고 한마디 건넨다.
"저기도 풀있네 이쪽에도 보이고."
그 순간 마누라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도와주지는 않으면서 시비나 건다고 생각했는지 평소보다 목소리가 더 크다.
아무래도 혹시나 사고나 치지않을까 싶어 나가본다
풀 뽑았다 하면 꼭 한두건 사고를 내 내심기를 건드린다
바닥에 깔아놓은 돌 틈 사이로 화초들이 보인다
씨가 날라와 자연 발아된 것들이다
요즘 내 우울모드에 생기를 넣어준다
꽃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꽃이 보이면 희열이 있다
아직까지는 마누라가 여기까지는 안왔다
잠시 마누라를 제지 해야겠다
배고파 죽겠네 밥은 언제 먹을랑가
자기도 힘든지 뽑기를 멈추고 들어온다
맘이 급하다
마누라가 사고 치기전 빨리 옮겨야겠다
화단에 있는 것만이 생명이 아니다
돌틈사이 피어난 생명도 귀하다
누구에게는 뽑혀져야할 생명이지만 나에게는 귀중한 생명이다
한겨울을 이기고 꽃을 피운다는게 얼마나 경이로운가
생명을 살리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오늘 아침
마누라 풀뽑기 다시 시작
탁자 밑에 있던거 싸그리 사라졌다
꽃보게 그냥 놔두면 안되나
괜히 한마디 했다간 본전도 못찾겠다
보는 나는 맘이 심쿵하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마들렌 제주 작성시간 26.04.15 누구네 집이나 똑 같은가 봅니다 ㅎ
-
작성자익산솜리골 작성시간 26.04.15 이쁜 마나님 앉은뱅이
의자부터 챙겨주셔야
할거같아요
저자세로 일하다
일어서면 번갯불에
콩볶을꺼인디 걱정됩니당 -
작성자사랑해신안 작성시간 26.04.15 꽃쟁이 맠을 표현 잘하셨어요
작은들풀꽃도 너무이쁘고 생명이 있잔아요 -
작성자미애(포항) 작성시간 26.04.15 그래도 두분 사시는 모습이 알콩달콩 하신것같아 보기 좋아요
-
작성자밀양농원 작성시간 26.04.15 꼭 우리집 보는거 같네요.
남녀가 자리바꿈했지만요.
전 잔디는 모르쇠입니다
잔디에 풀은 남편이 뽑는데
화단 사이드 바위아래 박 박 긁어놓는 바람에 환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