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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엘리사의 승계

작성자본당신부|작성시간24.06.19|조회수32 목록 댓글 3

더 밝게 더 기쁘게

 

오늘 독서는 열왕기 하권으로 넘어갑니다. 엘리야가 하늘로 승천되기 전에 일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좀 흥미진진하게 우리의 시선을 끄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일단 엘리야가 겉옷으로 요르단 강물을 갈라 제자 엘리사와 마른땅을 건너는 모습, 강을 건너고 난 뒤 엘리사는 스승님 영의 두 몫을 달라고 하고 엘리야가 하늘로 승천하고 난 뒤에 엘리사는 다시 요르단 강 가에 서서 엘리야처럼 물을 치니 스승이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물이 갈라져 엘리사는 또 마른 땅을 건너 돌아옵니다.

 

이런 기적적인 요소들에 흥미를 느끼는 만큼 그 의미도 바로 알고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엘리야가 겉옷을 들어 요르단 강물을 치니 두갈래로 갈라져서 스승 엘리야와 제자 엘리사가 마른 땅을 밟고 건너게 되는 것은 당연히 모세가 홍해를 가른 것을 연상하게 됩니다. 일정한 장소나 유사한 사건을 통해서 그 위대함을 연상하게 되고 그 예전의 영광이 지금 적용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모세처럼 엘리야도...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모세는 지팡이로 쳤는데 엘리야는 겉옷으로 치지요. 예언자의 겉옷은 이렇게 권위와 위엄, 영광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겉옷을 던진다는 것은 예언직을 위임한다는 것이 되지요. 나중에 쉰 명의 다른 예언자들 앞에서 엘리야의 겉옷을 집어 들고 강물을 치고 가르면서 엘리사는 엘리야의 후계자임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을 건너고 난 뒤에 엘리야는 엘리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나를 너에게서 데려가시기 전에 내가 너에게 해주어야 할 것을 청하여라.” 그러자 엘리사가 스승님 영의 두 몫을 받게 해 주십시오.” 하고 청합니다. “영의 두 몫이라는 것이 뭘까요? 찾아보니 바람, 영을 뜻하는 루아흐하고 갑절, 반복하다를 뜻하는 쉐나임이란 히브리어가 쓰였습니다. 그래서 영의 갑절이라고 번역하는 성경도 있습니다. 그럼 엘리사는 엘리야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두배를 청하는 것인가... 잘못 해석하면 그렇게 되지요. 스승님, 저에게는 당신의 능력보다 두배를 주십시오.

 

그런데 히브리 사람들은 여러명의 아들 중에 장자에게는 다른 형제들이 받는 몫의 두 배의 유산을 나누어 줍니다. 그러니까 엘리사가 스승님 영의 두 몫, 두배, 갑절을 달라고 하는 것은 더 많은 능력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승님이 가진 영적 능력을 저에겐 특별히 두 배 주셔서 장자처럼 스승님이 걸어가신 예언자의 길을 자기도 그대로 걷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예언은 꼭 기적을 일으키는 영적 능력이 아닙니다. 그것은 필요에 따라 기적적인 요소가 따르기도 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이고 하느님의 능력이고 권능이지요. 사람은 그것을 부여할 어떠한 권한도 가질 수 없으니 엘리야는 자기 뜻대로 줄 수 없음을 말합니다.

 

독서에 제자 엘리사는 스승 엘리야처럼 되고 싶어서 그 몫을 청합니다. 어제 복음의 마지막 말씀,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스승처럼 되고 싶은 엘리사, 아버지처럼 완전한 사람이 되라는 말씀... 그렇게 닮아가고 본받고 모방하는 사람이 제자입니다. 오늘 복음에, “다른 이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하신 말씀은 단순히 겉모습만이 아니라, 흉내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영적인 모습까지 닮으려면 그 내용, 그 마음까지 닮아야 한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복음을 통해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표현들을 대하면서 그분이 어떠한 마음인지 보고 닮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 마음처럼”, 주님 마음과 같이마음먹고, 그 닮은 마음으로 표현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됩니다.

 

지천에 깔려있다는 표현이 지극히 천하다, 매우 흔하다는 표현인데... 이것이 예수님께 적용해서 죄송한 마음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왕 아래로 내려오신 마음이니 천하게 쓰고자 합니다.

 

예수성심성월을 지내면서 그 마음 닮아갈 수 있기를 목표로 삼아,

우리 성당 여기저기서 예수님 마음이 지천에 깔려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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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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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상민미카엘 | 작성시간 24.06.19 우리 성당 여기저기서 예수님 마음이 지천에 깔려 있기를... 아멘...
  • 작성자레몬에이~♡ | 작성시간 24.06.19 아멘..
  • 작성자신혜원 글라라 | 작성시간 24.06.19 엘리사의 두배.갑절은 능력의 갑절이라고 알고 이해가 잘 안되었었는데

    엘리야의 장자로서 예언자의길을 장자의 마음가짐으로 가기위한 갑절이라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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