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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부활 팔일축제 수요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작성자본당신부|작성시간24.04.03|조회수30 목록 댓글 2

더 밝게 더 기쁘게

 

오늘 독서는 성전 문에서 베드로가 태생 앉은뱅이를 걷고 뛰게 만드는 모습입니다. 베드로가 했다기 보다는 베드로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했다는 것이 더 정확할 테지요. 지금 되게 위험성 있는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신부님은 그 성당 내가 지었어라고 말합니다. 신부님만이 아니라 신자도 그리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얼마 전 제가 초대신부로 있던 원신흥동 성당에 첫미사 때문에 갔을 때였습니다. 사회복지 분과장을 했던 그 자매님께서 저에게 오면서 신부님, 이거 우리 딸리 설계했어요하면서 또 자랑을 하는 겁니다. 또 라는 말을 하니 그 전에도 했다는 것을 알겠지요? 저 있을 때는 일 한 거 하나도 없고 술 먹고 저에게 소리지르면서 성당에 안나왔던 남편도 딸이 설계한 거 자랑하느라고 어깨가 하늘을 치솟아 있었습니다.

 

행여나 여러분들도 그러면 안됩니다. 이 성당 지은 것은 신부님도 아니고 여러분도 아닙니다. 이 성당 리모델링 한 것도 제가 한 거 아니고 여러분이 한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주님과 함께 했습니다. 주님께서 만들어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해 주셨습니다. 하고 말이지요.

 

갑자기 안 좋은 생각 때문에 말이 길어졌습니다. 어쨌든 베드로가 일으켜 세운 게 아니라 베드로가 나자렛 사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일으켜 세운 겁니다.

 

사도행전 12장은 오순절 성령 강림을 중심으로 한 예루살렘 초대 교회의 설립 과정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인 3장부터는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이 성장할 때에 성장통을 앓듯이, 교회도 성장해가면서 외적으로, 또 내적으로도 시련을 맞게 됩니다. 이런 시련들에 피하지 않고 직면하면서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7장까지 이어집니다. 외적인 시련은 주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햇던 정치적 종교적 기득권 세력인 산헤드린입니다. 우리말로 최고의회라고 번역되는 것이지요. 내적인 시련은 하나니아스와 사피라 사건을 볼 수 있습니다. 히브리인들과 그리스인 신자들 간의 갈등 표출과 같은 내부적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지요.

 

제가 20년 사제생활 하면서 느끼는 건데, 그 이전에 10년 동안의 신학생 생활까지 총 30년 이 성당 저 성당에 대해 듣고 보고 체험한 바에 따르면 문제가 없는 본당 없고 갈등이 없는 본당 없습니다. 저는 이를 피할 수 없으니 즐기려 합니다. 갈등이 있고 굴곡이 있으니 재미가 있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여유가 없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것이 큰일인 양 해결하기 급급했고 갈등이 생기면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곪은 것을 빨리 치료 안하면 암적인 존재가 된다는 생각에 해결하기 급급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문제점을 해결해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압니다. 급하게 서둘지 않아도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 이상 급할 거 없다는 거 압니다. 성당 내적 외적으로 갈등과 문제가 되는 것들은 꼭 나쁜 것만이 아닙니다.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이 있기도 합니다.

 

태어나면서 불구자를 걷고 뛰게 해도 이걸 가지고 욕할 놈들은 어떻게든 합니다. “거기에 딴 불구자는 없었어? 왜 그 사람만 치유해줬데?” 하고 말이지요. 예를 들면 이렇다는 겁니다. “왜 성전에서 치유해줬어? 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으켜 세운거야?” 그래서 베드로와 요한은 체포되어 산헤드린 법정에 예수님처럼 심판을 받습니다. 그리고 예수의 이름으로 절대 말하지 말고 가르치지도 말라고 위협을 합니다.

 

예전에는 기도를 마칠 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했었는데 지금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라고 바뀌어서 많이 아쉬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그리스도인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것을 선하게, 의롭게 행할 수 있도록 성령께서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여유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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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신혜원 글라라 | 작성시간 24.04.03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주님께서 마련하신 일.
    아멘!
  • 작성자김상민미카엘 | 작성시간 24.04.03 주님과 함께 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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