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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맛

작성자들꽃사랑(춘천)|작성시간26.05.13|조회수56 목록 댓글 10

울집 아래 동네 지인
이 동네 토박이로 내 또래
같은 장로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선지 아주 친하게 지낸다

밭이 넓어서 봄부터 이것저것 많이도 심는다
소소히 먹거릴 가져다 준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는 기본이다
자기가 먹을라고 심는게 아니라 대부분 밖으로 퍼돌린다
아무 댓가도 바라지 않고 그냥 베푸는 재능이 있다
기독교인으로서 아주 모범적인 신앙인이다

집에 편찮은 동생이 있는데 항상 애가슴이다
형제는 여럿이지만 지인이 도맡아 관리한다
지인은 살림은 시내서 하는데 동생땜 매일 이집으로 출퇴근하다시피한다
거의 동생한테 메어 있어 보기에도 안쓰럽다
다행히 지금은 생활보호사가 있어 요새는 자기 시간이 있다

상추를 한줄 심었다
울집 위에서 내려다보니 많이 자랐다
계속 따 먹으라고 연락온다
남 고생해서 심어둔거 낼름 받아먹기 미안해서 선뜻 가지를 못하겠다

오늘도 연락이 온다
자기도 다 못 먹으니 부담갖지말고 따가라고
아내랑 둘이 상추 따러 갔다
보니 반은 좀 손을 댔고 반은 그대로다
딸때가 지난 아랫 잎들은 물러져 있다
아내가 팔을 걷어 부치고 작업 돌입
밑을 돌아가며 사정없이 따낸다
위에 작은 잎 두세장만 남았다
미안할 정도다

동네 지인이 찬찬히 보고는 아내가 제대로 하신다고 칭찬한다
사실 동네지인도 심을 줄말 알지 단도리는 잘 못한다
이것저것 바쁘니 농작물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그러니 대충대충 먹을거만 따가는 정도고 못하면 방치하고

오후 부터 비소식이다
상추만큼 폭풍성장하는 채소도 없을거다
뜯어온 양이 솔찬하다
몇끼는 먹겠다
자기 없더라도 계속 뜯어 먹으란다

사실 우리도 상추를 심었다
하루 세끼 상추를 먹으니 감당이 안될 정도다
일단 속도 편하고 몸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또 질려서 상추 말만 들어도 도망가고 싶은 때가 곧 오겠지만 아직까지는 좋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싱싱하게 자라날 상추처럼, 베풂이 일상인 지인 같은 분이 있기에 진정으로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걸 배운다.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고 아픔을 헤아리며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상추보다 더 푸르고 생생한 진짜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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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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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들꽃사랑(춘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13 동네사람 덕분에 우리가 호강하네요
  • 작성자블라(수원) | 작성시간 26.05.13 상추를 멀찍멀찍 관리하기 쉽게 심으셨네요.
    마음씀이 아름다운 분들이십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란 말씀이 생각납니다.
  • 답댓글 작성자들꽃사랑(춘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13 좋은 지인땜 제 입이 호강합니다
  • 작성자에덴동산(파주) | 작성시간 26.05.13 저도 조금상추심어놨는데 다 먹지못하겠드라구요 주위에 나눔하면서 주는기쁨도 있네요
  • 답댓글 작성자들꽃사랑(춘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13 주는 기쁨이 더 크지요
    응원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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