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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재의 수요일 -요엘 예언서 한구절

작성자본당신부|작성시간24.02.14|조회수44 목록 댓글 3

더 밝게 더 기쁘게

 

오늘 재의 수요일로 사순시기가 시작한다고 해서 우리가 밝음과 기쁨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순시기는 주님 수난을 묵상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주님의 고통에 우리의 희생, 봉사, 선행, 단식, 자선 등의 공로를 합하여 봉헌하는 시기입니다. 주님의 수난에 우리의 공로가 더하여진다는 것 자체가 기쁜 것이고 우리에게 밝음의 에너지를 줍니다. 그러니 너무 어둡고 우울하게 이 사순시기를 지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나도 밝고 기쁜 구원이라는 것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고통, 수난, 그리고 나의 고통과 슬픔, 죄스러움을 묵상하고 성찰하는 것이 구원받음이라는 밝음과 기쁨을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때라 할지라도, 그 어떤 경우에서라도 우리들 신앙 저변에 깊숙이 깔린 이 구원의 빛과 기쁨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 1독서 요엘 예언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저는 시작하는 말 이제라도라는 말이 참 여러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모든 것이 다 끝장 나 버린 상황에서라도,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때라도이런 뉘앙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는 다시 일어날 용기를 갖지 못합니다. 더욱이 돌아가야 할 대상이 심판하시는 하느님이시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때문에 하느님께서 먼저 손을 내미시면서 늦었다고 생각말고 돌아오라 하십니다.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고 마음을 다하여 돌아오라 하십니다. 본래 성경에는 마음을 다하여가 제일 먼저 나와 있습니다. 마음이 빠진 외적인 회개는 회개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마음에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하느님 마음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마음이 먼저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식하라 합니다. 우리도 오늘 단식하고 성금요일에 단식하지요. 유대인들은 성경에 단식을 자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공식적인 단식은 일년에 한번뿐이 없습니다. 하지만 열심한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이든 유대인이든 자주 하지요. 나를 비우고 주님으로 채우겠다는 마음으로 금식하는 것은 하느님 마음도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세 번째로 울으라고 합니다. 그냥 우는 게 아니라 큰 소리를 내면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도록 크게 우는 행위를 뜻합니다. 창세기에서 요셉이 이집트의 재상으로 있을 때 형제들을 만나고 감정을 억누르다가 자기 방으로 가서 대성통곡을 할 때 사용된 단어입니다. 히즈키야 왕이 하느님께로부터 죽음을 선고받은 후에 목숨을 구하면서 대성통곡할 때에도 이 단어가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사순시기에 우리 죄를 살펴보면서 그냥 아이고~ 죄스럽네... 하느님께 미안하게 됐네이럴 것이 아니라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크게 아파하고 통곡하는 울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엘 예언자는 슬퍼하라고 합니다. 이 단어도 그냥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머리카락을 쥐어뜯거나 가슴을 치는 행위를 나타내는 데에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에스델서에서 하만의 간계로 멸망의 위기에 처한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절망적 운명을 생각하면서 슬퍼할 때 사용된 단어인 슬픔입니다. 어찌보면 절박한 심정에서 기도를 대신하는 것처럼 표현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진정으로 회개하고 있음을, 우리는 이렇게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고 마음을 다하여, 이제라도 하느님께 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강론을 1독서 한구절만 가지고 했지만, 사순시기 우리가 주님께로 나아가야 할 마음의 방향을, 이 한구절이 잘 일러주고 있습니다. 더 밝고 더 기쁘게 라는 것을 마음 저변에 깔고 형식적으로 사순시기를 보낼 것이 아니라 진실된 마음으로 통회, 회개하고 하느님께 가도록 합시다. 그 첫발을 내딛는 재의 예식을 다함께 경건하게 참여하도록 합시다. 모두 일어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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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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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신혜원 글라라 | 작성시간 24.02.14
    자칫 어둠과우울로 가기쉬운때에 구원받은 기쁨과밝음을 놓치지말고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라는 말씀을 주셔서 그리스도인의 본질을 깨우치게 해주셔서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레몬에이~♡ | 작성시간 24.02.14 진실된 마음으로 통회 , 회개하고 하느님한테 갈 수 있 기를... 아멘🙏
  • 작성자김상민미카엘 | 작성시간 24.02.14 주님의 수난에 우리의 공로가 더하여진다는 것 자체가 기쁜 것이고 우리에게 밝음의 에너지를 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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